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눈맛 다 잡은 게임… e스포츠 열기 ‘e글e글’ [S스토리]

정필재 입력 2023. 2. 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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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e스포츠
스타·롤 등 게임에서 승부 겨루는 경기
경쟁성·전문성 등 스포츠 특성 부합해
2023년 항저우AG선 8개 종목 정식 채택
2000년대 韓서 ‘프로게이머’ 직업 태동
2022년 롤드컵 우승 등 국내 리그 각광
게임 중독 등 우려에도 시장 점점 팽창
연평균 11% 성장… 2024년 16억弗 전망
NC소프트 시총 10조… K팝 제작사 훌쩍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매일 게임만 하고 있어요.”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게임이 아니라 e스포츠’라고 우기며 PC 앞에 앉아 있는 어린 세대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들은 ‘땀을 흘려야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여기서 생기는 의문. 게임이 정말 스포츠일까. 기성세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서서히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대한체육회는 2021년 12월27일 한국e스포츠협회를 준회원으로 승인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022년 2월11일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을 준가맹단체로 인정하며 스포츠로서 e스포츠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모습.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제공
◆e스포츠가 뭔데?

e스포츠는 쉽게 스타크래프트(스타)나 리그 오브 레전드(롤) 같은 게임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 역시 2012년 전자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e스포츠법)을 통해 ‘게임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e스포츠는 한국에서 태동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1990년대 후반, 정부는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들기 위해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했고 1998년 3월 미국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e스포츠가 꿈틀댔다. 이후 당구장과 만화방을 찾던 젊은이들은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들이 온라인에서 스타 실력을 겨루면서 e스포츠가 시작됐다.

2000년에는 ‘온게임넷’처럼 게임을 중계해주는 채널이 등장했고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가 탄생하기도 했다.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홍진호 등은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렸다. 시장을 눈여겨본 대기업도 e스포츠 후원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 세계 최초 다종목 국가 대항 e스포츠대회인 WCG(World Cyber Games)를 개최했고, SK텔레콤은 2004년 게임단을 창단하며 파이를 키웠다.
◆e스포츠가 왜 스포츠?

e스포츠는 학자들이 정의하는 스포츠의 조건을 갖췄다. 불확실성과 규칙성, 경쟁성은 물론 평등성과 전문성, 합리성, 기록추구성 등 스포츠가 갖는 특성에 부합한다. e스포츠 경기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일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e스포츠 선수들은 경쟁을 펼치며 지켜보는 이들에게 고유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경기 결과가 매번 불확실하다는 점 역시 스포츠와 다를 게 없다. 또 감독과 전력분석원 등 스태프가 성적을 내기 위해 팀을 이룬 점도 스포츠와 같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 다양한 종목이 아시안게임에 등장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롤과 스타2 등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올해 열릴 항저우 대회에서 e스포츠 8개 종목은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았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선정된 만큼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는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각종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신체단련 과정이 없다거나 교육과정에서 불거질 문제, 중독, 폭력성 등을 우려하며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 얼마나 큰데?

논란 속에도 e스포츠 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9억5750만달러였던 e스포츠 시장은 2024년 16억1770만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1.1%에 달한다. 특히 e스포츠를 시청하는 인구는 같은 기간 3억9780만명에서 5억7720만명으로 45.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에서도 e스포츠 미래를 밝게 평가하고 있다. 3일 개장 전 기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트와이스, 에스파 등을 탄생시킨 국내 4대(하이브·SM·JYP·YG) 엔터테인먼트사 기업가치 합이 12조7555억원 수준인데, ‘리니지’로 유명한 NC소프트 시가총액은 10조2306억원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낸 크래프톤 기업가치는 8조9612억원에 이른다. 시장이 K팝 제작사보다 e스포츠 기업가치를 더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롤은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시청자 수 기준 최대 규모 e스포츠대회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2022 롤드컵 결승전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514만명이 동시에 시청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올 시즌 롤드컵은 국내에서 열린다.
롤드컵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
◆e스포츠, 한국 수준은?

국내외에서는 ‘스포츠’처럼 리그가 운영된다. 롤 프로게이머들은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휴식기를 보낼 뿐 1월부터 11월까지 끊임없이 일정을 소화한다. 롤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롤드컵 선발전 등을 거치며 시즌을 치러야 한다.

롤챔스에는 SK텔레콤과 한화생명, 농심 등 대기업이 후원하는 10개 팀이 참전한다. 리그 수준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평가답게 뛰어나다. 롤챔스는 중국어와 베트남어, 영어, 불어 등 6개 언어로 생중계될 정도다.

성과도 내고 있다. 2011년 시작된 롤드컵에서 국내 팀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2020년과 2022년에도 우리나라 팀이 왕좌에 올랐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을 앞세운 우리나라 롤 대표팀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항저우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노린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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