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페라리 뽑았다” 뽐내다 망신당할라...‘번호판 카파라치’ 어때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2.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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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3년전 번호판 변경 최초 제안
윤 대통령, ‘연두색 번호판’ 공약 내놔
법인차량 악용 적발 및 처벌 제도 필요
포람페와 연두색 번호판 [사진출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국토교통부]
# 웰빙 식품을 제조·수출하는 A사의 대표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수억원의 연봉을 주는 등 가공경비를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그의 자녀들은 법인명의인 람보르기니·페라리·벤틀리 슈퍼카 10여대(총액 26억원)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딱 걸렸다. 또 걸렸다. 지난해 7월 국세청 레이더에 잡힌 법인차량 악용 사례다. 사주와 그 가족 등이 회사가 업무용으로 쓴다며 세금 혜택을 받아 리스한 차량을 사적으로 타고 다니는 탈세 행위다.

업무용으로 부적절한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법인명의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세금도둑’ 단골 적발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만큼 만연했다는 뜻이다.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빠르면 오는 7월부터 사적 사용이 우려되는 법인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이 부착된다.

법인용 슈퍼카 악용 사례 [자료출처=국세청]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1년 전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후보 시절에 공약을 통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법인차량 번호판을 개인차량 번호판과 같은 흰색이 아니라 눈에 잘 띄는 연두색으로 바꾸면 개인용도로 악용하는 탈세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국가는 세법 테두리 안에서 차량을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는 조건으로 법인에 절세 혜택을 준다.

법인명의 차량은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세금도둑으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2020년부터 번호판 교체 필요성 잇달아 제안
법인차 전용 번호판 [자료출처=국토부]
매경닷컴은 2020년부터 조세 형평성을 위해 아빠·회사 찬스 법인차량 문제를 집중 고발하면서 번호판 색상 변경을 최초로 제안했다.

<“포르쉐 뽑았다” 뽐내더니…10대 중 7대, 네 차 아니잖아(2020년 6월 21일자)>와 <‘아빠 찬스’ 포르쉐·람보 뽐내다, ‘꼼수 사용’ 세무조사 받을라(2020년 7월 12일자)>를 통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이나 표식 변경을 잇달아 제안했다.

<딱 걸렸어, ‘아빠찬스’ 포르쉐…법인차 번호판 색상만 바꿔도(2021년2월19일자)>에서도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주황색이나 녹색으로 정하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법인차량 악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토르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정치권도 반응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9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인차량 사적 이용 단속과 적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별도의 번호판 규정을 두거나 눈에 띄는 식별 표시 부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두색 번호판을 예시로 제시했다.

번호판 변경은 대통령 공약으로 등장한 뒤 크게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후보 시절에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한 쇼츠(59초 이내 동영상) 공약을 통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매경닷컴이 처음 제안한 지 3년 만인 오는 7월에 번호판 변경이 실현되는 셈이다.

다만, 번호판 변경만으로는 법인차량 꼼수 사용을 끝낼 수는 없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법인차량 세금도둑에 대한 강력한 적발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두색 번호판은 차별화된 색상 때문에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돌변할 수 있어서다.

번호판 변경은 시작, 빠져나갈 구멍 막아야
포르쉐 911 GT3 [사진출처=포르쉐]
법인차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구멍을 닫아야 한다.

업무용 차량 가격 상한선을 정하거나 이용 가능 차종을 규정하고 운행일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개인용으로 악용했을 때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업무차량으로 출퇴근한 것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꼼수 사용에 대한 신고 제도까지 결합하면 법인차량 악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슈퍼카 동호회나 관련 모임 등 꼼수 사용이 강력히 의심되는 곳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펼칠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2020년부터 매경닷컴과 함께 법인차량 문제를 지적해온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 법인차량 사용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설정한다”며 “번호판 변경으로 끝내지 말고 이제는 법인차량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카 10대 중 7대가 법인차량
페라리 SF90 스파이더 [사진출처=페라리]
연두색 번호판 변경에 이어 처벌 조항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법인차량 악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슈퍼카를 법인명의로 빌려 개인용도 타는 탈세 행위가 빈번하다.

통계로도 입증된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고가 법인차 운행 차량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국내 운행중인 슈퍼카 4192대 중 3169대가 법인명의다. 10대 중 7대 이상이다.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람보르기니는 1689대 중 1037대(80.7%),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차량으로 나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2022년 신차 등록 통계에서도 슈퍼카 브랜드의 법인차량 비중은 높게 나왔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지난해 403대가 팔렸다. 이중 법인명의 등록대수는 343대(85.1%에 달했다. 우루스는 309대 중 261대(84.4%)가 법인명의다. 우라칸 에보는 8대 모두 법인명의로 등록됐다.

벤틀리는 775대 중 598대(77.1%)가 법의명의로 나왔다. 컨티넨탈 GT V8은 187대 중 140대(74.8%)가 법인명의로 등록됐다.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이지만 슈퍼카 대접을 받는 포르쉐는 상대적으로 법인비중이 낮다. 대신 판매대수는 압도적이다. 8963대 중 5844대(65.2%)가 법인명의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은 711대 중 439대(61.7%)가 법인명의로 등록됐다.

카푸어(Car Poor)가 꿈의 차로 여긴다는 고성능 오픈카인 911 카레라4 GTS 카브리올레는 182대 중 158대(86.8%)가 법인명의다.

‘카푸어 양산’ 리스 문제점도 해결해야
포르쉐 타이칸 [사진출처=포르쉐]
수입차업계 일각에서는 KAIDA가 집계하는 법인명의에 개인이 리스하거나 렌트한 차량도 많다며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인명의 차량이라고 무조건 탈세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는 근거로 이 오류를 내세운다.

실제 KAIDA 법인명의 통계에는 사업자 대상인 운용 리스 차량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 차량과 렌터카도 포함된다.

단,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는 절세 효과가 작다. 명의만 금융회사로 돼 있는 할부 개념이다. 이자는 차량 가격 전부를 기준으로 월 이용료를 내고 차량을 빌린다.

유지비, 관리비, 보험료, 취득세를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계약 만기 때는 차량을 반납할 수 없고 인수해야 한다.

금융 리스에서 파생된 유예 리스도 있다. 월 납입금은 적지만 추후 목돈이 들어간다. ‘카푸어’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1억원’이 넘는 차량을 리스하려는 개인이나 법인은 할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금융 리스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비중에 월 납입금이 적은 유예 리스가 상당부분 포함됐을 가능성은 높다. 비싼 차를 타고 싶지만 목돈이 없는 구매자들이 선호해서다.

장기 렌터카는 ‘하·허·호’ 등 ‘빌린 티’가 나는 번호판을 적용받기 때문에 슈퍼카·럭셔리카 이용자들이 꺼린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M [사진출처=포르쉐]
법인명의 슈퍼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아빠·회사 찬스’ 문제를 일으키는 상품은 법인 리스인 운용 리스다.

슈퍼카·럭셔리카, 고성능 스포츠카를 빌릴 때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법인 리스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싼 수입차를 취급하는 딜러나 리스 회사들은 ‘절세’를 앞세워 법인 리스를 권유하기도 한다.

수입차 업계는 법인명의 모두가 법인 리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금융 리스와 유예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 리스보다 높은 차종들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법인 리스와 금융 리스 비중을 파악할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 법인차량 악용에 대한 제제 및 처벌 강화와 함께 사회문제가 된 ‘카푸어’를 양산하는 유예 리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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