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명예회복 해야 할 '컵스맨' 벨린저에게 다가온 희소식

이창섭 2023. 2. 4.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코디 벨린저 ⓒ시카고 컵스 SNS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2017년 신인왕, 2019년 MVP. 코디 벨린저의 커리어 초반은 역사적이었다. 데뷔 첫 3년간 쏘아 올린 111홈런은 역대 4위였다.

데뷔 첫 3년간 최다홈런

114 - 랄프 카이너

114 - 앨버트 푸홀스

112 - 에디 매튜스

111 - 코디 벨린저

벨린저의 첫 3년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또 한 명의 괴물이 등장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빠른 성장 뒤에는 빠른 추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벨린저는 2020시즌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부상에 허덕였고, 부진에 시달렸다. 2020년 이후 통산 타율이 .203에 불과했다.

2020-22년 최저 타율 순위 (1000타석 이상)

158. 코디 벨린저 (0.203)

159. 개리 산체스 (0.195)

160. 조이 갈로 (0.183)

벨린저의 지난 3년은 아름답지 않았다. 달라진 지위는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도 드러났다. 첫 3년간 기록한 wRC+ 140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같았다. 그런데 최근 3년간 기록한 wRC+ 78은 마일스 스트로, 니키 로페스와 동일했다. 당혹스러운 변화였다.

벨린저의 날개를 꺾은 건 부상이었다. 2020년 포스트시즌 때 키케 에르난데스와 홈런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 곧바로 어깨 수술을 받은 벨린저는 이듬해 더 깊은 부상의 늪에 빠졌다. 왼쪽 다리 골절에 이어 햄스트링과 늑골까지 다치면서 고통에 신음했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한 2021년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시 빼어난 활약으로 모두를 안심시켰다. 12경기 동안 34타수 12안타(.353)로 정확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벨린저는 의욕이 넘쳤다. 몸상태가 좋아진 덕분이었다. MVP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한 벨린저는 스프링캠프부터 타격폼을 바꾸고 나타났다. 그러나 이 변신이 독이 됐다. 하이 패스트볼에 대응하기 위해 손의 위치를 낮췄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자꾸 타격폼을 수정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타격폼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스스로 위축됐다.

'스포츠넷 LA' 분석가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도 벨린저의 타격폼을 지적했다. 벨린저는 방망이를 평평하게 눕혀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준비 자세로는 벨린저만의 호쾌한 스윙 궤적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벨린저가 편하게 타격할 수 있는 스윙 각도를 찾아야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부상과의 싸움에서 타격폼과의 싸움으로 싸움 상대가 바뀌었다.

벨린저는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상대 투수들은 마치 벨린저 공략법을 공유라도 한 것처럼 모두 알고 있었다. 높은 공으로 시선을 교란시킨 뒤 바깥쪽 빠져나가는 공을 던지면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슬라이더 삼진율이 급상승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2020-22년 슬라이더 삼진율 20.6%→26.2%→45%).

약점이 노출된 벨린저는 3년 만에 맞이한 풀타임 시즌에서 제대로 쓴 맛을 봤다(144경기 타율 .210 OPS .654). 두 자릿수 홈런(19개)과 도루(14개)는 큰 의미를 둘 수 없었다.

팀 내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LA 다저스의 중심을 지키던 타자가 하위 타선으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벨린저의 타순은 8번이었다. 시즌 중반에는 9번 타순까지 내려갔다. 벨린저가 다저스의 기대를 저버리자, 다저스도 벨린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우완 투수가 선발 등판했지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결국 다저스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벨린저를 논텐더로 풀었다. 사실상 방출이었다. 본의 아니게 1년 더 빨리 FA가 된 벨린저는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직 27살의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팀이든 충분히 긁어볼만한 복권이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이미 여러 팀이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년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벨린저가 살아나면 대형 계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벨린저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홍보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제2의 출발을 해야 하는 벨린저는 시카고 컵스를 선택했다. 컵스와 1년 1750만 달러를 계약을 맺었다(재기상 수상 보너스 100만 달러). 예상 연봉 1800만 달러와 큰 차이가 없는 액수다. 올해 연봉은 1250만 달러지만, 2024년 상호 옵션에 걸린 바이아웃이 500만 달러다. 벨린저가 아무리 못해도 컵스가 옵션을 거절하면 바이아웃 5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벨린저가 뛰어난 성적을 올려서 선수 측이 옵션을 거절하면 바이아웃 500만 달러는 사라진다. 양측이 옵션을 받아들이면 벨린저는 내년에 연봉 2500만 달러를 받고 컵스에서 뛰지만, 일반적으로 상호 옵션이 실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벨린저는 컵스에서 옛 은사와 재회한다. 타격 코치 보좌 자니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다저스 팜에서 유망주들을 관리했다. 이때 워싱턴이 지도한 선수 중 한 명이 벨린저다. 벨린저도 컵스에 와서 가장 반가운 인물로 워싱턴을 꼽았다. 타격 코치 더스틴 켈리도 다저스 출신으로, 벨린저는 두 코치들과 함께 부활을 노린다.

벨린저에게 반가운 소식은 하나 더 있다. 올해부터 메이저리그는 내야 수비 시프트를 보다 엄격하게 규제한다. 내야수 4명이 내야 경계를 벗어날 수 없고, 한쪽으로 치우친 포메이션도 구성할 수 없다. 그동안 시프트에 가로막혔던 타구들이 내야를 뚫고 나갈 것이다.

지난해 벨린저는 전체 타석에서 시프트가 적용된 타석의 비중이 90.5%에 달했다. 규정 타석을 충족한 타자들 중 벨린저보다 시프트 타석 비중이 높은 타자는 코리 시거(92.8%)와 카일 터커(90.9%)뿐이었다. 벨린저는 시프트 적용 유무에 따른 성적 편차가 시거와 터커만큼 극명하진 않지만, 시프트가 제한됨에 따라 성적 상승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벨린저도 직접 바뀐 규정에 대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실패가 없는 성공은 없다. 벨린저의 이른 성공은 이른 실패 속에 묻히고 말았지만, 벨린저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길 바라고 있다.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다가오는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