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상간·가학성교로 가득한 ‘이 소설’...프랑스가 60억에 사간 이유는? [사색(史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입력 2023. 2. 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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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7] “세상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불순한 이야기.”

소설은 꺼림칙한 소재로 가득합니다. 동물과 거리낌 없이 수간하고, 납치한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강간과 윤간을 거듭하지요. 근친상간, 소아성애, 신성모독, 가학행위에 이은 엽기적 살해는 덤입니다. 세상 모든 성도덕을 부정하는 극단의 것들이 나열돼 있죠. ‘야설’로는 부족하고, 고어물 중의 고어물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활자중독자들마저 “한 장 한 장 넘기기 힘들다”고 할 정도니까요.

사드 후작의 말년을 그린 영화 ‘퀼스’의 한 장면. 사드의 삶은 변태적 성욕으로 가득했다.
이 문제적 저작의 이름은 ‘소돔 120일’, 저자의 본명은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입니다. 우리에게 ‘사드 후작’(Marquis de Sade)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죠. 성적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락을 얻는 ‘사디즘’이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 왔습니다.

5년 전이었습니다. 사드 후작이 쓴 ‘소돔 120일’의 육필 원고가 프랑스 파리 경매시장에 나왔습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그 즉시 경매 중단을 명합니다. “프랑스의 보물”이 경매를 통해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450만 유로, 우리 돈 약 60억원에 이 작품을 사들입니다. 야설을 국고로 사들인 셈인데, 극악의 고어물을 거액에 사들인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드 후작과 그의 변태적 작품인 ‘소돔 120일’에 어떤 가치가 있었던 걸까요.

사드 후작이 바스티유 감옥에서 쓴 ‘소돔 120일’ 친필 원고.
극악의 고어물 ‘소돔120일’
프랑스 정부의 속뜻을 알기 위해, 소돔 120일의 줄거리를 열어 봅니다.

“10대 소녀를 납치해 오게. 우리는 그들과 밤새도록 강제로 성교를 할 거야. 때론 때리면서, 때론 맞으면서. 가능하면 소년들도 데려오면 좋겠군. 남색이 주는 황홀경도 놓칠 수 없거든.”

펭귄북스가 발행한 사드 후작의 ‘소돔 120’일. 사드가 변태적 성욕으로 종교를 조롱했듯, 엉덩이 사진으로 십자가를 형상화했다.
태양왕 루이 14세 치세 말기였습니다. 지배계층 넷이 중세 고성 ‘샤또 드 실링’에 모입니다. 귀족과 성직자, 전직 판사, 은행가인 이들은 4개월 동안 ‘극한의 쾌락’을 맛보기로 모의하지요. 네 명의 나이든 포주가 도우미를 자처했습니다. 여덞 악마는 10대 초반 8명의 소년과 8명의 소녀를 납치합니다. 지배계층 4인의 “정욕을 채우기 위해서”였지요.

이들의 가학성은 ‘크레센도’(점점 강하게)로 나아갑니다. 첫 모임 11월 한달 동안은 납치한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수음의 단계를 밟다가, 12월부터는 본격적인 강간이 시작됩니다. 종국에는 산 채로 아이들의 가죽을 벗기고, 배변을 먹이며, 임신한 여성의 배를 가릅니다. 가학성교로는 더 이상 만족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돔 120일’의 실제 배경이 된 프랑스의 라코스테 성. 사드 후작은 이곳에서 실제로 미성년자들을 납치해 가학성교를 자행한 걸로 전해진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폐허가 됐다가, 최근 유명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사들이면서 재정비 됐다. 이후 해마다 예술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사드는 지금까지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작품을 닮은 저자 ‘사드의 삶’
“더 많은 성적 자극이 필요해.”

저자인 사드 후작의 삶도 자신의 작품만큼은 아니지만 성적인 방종의 극치를 달린 인물입니다. 성매매 여성과 관계를 갖다가 채찍을 휘두르고 불에 달군 쇠로 가학행위를 했습니다. 그가 귀족 여성과 결혼한지 9개월 만이었습니다. 1786년에는 독일인 미망인 로즈 켈러를 “가사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꾀어 성폭행해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영화 ‘마르퀴스 드 사드 쥐스틴’의 한 장면.
4년 뒤, 마르세유에서 성매매 여성 4명을 불러 집단 성관계를 감행합니다. 남자 하인인 라투르와 성교도 서슴지 않았지요. 결국 당국의 수사에 쫓기게 되는데, 이때 애인 로네이와 이탈리아로 도망을 갑니다. 놀라운 건 로네이가 사드 후작의 처제(직업은 수녀)였다는 사실이었죠. 그의 변태적 성행위를 예의주시하던 프랑스 당국이 그를 뱅센성에 가두는 데 성공합니다. 1778년이었습니다.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만 레이가 상상해 그린 사드의 초상화. 노년이 된 사드가 자신이 갇혀 있던 바르세유 감옥이 불타는 장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다. 사드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루에 8번 이상을 자위행위 한다”고 기록했다. 또 자신의 일기장에 총 6536번의 항문자위를 했다고 썼다.
그의 광기는 문제적 소설을 탄생시켰다
몸의 자유가 묶일 수록, 그의 머릿속은 변태적 성애로 더욱 들어찼습니다. 그 에너지를 소설로 쏟아내기 시작하지요. 이 첫 작품이 바로 ‘소돔 120일’이었습니다.

