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예] '사랑이 잘' 안 되는 '어쩌면 우린' 이별일까

정진영 2023. 2.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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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헤어져야 돼? 말아야 돼? 아니, 헤어진 거야, 만 거야. 형태만 존재할 뿐 이미 끝나 버린지도 모르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이동휘 정은채 주연의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어느 순간 푹 식어서 언제 끓었는지도 모르게 돼 버린 사랑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사랑이 참 묘한 것이 또렷한 이유 없이 시작돼 수만 가지 이유로 끝이 난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의 준호(이동휘 분)와 아영(정은채 분) 역시 마찬가지다. 공부를 핑계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준호와 그런 준호가 정신차리길 바라며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고 돈벌이에 나선 아영. 두 사람의 관계는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롭다.
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

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
오래된 연인의 이별을 그린 영화를 이야기할 때 '연애의 온도‘(2013)를 빼놓을 수 없다. 사내에서 비밀 연애를 하는 3년차 커플인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는 연애와 이별, 재회, 또 한 번의 이별 등을 리얼하게 그려내 큰 호응을 얻으며 2023년 현재까지도 이별 영화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을 해 상대에게 요금 폭탄을 던지고, 서로의 물건을 부숴서 택배로 보내는 치졸한 짓을 하면서도 막상 상대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SNS에 들어가 염탐을 하고 남몰래 미행까지 하는 참 알다가도 모를 심리.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던 사랑이 식어가면서 펼쳐내는 지독한 스펙트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되지 않을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이런 끝난 건지 아닌지 아리송한 관계를 영화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발매된 아이유와 오혁의 ‘사랑이 잘’은 식은 죽처럼 다 죽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연인의 심리가 잘 묘사돼 있다. “미리 말할게 사과는 안 해”, “다 관심 없잖아 친구야 뭐야”, “피곤해 그만 오늘은 놔 줘. 더 이상 반복하긴 싫어” 같은 피로감이 잔뜩 묻은 말들이 아이유와 오혁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묻어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사랑해서 만났지만 사랑이 식어도 끝낼 수 없는 관계의 아이러니가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이런 관계, 끝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마지막을 예감하고 가는 관계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아마도 정답은 없을 테지만 ‘사랑이 잘’ 속 아이유와 오혁은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이 잘 안 돼. 떠올려 봐도 피부를 비비고 안아 봐도 입술을 맞춰도 참 생각대로 되지 않아”라고. 어쩌면 다 식은 사랑이 고뇌를 안기는 건 그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다 끝난 것 같은 사랑도 여전히 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닐지.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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