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복? 한국에 단단히 뿔난 이유 따로 있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3. 2. 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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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보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더 민감
‘한국 외교, 親美·反中으로 가나’ 강한 의구심 드러내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월31일 중국 민용항공국은 한중 노선에서 운항하는 한국과 중국 항공사에 통지를 보냈다. 2월1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중국 직항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에 대해 입국 직후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1월8일부터 중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이의 시설 격리를 폐지하면서 입국자에 대한 PCR 전수 검사도 없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서 입국하는 승객에 한해 PCR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1월27일 한국이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을 2월28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조치에 대한 외교 보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춘제(春節) 연휴가 끝난 직후인 1월30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암시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마오닝 대변인은 "개별 국가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대등 조치를 취할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조치에 대한 '대응 원칙'의 외교 보복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3국간 코로나 방역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국과 일본은 각각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가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에서 입국하는 단기 입국자에 대한 PCR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자 1월10일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응해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 일본 국민에 대한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및 홍콩·마카오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CODE·큐코드) 의무 등록 시행 이틀째인 1월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중국發 전용통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당초 일본에 더 강력했던 중국의 외교 보복

한국과 일본이 중국발 단기 입국자에 대해 PCR 전수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똑같다.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 10여 국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음성 결과 제출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한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을 제외한 중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이다. 1월27일의 조치는 이것의 연장선이었다. 이는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했다. 당초 중국의 보복 조치는 일본에 더 강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단기 비자만 발급을 중단했지만 취업·유학 등 장기 비자는 여전히 발급했다. 그에 반해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공무·예우 등을 제외한 모든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그렇기에 중국의 보복 조치 직후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외교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중국과 계속 소통하겠다"고 말했지만, 일본 외무성은 강력히 항의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중국의 비자 발급 제한 조치가 '대응 원칙'이 아닌 비과학적인 외교 보복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자 중국도 이에 반응했다. 1월29일 중국은 일본인에 대한 일반 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일반 비자의 발급을 중단한 지 19일 만이다. 한국에 대해선 여전히 중단을 유지했다. 이런 중국의 조치는 외교적 '대응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PCR검사를 실시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중국인의 입국을 막는 비자 발급 제한을 취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중국의 유화 조치는 한국이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제한을 연장한 지 이틀 뒤에 이뤄졌다. 중국이 자국민에 대한 방역 조치와 입국을 제한하는 '개별 국가'에 대해 '개별 맞대응'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과 내용을 명확하게 짚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직 한국에 대한 중국의 '치졸한' 외교 보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래 일어난 '혐중' 감정에 기댄 행태였다.

때문에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실제 어떤지, 그리고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실제적인 불만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월말 춘제 연휴를 전후해 이뤄진 중국인들의 귀향과 복귀로 코로나19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허난(河南)성은 코로나19 감염률이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모두 90%를 넘어섰다. 중국 전체 감염률도 8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고 이제는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이는 1월25일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발표한 '전국 코로나19 감염 상황' 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PCR검사 코로나19 양성률은 지난해 12월25일 29.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23일에는 5.5%로 하락했다. 이는 병원 현장의 필수인력에 대한 정기 검사와 일반인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 결과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내 사망자는 1월4일 427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월23일 896명으로 감소했다. 

서구로부터 가장 큰 우려를 샀던 변이 바이러스 출현 문제도 거론했다. 최근 4개월간 1만8906명 감염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2 감염률이 70.8%, BF.7 감염률이 23.4%를 기록했다.

다행히 아직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중국 당국의 보고서 공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도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각국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방역을 강화한 현실도 작용했다. 물론 여전히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보고서를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하더라도, 이제 중국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집단적 면역을 달성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다만 몇 개월 뒤에 면역력이 약화되고 확산력이 더 높은 XBB 등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고 있다.

정작 봐야 할 큰 그림을 놓치는 한국 언론

중국 대륙의 코로나19 상황이 이렇듯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현재 중국이 한국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거나 정치적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은 다른 데 있다. 1월31일 중국의 유수 언론들이 한국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이나 PCR검사 조치 등이 아니었다.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뒤 발표한 한미 국방장관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이었다. 여기서 중국 언론이 주목한 것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더 많이 전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사안 중 하나였다. 또한 최근 한국의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의식한 결과이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이런 한국 내 분위기까지 자세히 짚으며, 미국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경우 그 견제 대상이 북한만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또한 몇몇 SNS 매체는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기보다는, 오직 친미(親美)·반중(反中)으로 외교정책 방향을 정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따라서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한국을 비난하는 중국 네티즌의 거친 목소리가 비등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한 달이나 더 연장하는 등 대중(對中) 적대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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