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단과의 불화설 나온 이강인, 이번엔 이강인이 ‘갑’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3. 2. 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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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명문팀, 라리가 강팀 등 잇단 러브콜에도 소속팀 마요르카 “이적 반대”
겨울 이적 불발됐지만, 몸값은 더 오를 전망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만 17세에 스페인 라리가에 데뷔한 이강인은 지난 4년 동안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최고의 테크닉을 지닌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경기 출전 시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여름 유소년 시절을 포함해 10년을 몸담았던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생애 첫 이적을 한 뒤에도 개막 후 초반의 좋은 페이스를 살려 한 시즌을 완주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의 이강인은 다르다. 지난 3월 부임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과의 궁합이 좋다. 아기레 감독은 수비 밸런스를 단단히 하는 동시에 공격 전개에서는 이강인의 개인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팀 전술의 키포인트로 잡고 2022~23 시즌을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이강인은 팀의 효율적인 공격을 이끌며 찬스 메이킹 능력에서 라리가 톱3에 들었다. 프로 데뷔 후 지난 4년 동안 50분 내외였던 경기당 출전 시간도 76분으로 크게 증가했다. 리그 18경기에 출전했는데 그중 선발 출전이 16회, 풀타임도 6회다. 드디어 유망주라는 껍질을 깨고 한 팀의 에이스, 리그 전체에서 주목받는 스타로 거듭난 것이다. 

ⓒ뉴시스

마요르카 에이스+월드컵 맹활약으로 뜨거웠던 겨울의 쟁탈전

소속팀에서 쌓은 내공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빛났다. 경기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후반 중반 조규성과 함께 투입돼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적극적인 압박에 이은 예리한 크로스로 조규성의 헤더 추격골을 도왔다. 가나전 후반 30분에는 특유의 왼발 프리킥으로 득점에 가까운 장면까지 만들었다.

마요르카에서의 꾸준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 월드컵에서의 임팩트 있는 활약은 자연스럽게 더 큰 클럽들에 쇼케이스가 됐다. 1월 열린 겨울 이적 시장에서 곧바로 입질이 왔다. 마요르카보다 재정 규모가 큰 팀들이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과거 이강인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팀을 찾던 것과 정반대 상황. 이제는 거액의 이적료를 들고 그를 잡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애스턴빌라다. 애스턴빌라는 2년 전부터 이강인을 영입 리스트에 두고 꾸준히 관심을 나타낸 팀이었다. 최근엔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떠오르고 있다. 뉴캐슬은 2021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자국 펀드인 공공투자기금을 통해 인수한 뒤 빠르게 성장해 올 시즌 리그 3위를 달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돌풍의 주인공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에서는 구체적인 이적료 규모까지 언급됐다. 현재 리그 6위를 기록 중인 브라이턴이 1000만 유로(약 133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스페인 라리가의 3대 빅클럽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나섰다. 조건만 놓고 보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가장 나았다. 이적료 1200만 유로에 보너스 옵션도 300만 유로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해 총액 1500만 유로(약 200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와 함께 최근 10년간 라리가의 3강 체제를 이끌어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팀 리빌딩을 준비 중이다. 2011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체제가 지난 시즌부터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 언론에서는 12년간의 동행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쿼드의 노쇠화까지 겹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서는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강인을 그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마요르카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적 협상에조차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을 데려가려면 바이아웃(명시된 금액 지급 시 이적 가능한 조항) 금액을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이강인과 마요르카가 맺은 계약서상의 바이아웃은 1700만 유로(약 228억원)로 알려졌지만, 이후에는 3000만 유로(약 4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요르카의 상황도 이해는 된다. 최근 이적 시장의 분위기로 봤을 때 1000만 유로에서 1500만 유로 수준의 금액으로는 이강인에 버금가는 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 특히 1월 겨울 이적 시장은 시즌 중이기 때문에 각 팀이 핵심 선수를 내주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현재 마요르카는 리그 10위를 기록 중이지만, 강등권과의 격차는 승점 6점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는 리그 19위 카디스에 일격을 당하기도 해 리그 잔류를 안심할 수 없다.

이강인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2021년 여름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올 당시 이강인은 이적료가 없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합류했다. 그런 마요르카에 최대 1500만 유로의 이적료는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는데도 구단은 "제안이 없다"는 말로 협상에조차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기회를 노리는 것은 선수로서는 당연한 열망인데 그것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팀과 첨예한 갈등 끝에 이적 불발…감독이 직접 나서 달래

그런 불만은 우회적으로도 표현됐다. 이적설이 한창 나오던 시기에 이강인은 마요르카의 SNS 공식 계정 팔로우를 취소했다. 스페인의 유명 매체 마르카는 1월25일 이강인의 언팔이 불편한 감정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마르카는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행복하지 않다. 자신을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듣지도 않겠다는 구단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구단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데도 마요르카 경영진은 이강인의 이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아기레 감독이 직접 진화해야 했다. 그는 최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이적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강인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의 아버지와도 만났다"고 입을 연 그는 "잔류를 설득하진 않았다. 현재 선수는 팀과 계약 관계에 있다.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바이아웃을 제시하는 팀이 있다면 이강인을 데려갈 수 있지만,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마르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강인을 달래는 말도 남겼다. 그는 "과거 레가네스 감독 시절 1월 이적 시장에서 핵심 선수 2명을 잃었고 강등을 맞았다. 그런 상황이 다시 생기면 안 된다. 이강인은 여기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성장했다. 더 큰 팀으로 향하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있다. 지금은 팀과 함께 올 시즌을 마쳤으면 한다. 선수도 어느 정도 내 얘기를 납득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잔류를 요청한 것이다. 

팀의 주장인 안토니오 라이요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구단과 선수 간 문제지만 이적을 허락받고 싶다면 분노를 표하기보다는 지금처럼 계속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인 앞에는 멋진 미래가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에 대해 좀 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SNS 언팔 사태 등에 대해 좀 더 진중함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강인 역시 그 이후로 팀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1월28일 카디스 원정에 선발 출전해 74분을 뛰었다.

마요르카의 이적 불가 방침과 아기레 감독의 잔류 선언은 결국 1월31일로 마감된 겨울 이적 시장까지 유효했다. 이강인으로서는 다가오는 여름 이적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 뜨거운 이슈였지만 결론은 6개월의 꾸준한 활약으로 급상승한 이강인의 가치 재확인이었다. 이제 이강인이 집중할 것은 마요르카를 더 높은 순위로 이끌며 조기에 잔류를 확정 짓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레벨을 증명하면 더 나은 환경의 새로운 기회는 순리대로 풀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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