“자녀 입시비리 유죄”이지만... 끝나지 않은 ‘조국 사태’

김현지 기자 2023. 2. 4. 12: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가 쏘아 올린 불공정 논란, 3년여 만에 첫 법적 판단
“정치검찰” VS “진보의 이중성”... 갈라진 여론, 일상이 된 분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월3일 오후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가 불거진 뒤 3년여 만이었다. 조국 전 장관은 사모펀드 의혹에서 무혐의를 주장하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사태 당시 폭발한 불공정 논란의 핵심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였다. 1심 재판부 역시 조 전 장관을 향해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진보 정권의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조국 사태'는 정권교체의 시작점이 됐다.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정치 검찰'이라고 지목한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을 꺾고 대통령이 됐다. 사태는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 판단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무죄를 주장하는 지지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등 조국 사태를 두고 여론은 여전히 갈라졌다. 이러한 분열은 무대만 바뀌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건에서도 재현됐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아들 대리시험 등 주요 혐의 인정... "'입시제도 공정성' 신뢰 훼손"

조국 전 장관의 1심 선고가 나온 2월3일, 서울 서초동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2019년 8월 시작돼 같은 해 마지막 날 검찰의 기소로 확산한 '조국 사태' 이후 첫 선고였다. 앞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2022년 1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일부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확정 받은 상황이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가 인정받은 혐의 가운데 자녀들의 입시비리(업무방해 등) 등과 관련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국 전 장관의 혐의는 크게 네 갈래였다. 두 자녀의 입시에 활용한 위조 문서 등 입시비리 혐의가 큰 줄기였다. 아울러 △딸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받은 장학금의 성격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등에 대한 투자와 주식 차명취득 등을 감춰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중단 의혹 등이었다. 12개에 달하는 혐의 가운데 핵심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의혹 대부분을 인정했다. 두 자녀들의 입시비리 관련 혐의 7개 중 6개가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의 기소 당시 논란이 됐던 '아들 대리시험' 의혹 역시 유죄로 인정받았다. 조국 전 장관 부부가 2016년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시절 두 번에 걸쳐 온라인 시험을 도와주고 대신 치렀다는 혐의(업무방해등)였다. 2019년 당시, 부부가 구체적으로 대리시험을 모의한 정황이 담긴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불공정 논란이 가열됐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오픈북 시험'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이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자녀들의 입시에 활용된 문서 위조 등의 혐의도 인정됐다. 조국 전 장관 부부가 2012~2013년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을 위조해 고등학교에 제출했고, 이러한 문서들이 2018학년도 대학원 입시에 활용돼 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딸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 일부 서류도 위조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딸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에게서 받은 장학금 600만원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저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거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 지명 뒤 언론과 검찰, 보수 정당이 사모펀드를 통한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집중포화를 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비리(자본시장법 위반 등)와 관련해 기소되지 않았다. 부부가 2017년 타인 명의의 주식 등에 대해 백지신탁 또는 처분하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은 재판에서 무죄로 인정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그러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중대 범죄로 판단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이라며 "그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도 무겁다"고 했다.

"무죄" VS "구속수사"... 일상이 된 분열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가 범행을 주도했고, 조 전 장관은 이에 가담했다고 봤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유죄 판단을 받은 입시비리와 관련해 항소의 뜻만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6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자녀 입시비리 외,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일부 혐의도 유죄로 봤다. 다만 조 전 장관은 법정 구속을 면했다. 재판에서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 완료됐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 교수의 수감도 고려됐다.

지지자들은 조국 전 장관의 무죄를 여전히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을 수사한 검찰을 '정치검찰'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죽이기'에 나섰다는 취지였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울 서초동에서 밤낮없이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이들은 선고 뒤에도 조 전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조국 전 장관 뒤를 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했다. 조국 사건 등 주요 수사 라인인 검찰 인사 등을 두고 엇갈렸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과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일부 정치적 사건을 두고도 긴장감을 이어갔다. 이러한 기류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찰총장을 보수 대권주자로 키웠다. 분열된 여론 속에 0.73%포인트 차로 정권이 교체됐다.

조국 사태부터 양극단에 선 여론은 일상이 됐다. 반대 측은 과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국 구속'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고, 현재도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일부 정치인의 사건에서도 감지됐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정치검찰'과 '구속수사'를 외치는 메시지는 되풀이됐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를 두고 야권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 검찰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2월4일 오후 검찰 수사, 윤석열정부의 민생 문제 등을 규탄하는 장외투쟁에 나선다. 조국 전 장관의 1심 선고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