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더 내라, 노인들 더 준다”...국민연금 개혁안은 개악?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2. 4. 1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대간 상생하는 국민연금 개혁안 필요
소득대체율 올리면 청년만 부담하는 ‘개악’
연금·물가 연동폐지시 지출규모 관리가능
보험료율 12%만 올려도 연금 고갈 안돼
궁극적으로 출산율 제고 정책 써야
부모급여 만0~2세 월200만원 지급시
최대 ‘年 13조원’ 재원 추가 필요해
방만한 교육재정 20%만 육아로 돌려도
경제적 이유로 못낳는 가정 대폭 감소해
‘국민연금·교육복지예산’ 함께 개혁해야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 결과가 공개되는 27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국민연금공단 건물의 모습. 2023.01.27 [박형기기자]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24]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두고 논란입니다.

연금 고갈시점을 늦추기 위해 ‘더 내고 덜 받자’로 개혁하는게 핵심인데, 이는 MZ세대(젊은층)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일뿐입니다. 개혁안 초안을 보면, 고령자의 소득대체율은 유지되거나 혹은 올라갑니다. 젊은층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를 반대로 말하면 각 세대가 고통분담을 할 경우 어느 정도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일각서 국민연금을 차라리 없애자곤 하지만, 이번 기획선 연금철폐와 같은 극단적 주장보다는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서 여러 부분을 따져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세대간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부의 복지 교육 예산의 ‘리밸런싱(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 번 따라와보실까요?

물가연동 없애면 고갈 안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자료이긴 하지만 상세히 추계가 돼있는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기준으론 국민연금 수입액이 73조원으로 지출액(30조원)보다 많습니다. 연간 40조원이 적립됩니다. 2039년 되면 적립액은 1430조원으로 GDP(국내총샌산)의 무려 37%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연간 지출액이 수입을 앞서고, 지출액 속도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2054년이 되면 고갈됩니다. (최근 추계는 2055년 고갈로 나왔죠)

국민연금 장기추계 결과. 빨간색이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이고, 검은색이 물가연동제 폐지와 보험료율 12%를 한 결과치입니다. 검은색안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할 경우, 2050~2060년 국민연금 보릿고개만 넘기면 충분히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 <Canva로 작업, 나현준 기자>
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지출액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산정한 지출액 증가속도는 연평균 7.1%. 이를 어떻게든 줄여야지 지속가능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연금수령액과 물가상승 연동을 폐지하는 겁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1.8%로 전제했는데요. 이를 줄이게 되면, 연평균 지출액 상승률을 5.3%로 낮출 수 있습니다.

물가연동제가 폐지돼서 5.3%만 지출액이 상승한다면, 상당히 고갈시점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2040년 한 해 국민연금 지출액이 156조원으로 계산되는데(7.1% 상승률), 이를 111조원(5.1% 상승률)로 제약할 수 있죠.

인구구조상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로 사망하는 2040~2060년이 국민연금 입장에선 가장 우려되는 시기입니다. 지금 구조상으론 연간 적립액이 100~150조원대인데 반해서 지출액은 200~400조원으로 급속하게 불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물가연동만 없애면 지출 증가속도를 30년 후 많게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40~2060년이라는 국민연금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개혁안 초안대로 보험료율도 올린다면 더욱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죠.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개혁안은 젊은층 입장에선 ‘개악’과 같습니다. 고령자의 고통분담은 없이 젊은층에게 일방적으로 높은 보험료율 (그것도 은퇴 후 못받을 가능성이 큰)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12% 정도로 올리는 ‘절충안’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매년 적자규모를 최대 50조원 이내로 관리할 수 있고, 2050~2060년만 넘기면 충분히 연금 지출액도 적정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각 세대간 고통분담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겁니다.

세대간 고통분담 필요 ...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물가’
물론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낮아질겁니다. 국민연금 1인당 평균 수령액이 55만원(지난해 기준)입니다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1.8%대로 장기적으로 관리한다고 가정합시다. 현재 55만원 수령하시는 분이 20년 후에도 살아계셔서 55만원을 받는다면 그 가치는 현재의 35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의 기초연금(최대 30만원) 수준으로 국민연금 보장성이 낮아지는 것이죠.

노인 표를 의식할 수 없는 정치권은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정책인데, 어느 노인이 이를 찬성할까요? 다만 청년층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윗세대가 무작정 찬성하는 것은 아니기에 타협안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연금 실질 수령액은 줄지만 고령자 주거비 부담을 낮추면 어느 정도 타협안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고령자(55세 이상)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더 가격이 낮은 집으로 이사할 경우, 재산세를 기존 주택 매입가(캘리포니아는 주택 매입가가 보유세의 기준입니다)에 한해서만 내게끔 하는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2억원에 주택을 사서 10억원에 팔고 8억원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2억원분에 대해서만 재산세를 내는 것이죠. 우리는 제도가 같지 않아서 똑같이 시행할 순 없겠으나, 종부세와 같이 재산세에도 ‘고령자 공제’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에 1주택 고령자에 한해 재산세를 30% 감면하자는 안을 요청한 바 있죠.

