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소희' 김시은 "정주리 감독 섬세해, 진짜 위해 같은 장면 12번 이상 테이크" [인터뷰M]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에서 춤을 좋아하는 당찬 고등학생 '김소희'를 연기한 배우 김시은을 만났다.

김시은이 연기한 '김소희'는 단짝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 춤추는 것이 가장 즐거운 18살 고등학생이었다. 할 말은 하고 똑 부러지지만 해맑고 평범한 여고생 '소희'는 졸업을 앞두고 사무직 여직원의 꿈을 안고 나갔던 현장실습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언젠가부터 할 말 대신 입을 다무는 인물이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실화보다는 시나리오에 집중하여 연기했다는 김시은은 "아주 사소한 하나까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촬영을 했다. 엄마와 밥 먹으며 소희가 웃는데 왜 웃었을까 하는 것 등 모든 장면의 감정과 표현을 상의했다. 저는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고 따라갔고,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면 바로 '예'라고 하고 바꿨다."라며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였기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감독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며 작품 속에 녹아들려는 노력을 했음을 밝혔다.

김시은은 정주리 감독에 대해 "진짜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확실한 분이시다. 요점을 잡아주시는데 탁월하다. 이렇게 깊게 파고든 게 처음이었는데 너무 귀한 경험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캐릭터를 만들어 가기 보다 감독과 함께 만들어 갔다고 이야기하면서 가맥집에서의 장면은 12번이 넘는 테이크를 갈 정도로 집요하게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김시은은 "발끝에 빛이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실제 제 발에 빛이 보이지 않았지만 보는 척하고 연기하면 될 줄 알았다. 제 딴에는 '소희'의 감정을 연기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걸 캐치하시더라. 실제 조명으로 발끝에 빛이 보이게 만들고 다시 찍고 나니 놀랍더라. 제가 척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전까지 찍었던 테이크들은 척한 게 돼버렸다. 그런 식으로 한 신 한 신을 진심으로 찍었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가맥집에서 '소희'의 발끝에 와닿았던 빛은 과연 무슨 의미였을까? 김시은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그게 따뜻한 구원,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소희'로 연기를 하면서 보니 그냥 빛일 뿐이더라. 어떤 위로도 되지 않더라. 근데 그걸 보고 있으니 홀리는 기분이 들리더라. 그렇게 '소희'는 빛을 따라갔고, 가다 보니 저수지였고, 저수지의 물결이 햇빛에 반짝이며 빛을 내니 그냥 빠져들어갔다고 생각했다. 계획적인 자살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라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의 느낌과 실제 연기할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랐음을 이야기하며 현실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는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시은은 "세상의 '소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아무것도 안 해도 소중한 존재라는 이야기해주고 싶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값지다, 조급하지 않고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소희'에게 이런 말을 해줘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아주 조심스럽다. 또 현실적인 대안 없는 이런 말들이 '소희'에게 힘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인물에 푹 빠져 연기를 하고 보니 말뿐인 위로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다음 소희'는 2월 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