1785년 그가 바스티유 감옥에 있을 때, 두루마루 종이를 모아서 변태적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숨기곤 했습니다. 당국에 소설 내용이 전해지면 다시 처벌당할 것을 우려해서였죠. 실제로 나폴레옹은 “이 변태소설의 익명작가를 당장 체포하라”고 했을 정도로 사드의 작품을 혐오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소돔 120일’을 집필하고, ‘신 쥐스틴, 미덕의 불행’(1791년), ‘쥘리에트, 악덕의 번영’(1797년) 역시 탈고합니다. 성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사드의 또 다른 대표작 ‘쥐스틴 미덕의 불운’ 초판 첫 페이지. 감옥에서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나폴레옹은 이 작품을 혐오해 사드 후작의 체포를 지시한다. 사드는 그 이후 정식재판 없이 13년간 구금됐다.
철학자들에 조명받기 시작하는 사드
“사드는 시대의 뮤즈”

당대의 악동이었던 사드 후작은 20세기 들어 점점 지지를 얻습니다. 변태적 소설로 보이는 그의 텍스트에서 철학적 영감을 도출해내면서입니다.

‘소돔 120일’은 당시에는 변태 소설로 폄훼당했지만(물론 지금도 대부분 평이 그렇습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철학자들이 당대의 성과 도덕에 관한 모든 기준을 무너뜨렸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소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희소성’도 사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죠.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가장 자유로운 영혼”(소설가 기욤 아폴리네르)이라거나 “사랑의 상상력을 해방시켰다”는 극찬도 나왔습니다.

사드 후작의 젊은 시절을 그린 초상. 프랑스 화가 샤를 아메데 필립 반 루가 그린 작품이다.
150년 동안 헐뜯음을 당해 오며 금기시 됐지만, 20세기를 맞아 전격적인 복권이 이뤄진 셈입니다. 20세기 초반 예술의 주축이었던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드는 우리에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까지 하죠.

프랑스 정부가 60억원의 거액을 쾌척한 배경에는 이같은 문화적 조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기존에 없던 것이라고 해도, 소돔120일처럼 윤간·고문·근친 등 엽기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소설이 높은 평가를 받다니요.

1912년 H.biberstein이 그린 사드 후작의 모습. 기욤 아폴리네르가 편집한 사드 작품집(1912년)에 수록됐다. 20세기 철학계가 사드를 주목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사드의 고립주의...인간의 심연을 건드린다
사드의 내면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복겠습니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철학적 변태’였습니다.

이상성욕자였지만 그에겐 고립주의(isolisme)라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고립주의란 “이 세상은 모두 고립된 존재기 때문에, 타자의 극심한 고통은 나 자신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반면, 스스로가 경험하는 아주 미미한 쾌감은 큰 감동을 준다”는 명제였지요.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없이 극단적인 쾌락만 추구하는 이유였습니다.

사드 후작의 ‘소돔 120일’을 영상화한 영화 ‘살로, 소돔 120일’ 중 한 장면. 시대적 배경을 나치가 지배한 근대 이탈리아로 바꿔 그렸다. 지배층 4인이 소년, 소녀를 납치해 집단 강간, 고문 후 살해하는 기본 포맷은 동일하다. 극단적인 성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영화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편’에 뽑혔다.
사드의 고립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통찰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학살에는 무관심하지만, 우리 삶 속 작은 쾌락엔 크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를 봐도, 고립주의적 해석에 힘이 실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나치가 웃는 모습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 저지른 잔혹한 모습은 또 어떻고요. 광기의 폭력에 침묵한 선진국들의 위선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일본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침공하면서 벌인 대학살의 한 장면. 일본군인이 칼로 시민의 머리를 벤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은 제국주의, 제 1,2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히 깨졌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까지, 인간의 이성을 믿은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이제 인간의 내면 심연에 담긴 악에 주목할 시간이었죠. 계몽주의의 철학자 루소의 명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폐기 처분에 놓였습니다. 사드가 “인간은 쾌락 뿐”이라면서 내세운 정반대의 인간상이 보다 현실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사드를 그저 ‘광인의 야설작가’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드 이후 사디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됐다. 사진은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화 ‘세브린느’의 한 장면. 카트린 드뇌브가 잔학행위에 몸을 내맡기며 욕망을 실현하는 주인공 역을 맡았다.
사드의 저작에 페미니즘이 녹아 있다고?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벌한다?, 그건 자연에 위배되는 말이야. 자연은 언제나 쾌락만을 권장하거든.”

사드 작품의 놀라운 점은 페미니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작인 ‘신 쥐스틴’과 ‘쥘리에트’가 그렇습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보겠습니다. 자매인 쥐스틴과 쥘리에트는 선과 악을 대표하는 정반대의 인물이죠. 쥐스틴은 착하고 예의 바르며, 총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언니인 쥘리에트는 품행이 방정맞고, 색욕에 가득한 여성이었죠.

