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시대…예술도 선 넘기가 유행![영감 한 스푼]

김민기자 2023. 2.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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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고 별나게 눈에 띄기로 작심한 예술가들
선 넘기는 어디까지 괜찮을까?
무라카미 다카시가 매드사키 등 아티스트 4명과 협업한 작품 ‘연옥도’의 일부.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국내에서 개막한 유명 작가의 두 전시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그리고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입니다.

두 작가는 소셜 미디어와 언론에서 독특한 겉모습이나 황당한 해프닝으로 화제가 되며 비교적 잘 알려져 있죠. 전시된 작품들이 흥미롭고 유명하다는 것은 기본 전제이고, 또 즐겁게 보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무라카미와 카텔란의 개인전에 대한 좀 더 솔직하고 개인적인 리뷰를 써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편하게 의견 보내주세요!

독하고 별나야 눈에 띈다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무라카미 다카시. 부산=뉴시스

올해 기대되는 전시 중 하나였던 무라카미와 카텔란의 개인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선 넘기’였습니다. 무라카미는 작가의 캐릭터를 통해, 카텔란은 도발적인 작품을 통해 선을 넘으면서 영리하게 미디어의 주목을 이끌어 냈죠.

기자간담회를 위해 부산을 찾은 무라카미의 모습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카메라 앞에서 ‘시그니처 포즈’를 취해주며, 때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사업가나 셀러브리티 같은 치밀한 면모가 느껴졌거든요. 그런 모습이 나쁘다기보다는 작가만의 캐릭터이자 생존 전략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2019년 작품 ‘코미디언’. 마우리치오 카텔란 제공, 사진 김경태

카텔란은 작품 세계 자체가 ‘선 넘기’로 점철되어 있죠. 2016년 구겐하임 미술관에 18K 황금 변기(아메리카)를 설치한 바 있고요. 이 변기를 관객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 화제가 된데다, 영국에서 전시할 때는 도난을 당해 또 한 번 해외 언론에서 대서특필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바나나 사건.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작가가 벽에 덕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인 작품 ‘코미디언’에서, 바나나를 누군가 떼어먹어 최대 화제작이 됐습니다.

두 작가를 보면 치열한 예술가들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기를 품고, “이래도 내 작품 안볼거야?”라고 외치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선 넘기는 어디까지?

두 전시 모두 작가의 주요 작품의 한자리에 모아 알차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개인전은 특히 한 번도 전시되지 않았던 작가의 초기작이 전시돼, “아 예전엔 이런 시도를 했었구나”하고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카텔란 개인전은 마치 연극을 보듯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죠.

그럼에도 개인적 의견으로 몇몇 부분은 ‘이렇게까지 선을 넘는다고?’ 싶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무라카미가 미술사의 유명한 작품들을 변주한 부분이었는데요.

물론 무라카미의 예술 세계가 ‘모든 것을 평평하게 만든다’, 즉 뭐든 쉽고 재밌게 만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예술관에는 충실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아.. 이 색깔을 이렇게 바꿨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라카미 다카시의 2018년 작품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적흑 세 폭 재단화)’,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번쩍번쩍(?)한 베이컨 패러디 작품의 배경.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또 카텔란의 개인전에서는 곳곳에서 동물을 박제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 허공에 말의 사체를 매달아 놓은 작품 ‘노베첸토’나, 비둘기를 박제한 작품 ‘유령’이 있었죠.

미술관 측에 따르면 모든 동물 박제 작품은 자연사한 동물의 사체를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풍기는 죽음과 냉소의 분위기가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운석에 맞은 교황을 표현한 작품 ‘아홉 번째 시간’, 1999년. 마우리치오 카텔란 제공, 사진 김경태


여기에 교황이나 히틀러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는데요. 작가는 아마 이런 작품들을 보고 불쾌해할 누군가가 항의하거나 논란을 만들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더 알려지고, 언급될 테니까요.

다다이즘 예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다카시와 카텔란에게 공통으로 느껴진 건 ‘뭐가 그렇게 중요해?’라는 반문입니다. 다카시는 무겁고 어려운 예술을 치워버리고, 귀엽고 가벼운 것을 제시하며. 카텔란은 ‘예술가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도발과 파격을 내세웁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 점에서 저는 다시 한 번 다다이즘 예술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마르셀 뒤샹이 미술관에 변기를 가져다 놓은 것(샘), 그리고 만 레이가 다리미에 압정을 박은 것(선물)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즉 인류의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이 가장 많은 죽음을 낳게 한 비극이 있었기에 작가들은 세상을 냉소하고 허무를 노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 결과 뒤샹의 샘은 황당한 작품에서, 미술사의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카시와 카텔란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파괴와 충격의 맥락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이 없다면, 냉정하게 보았을 때 두 작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많은 예술가가 선보인 다다 예술의 쉬운 모방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황금 변기를 만든 미국 작가가 또 있네요(!). 셰리 르빈(Sherrie Levine)의 1996년 작품 ‘샘(부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인상파 작가의 작품이 100여 년을 넘어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재해석하고 그려내듯, 이 작가들도 다다 예술을 쉽고 재밌는 버전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죠. 물론 미디어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해 낸 영리한, 재치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뒤샹의 변기와 다카시의 캐릭터, 카텔란의 바나나를 한 번 비교해서 떠올려보세요. 예술의 의미에 관한 흥미로운 사색을 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전시 정보

- ‘이우환과 그 친구들 IV: 무라카미 좀비’전, 부산시립미술관, 2023. 1. 26. ~ 3. 12. 무료

-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 리움미술관, 2023. 1. 31. ~ 7. 16. 무료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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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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