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에게 쓴 소리한 김준일, “마레이와 호흡은 수확”

창원/이재범 2023. 2. 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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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창원/이재범 기자] “고무적인 건 마레이와 긴 시간을 같이 뛰면서 안 맞는 것도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2쿼터 때 동점까지 간 게 오늘(3일) 경기의 수확이다.”

창원 LG는 3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원주 DB를 76-74로 물리쳤다. LG는 이날 승리로 시즌과 홈 4연승을 질주하며 24승 13패를 기록해 단독 2위를 유지했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실책이 많았고, 슛을 실패한 뒤 DB의 장기인 속공을 연이어 허용했다. 경기 시작 3분 15초 만에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이관희와 임동섭, 저스틴 구탕을 투입해 흐름을 바꾸려고 했다. 그럼에도 4-16까지 뒤졌다. 좀처럼 점수 차이를 좁히지 못한 LG는 2쿼터 중반 19-36으로 17점 차이까지 끌려갔다.

서울 SK에서도 똑같은 17점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LG는 이 때부터 집중력을 발휘했다. 3쿼터 초반까지 연속 19점을 몰아치며 역전까지 했다. 답답하던 외곽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윤원상의 3점슛까지 터지자 62-54, 8점 차이까지 앞섰지만, 또 3점슛이 침묵에 빠지자 73-74로 다시 역전 당했다.

LG는 이재도의 결승 득점으로 또 한 번 더 짜릿한 역전승을 홈 팬들에게 선물했다.

윤원상이 3쿼터 중반부터 4쿼터 중반까지 약 8분 동안 18점을 몰아쳤다면 김준일은 17점 열세일 때 이를 좁히는데 힘을 쏟았을 뿐 아니라 3,4쿼터에서도 중요할 때마다 득점을 올리며 17득점했다.

김준일은 이날 승리한 뒤 “1쿼터 잔뜩 벌어진 채 들어가는 거 같아 부담인데 홈 승률이 좋아져서 좋고, 상대팀이 4연승 달리던 DB였는데 연승팀간 대결에서 이겨서 기분이 좋다. 1쿼터 멤버인 이재도를 필두로 정산 차리면 된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재도가 실책 5개를 범하며 부진했다고 해도 결승 득점 포함 10점을 올리고 어시스트도 7개 배달했다.

김준일은 “내가 감이 좋아서 내가 넣으려고 했는데 백보드 맞고 빠졌다(김준일이 슛 실패 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고, 이것이 결국 이재도의 결승 득점으로 이어짐)”며 웃은 뒤 “또 그 이야기를 할 거다. 자기가 결승 득점을 넣었다고 할 건데 팀의 포인트가드라면 1쿼터 때 똑바로 하라고 하고 싶다. 싫은 소리를 매일 한다. 자기는 연속 출전(기록을 세우고 있고), (많이) 뛰는 선수만 욕먹는다고 한다. 연속 출전 등 좋은 기록을 세우고는 1쿼터 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강하게 질책할 거다. 2쿼터를 뛴 이관희 형, 나, 구탕, 커닝햄 등 선수들이 1쿼터 선수들이 어질러 놓은 걸 뒤집어서 이긴 게 기쁘다”고 했다.

힘겹게 이겼던 SK와 경기처럼 또 17점 차이였다고 하자 김준일은 “벤치에서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때도 1쿼터에 나간 선수들 뭐 하는 거냐며 욕을 엄청 많이 했다. 최근 4~5경기 1쿼터에서 10점 이상 뒤지는 듯 비슷하게 간 적이 없다”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4-16까지 벌어졌다. 정신적으로 힘든 건 맞지 않나? 그걸 분위기 전환하기 위해 관희 형, 내가 투입된다. 부담이 큰데 그 경기를 또 뒤집어서 이긴 게 많아서 욕을 하다가도 책임을 지는 단계를 넘어 즐기면서 한다”고 했다.

김준일은 선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책임감이 강했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책임감이 강했기는 했다. 최근 몇 경기를 그렇게 하니까 책임감이 안 생기고 싶은데 책임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고무적인 건 마레이와 긴 시간을 같이 뛰면서 안 맞는 것도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2쿼터 때 동점까지 간 게 오늘 경기의 수확이다”고 했다.

주로 교체 선수로 나서는 김준일이 끌려가는 경기에서 역전을 끌어낸다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김준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발이든 아니든 이번 시즌에는 큰 부상을 당한 뒤 뛰는 시즌이다. 장재석 형이 큰 부상을 당하고 몸이 올라오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했었다. 부상 부위는 다르지만 충격적인 부상이었다”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몸이 더 올라오고, 내년에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선발이든 아니든 감독님의 기용에 불만 없이 재미있게 경기를 뛴다”고 했다.

 

DB가 강상재와 김종규, 외국선수를 함께 투입하면 상당히 높이를 자랑한다.

김준일은 “농구를 늦게 시작해서인지 몰라도 작은 선수가 붙으면 부담을 느낀다. 강상재도 높고, 종규 형도 높고, 외국선수도 높다. 트리플 포스트 하면 굉장히 높고 골밑 공략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시선을 깨려고 안에서 공격했다”며 “종규 형이 일찍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마레이가 나에게 포스트 공격이 좋으니 골밑에서 공격을 하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자신있게 했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단테 커닝햄과 함께 투입되는 시간이 많았던 김준일은 아셈 마레이와 함께 뛰는 시간도 기대했다. 최근에는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김준일은 마레이와 함께 뛸 때 호흡을 길게 설명했다.

“패턴은 계속 맞춘다.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서 재석이 형과 프림, 함지훈 형과 프림이 뛰는 걸 보면 포스트 공격을 주도적으로 한다. 1쿼터에는 재석이 형이 골밑 공격을 집요하게 시도한다. 그리고 지훈이 형과 뛸 때는 프림이 적극적으로 한다.

이런 식의 로테이션을 보면서 마레이와 나도 그런 비슷한 콘셉트로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레이가 하이 포스트에서 롤을 하면 내 수비가 (마레이에게) 공이 안 들어가도록 처질 거고, 나에게 기회가 날 거다. 하이 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내가 자신있게 공격을 하거나 아니면 빼줘서 투맨 게임을 하는 걸 늘 생각했었다.

오늘 몇 차례 좋은 장면이 나왔다. 내가 못 넣어도 마레이가 자꾸 시도를 하라고 했다. 내가 공격을 해도 외국선수가 도움수비를 온다. 내가 안 좋아서 집어 던진 경향이 있었지만 마레이가 그걸 잡아서 집어넣는 장면이 꽤 나왔다.

현대모비스 농구를 보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의도적으로 마레이와 같이 많이 뛰었다. 남은 경기에서 같이 뛰었을 때 감독님께 신뢰가 가는 플레이를 해야 마레이와 나를 길게 기용하실 거다.”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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