이밖에도 빈 집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근 140만 가구에 달합니다. 지난번 기획 당시 인구구조상 수도권서도 2040년 이후면 빈집이 엄청 많아질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죠. 주거가 없는 노인들은 빈집에 정착할 수 있게끔 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낮춰줘야 합니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서 보완한다면, 국민연금서 물가연동제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 큰 불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금을 연금 문제로만 보지 말고, 여러 정책을 같이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산율 제고도 필요 ... 年 13조원 필요
중장기적으로는 연금 기반을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즉, 출산율 제고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절대적 요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부모급여를 월 70만원, 1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만0세(1년)에 한해서이고, 그 이후엔 다소 줄어듭니다.

꽤나 파격적 조건이지만 30대 미혼인 입장선 아직 부족함을 느낍니다. 요새 대부분 젊은 부부는 맞벌이입니다. 만일 아이를 낳아서 둘 중 1명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가정하죠. 육아휴직 급여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월 150만원입니다. 월 80만원을 지급받는다고 해도 기존에 월 200만원 중후반을 벌던 입장에선 ‘손해’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월별 출생아 인구가 1만명대가 고착화될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백화점 영유아 매장이 한산하다.2023.01.26 [이충우기자]
만일 아이를 낳으면 월 200만원을 준다면 어떨까요? 육아휴직 최대 150만원+월 200만원이면 월 350만원을 받게 됩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아이를 낳을 유인이 생깁니다. 상당수 가정 입장선 아이를 낳아도 최소한 경제적으론 손해가 아닐테니 말이죠.

2021년 기준 출생아수는 26만명에 불과합니다. 이를 35만명까지 늘린다고 가정하고 월 200만원을 2년 간 (어린이집 가기 전까지)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필요한 예산은 약 17조원입니다. 올해 부모급여와 아동수당 예산은 3.8조원인데요. 파격적인 혜택을 위해선 13조원(2년 혜택)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명분도 있습니다.

국가가 아이 1명당 지원하는 금액은 태어나고 2년만 잡아도 약 7200만원입니다. 그 아이가 태어나서 경제활동을 하고 30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가에 내는 세금과 각종 보험료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입닙다. 국가 입장에서도 투자가 이득입니다.

낭비되는 교육예산을 줄이면 지금부터도 가능하다
최대 年 13조원은 어느 분야서 확보를 해야 할까요? 핵심은 교육재정 개혁입니다.

올해 책정된 지방재정교부금 예산만 73조원에 달합니다. 학생 1인당 교부금 예산을 나눠보면 年 1528만원(월 127만원·2022년 기준)이죠. 다들 월 127만원 상당의 가치를 공교육이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상당수 가정이 학원에 자식을 보내는 것을 미루어볼 때 공교육은 저 가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도교육청의 방만한 재정운영(태블릿PC 1대씩 지급, 불필요한 보수공사)는 항상 언론에서 지적되는 바이죠.

지방재정교부금의 20%(14조원)만 출산율을 올리는 직접 현금보조에 쓰여도, 만0~1세 아동에게 월 20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까지 더하면 최대 월 350만원) 이를 위해선 교육감 직선제 폐지, 내국세의 22%를 무조건 지방재정교부금을 쓰게끔 한 교부금법 개정 등이 필요하죠. 기획재정부 많은 공무원들이 이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는 법을 고쳐야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재정에 많은 이권이 걸려있다보니간 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대해서 반대가 심한데요. 이 부분을 개혁하는게 연금 복지 교육 개혁의 시발점입니다.

학생수로 나눈 교육교부금. 공교육은 1인당 월 152만원의 가치를 과연 창출하고 있을까를 따져봐야할 시기가 왔다. <매경DB>
이상으로 국민연금 개혁과 복지 교육 예산의 재조정이 필요함을 정리해봤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국민연금 지속가능을 위해선 세대간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연금수령액 물가연동제를 없애면서 국민연금을 12% 정도 올리면 충분히 고갈되지 않으면서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재산세 감면, 빈 집 정착 등 고령자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② 연금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0.7명대에 불과한 출산율을 어떻게든 1명대로 올리는 것이다. 이를 이위해선 아이를 낳기 위한 파격적인 현금 혜택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서 하기로 한 부모급여(최대 월 100만원)으론 부족하다. 월 200만원까지 부모급여를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출산율 상승까지 가정할시 최대 年13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③ 불필요한 교육예산을 직접 보조성으로 돌리면 충분히 年 13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방재정교부금의 20%만 줄여도 된다. 공교육을 위해서 계속 예산이 증액되는 현실이다. 이제는 이 부분을 손봐야 한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세대간 고통분담, 교육복지 분야 개혁 등을 통해서 슬기로운 지혜를 정부가 모색해야 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