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많아 '남직원'만 뽑는데…이것도 법 위반인가요?"[직장인 완생]

강지은 기자 2023. 2.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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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남녀고용평등법상 채용시 차별 안돼…용모 등 요구도
특정 성에만 모집 기회 주거나 우대하는 표현은 위법
직무 특성상 특정 성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예외
여성 야근 자체 금지 아니기에 남성만 뽑는 것은 위법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 직원이 20여명인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A씨. 어느 날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 회의에서 '신규 채용' 이야기가 나왔고, 일부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 만큼 '남성' 직원을 뽑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회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처음부터 지원 자격에 남성을 적어 채용 공고를 내기로 하는데… 이런 경우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까.

취업 포털 등을 통해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됐지만, 이 과정에서 여전히 성차별적 표현이 담기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주요 취업 포털에 올라온 1만4000건의 구인 광고 중 811건에서 모집·채용상 성차별 등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 미혼 등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도 안 된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모집·채용상 성차별에 해당할까.

우선 특정 성에만 모집·채용 기회를 주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성을 우대한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다. '여자 사원 모집', '연구직(남성)', '여성 비서', '병역 필한 자에 한함', '남성 우대', '미용사(여성 환영)' 등은 모두 법 위반이다.

'관리·사무직(남자), 판매직(여자)' 등 직종·직무별로 남녀를 분리해 모집하거나 '라벨 부착 및 포장 업무(남 11만원, 여 9만7000원)'처럼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제시하는 경우도 성차별에 해당한다.

또 '키 172㎝ 이상 훈훈한 외모의 남성', '판매원(여성은 미혼자에 한함)'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미혼 등 조건을 요구하거나 '주방 이모' 등의 표현을 쓰면서 직종의 명칭에 특정 성만을 지목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서울=뉴시스]


다만 고용상 성차별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직무의 성격에 비춰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다. 예컨대 소프라노 가수, 남성복 모델, 여성(남성) 목욕탕 근무자, 남자 기숙사 사감 등이다.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에서 여성 취업이 금지된 직종에 남성만 채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 제65조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에 대해 유해·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무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 목적의 정당성 등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고용상 성차별로 보지 않는다. 특정 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사업장에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성을 우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비용 절감이나 예산상 제약 등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 관행이나 고정관념에 의한 행위, 사용자나 고객의 선호 등도 정당성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를 종합했을 때 A씨 회사의 사례는 어떨까. 야근이 잦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일하기 좀 더 수월할 것 같은 남성을 뽑겠다는 것은 언뜻 보면 정당성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임산부를 제외한 여성의 야근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에 채용 공고에서부터 여성을 배제하는 문구를 넣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해석이다.

실제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스팔트 등 건설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가 현금·샘플 운반을 이유로 재경·영업 부문의 지원자격을 남성으로 제한한 데 대해 여성이 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성차별로 인정한 바 있다.

채용 공고에는 남녀 모두를 뽑는 것으로 돼 있으나, 내부 방침에 의해 채용 시에는 여성을 배제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한편 구직자가 성차별적 모집·채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고용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www.moel.go.kr)로 신고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해 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차별적 처우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구직자를 구제하는 절차로, 단순히 채용 공고를 본 것만으로는 신청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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