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까지 녹인 남극 셰프의 뜨거운 요리 열정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3. 2.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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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셰프’와 새우튀김
해발고도 3810m·평균기온 영하 54도
8명 사나이들 부대끼며 임무 해내야
요리사 주인공 새 메뉴 개발 고군분투
전임자가 놓고 간 닭새우 변신 눈길
극한의 추위 속 남극 연구를 위해 파견된 사나이들. 그리고 그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남극의 셰프. 1년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극의 오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 ‘남극의 셰프’는 요리를 만드는 셰프의 행복한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잔잔한 힐링 영화다.
영화 ‘남극의 셰프’ 장면
#영화 ‘남극의 셰프’

해발고도 3810m , 평균기온 영하 54도인 남극. 극한의 추위에 식물은 고사하고 추위를 견디는 동물과 바이러스도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1년6개월 동안 연구하며 생활해야 하는 정예들이 뭉쳤다. 빙하학자부터 엔지니어, 기상학자, 통신전문가, 의사까지.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직업군이 모인 이곳에 그들의 음식을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셰프’가 있다.

눈보라가 치는 남극, 남성 3명이 1명을 쫓고 있다. “도망갈 곳은 없어!”, “이젠 지긋지긋하다고요!”라는 극단적이고 비장한 대사가 오간다. 그런데 웬걸, 그들은 중국문화 연구회를 빙자해 마작을 즐기는 남극 대원들이다. 마작은 4명이 안 되면 시작할 수 없다. 한가로운 휴일에 대원들은 마작을 하고 비디오를 보며 취미생활을 즐기지만 주인공 니시무라는 쉴 틈이 없다. 바로 이들의 식사를 챙겨야 하는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빙하를 연구하고, 날씨를 관측하고, 대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추운 극한지에서 이동차량을 정비하고, 통신을 사수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 주인공은 식자재를 정리해야 한다. 남극에서 식자재 정리라니. 하지만 주인공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속에서, 달리 놀 것도 없는 남극에서 따뜻한 식사시간만큼 기다려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잔잔하다. 큰 사건이나 음모도 없이 그저 남극에서 8명의 사나이들이 부대끼며 임무를 완수해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웃음을 준다. 실제 남극 관측 대원으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인 ‘재미있는 남극 요리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이 영화를 본 뒤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남극 세종기지 대원 모집 포스터에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막상 지원해볼 생각은 못 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사나이들끼리 임무를 수행하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군대에서 해봤기 때문이다.
닭새우 튀김
#모두의 ‘에비 후라이’

남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물’이다. 그 추운 곳에서 물을 어디서 구해오는 걸까. 바닥에 널리고 널린 눈송이들을 녹여 물을 자급자족한다. 매주 하는 이 작업은 숨 쉬기조차 힘든 남극에선 가장 고된 노동 중 하나다. 눈썹에 하얀 얼음이 생기고 숨이 헐떡일 때쯤 통신 담당이 전임 요리사가 놓고 간 닭새우가 있다는 재미있는 소식을 전한다. 주인공은 닭새우라는 말을 듣자마자 닭새우 회나 타르타르를 생각해낸다. 하지만 닭새우가 생소한 팀원들은 새우는 무조건 튀김이라고 못 박아 버리고 그날 저녁식사는 ‘에비 후라이’, 새우 튀김으로 정해진다. “에비 후라이!”를 외치며 노동요를 부르는 팀원들을 보곤 주인공은 쓴 입맛을 다시며 튀김을 준비하는데, 꽤 중독성 있는 구호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새우 찜, 새우 소금구이, 새우 타르타르, 새우 튀김 등 새우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는 것이 새우다. 닭새우도 그렇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 분명히 있다. 신선한 것은 회로 먹고, 버터구이나 타르타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거대한 닭새우 머리와 튀긴 몸통을 본 팀원들의 표정과 이것 보라는 비장한 표정의 주인공을 보면 그 중요한 임무를 띤 팀원들 사이에서도 요리사의 위상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튀김 요리
‘구두굽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튀김 요리는 맛이 좋다. 기름에 튀긴 그 바삭한 식감을 생각만 해도 식욕이 돋는다. 아시아에서 기름은 상대적으로 비싼 식자재였다. 기름은 일반적으로 동물성 지방에서 처음 얻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상당히 고가이며 유통이 쉽진 않았다. 중국은 송나라 때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 동물성 지방을 식재료로 활용해 튀기거나 볶을 때 이용했다. 불교가 국교이던 일본은 채식에 따른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을 유채꽃에서 기름을 얻은 튀김 요리를 자주 해 먹어 채웠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튀김문화가 늦은 편인데, 쌀과 보리 같은 작물 키우기에도 힘든 여건 때문에 깨나 유채, 콩처럼 기름을 내는 작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 접하는 전통음식에서 튀김 요리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름을 이용한 요리는 매작과나 한과 같은 반가에서 먹던 고급 다과에서나 볼 수 있다. 기름이 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름을 적게 넣고 지지는 ‘전’이 발전했다는 설도 있다.
새우·오징어튀김
■오징어·새우 튀김과 간장 마요네즈 만들기

〈재료〉

오징어링 5개, 새우 5마리, 빵가루 50g, 밀가루 30g, 달걀물 100㎖, 콩기름 1L, 소금 약간, 건바질 약간, 마요네즈 100g, 간장 15㎖, 다진 청양고추 10g, 깨소금 약간, 설탕 15g

<만들기>

① 새우는 넓게 펼쳐 준비한다. ② 새우와 오징어에 약간의 소금간을 하고 건바질을 두른 후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를 입혀준다. ③ 180도 온도에 천천히 노릇하게 튀겨준다. ④ 마요네즈에 설탕, 간장과 다진 청양고추를 섞은 후 깨소금을 뿌려준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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