악녀의 번영을 그린 책 ‘쥘리에트’내 삽화. 우정을 헌신짝처럼 여긴 쥘리에트가 공모자와 함께 자신의 친구를 베수비오 화산에 던지는 모습이다.
전형적인 소설이라면, 쥐스틴은 흥하고, 쥘리에트는 벌을 받을 겁니다. 사드는 노골적으로 권선징악을 비웃습니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쥐스틴은 그들에게 빼앗기고 폭행당하면서 결국 강간까지 당하지요. 선인 쥐스틴의죽음을 묘사한 대목은 사드의 가치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입으로 들어간 번개가 질을 통해 나왔다. 하늘의 불이 휩쓸고 지나간 두 갈래의 길 위로 끔찍한 빈정거림이 지나간다.”
쥘리에트는 어떤가요. 자신의 몸을 파는 데 주저함이 없고, 거기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합니다.(그는 친아버지를 유혹해서 성관계를 맺다가 머리에 총을 쏘기까지 합니다.) 동성애와 난교파티를 거리낌 없이 하는데도, 그의 삶은 최상위 권력으로 승승장구합니다. 교황과도 성관계를 맺는 인물이었으니까요. 쥐스틴의 제목에 ‘미덕의 불운’이, 쥘리에트의 제목에 ‘악덕의 번영’이 붙은 배경입니다.
프랑스 페미니스트 시몬 드 보부아르는 ‘Must we burn sade?’(우리가 사드를 불태워야 하는가)란 작품에서 사드의 철학 세계를 탐구한다. 보부아르는 사드를 이렇게 평했다. “성적 본능과 실존에 관련에 대해 놀랍도록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일부 페미니스트가 쥘리에트를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합니다.기존 남성들의 ‘창녀’에 관한 선입견을 해체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드 이전의 작가들은 “여성은 본질적으로 정숙한 존재로 창녀들은 그들을 팔아넘긴 사악한 부모들의 희생양”으로 그렸습니다. 이면에는 여성들은 본성적으로 정숙하고, 성에 관심이 없는 존재라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죠.

사드 후작의 작품의 창녀들은 당대의 여성관을 완전히 전복해 버립니다. 그들은 배신이나 유혹을 당한 것도, 교활한 포주에게 속아서 악의 세계로 들어온 성관계 경험이 전무한 시골 처녀도 아니었습니다. 당당히 자신의 의지와 욕구로 창녀가 되길 원하는 존재들이었죠. ‘쥘리에트’의 대사는 새로운 여성관을 여실히 대변합니다.

“내가 창녀였다고 공개적으로 선언되었으면 좋겠어.내 몸을 파는 것을 금지하는 그 비위에 거슬리는 서약을 깼으면 해.”
그의 작품에서 벌어지는 성관계에서도 성역할의 전복이 수시로 일어나는 점도 페미니즘 요소로 여겨집니다. 가학적인 성관계에서 사드는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공식을 거부합니다. 때로는 여성이 채찍을 남성에게 휘두르며 가학적으로 다루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당시의 성관념으로는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전위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포르노가 여성의 육체를 대상화한다고 반대한 입장과는 달리, 오히려 포르노 작품을 통해서 전복적인 여성상을 구현해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페미니스트인 안젤라 카터는 “사드적 여성”이란 이름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드의 작품 속에는 여성이 폭력의 주체로, 남성이 객체로 전락하는 장면이 많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사드가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사진은 벨기에 예술가 Luc Lafnet의 Dresseuses d‘Hommes (1931). 제목은 우리말로 훈련시키는 사람이란 뜻이다. 남성이 채찍을 든 여성에 복종하고 있는 모습.
문학의 여성관을 전복한 한국판 사드...‘광마’ 마광수
‘순수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선입관을 전복한 소설가가 이 땅에도 있었습니다. ‘광마’ 고(故) 마광수입니다. 그의 문제작 ‘즐거운 사라’가 30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었죠.
1992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문제적 작품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오늘은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가질까”

작품에서 여주인공 사라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여러 남성 때로는 여성과도 잠자리를 가집니다. 자신의 파트너가 죽었는데도 심리적 충격을 받지 않는 존재로 그려지죠. 그리곤 다시 새로운 잠자리 상대를 찾아 나섭니다. 기존 문학이 그린 여성상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그는 사드를 닮았습니다.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 20년 후, 대한민국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소돔 120일’의 번역본을 음란하다는 이유로 배포 중지와 수거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치 평행이론처럼 말입니다. (마광수와 사드의 사유는 무신론, 반금욕주의 등 여러 분야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소설 ‘즐거운 사라’가 형법 제243조 및 244조의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마광수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는 마광수가 ‘야한 소설’을 썼을지언정, 성폭행 관련 범죄를 한번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재평가들이 나오기도 한다. 겉으로는 정의와 여성인권을 외치면서 뒤로는 수 많은 추행을 거듭한 문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광수와 사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이 듭니다. 하지만 마 교수가 생전 남긴 문학관은 우리에게 그들의 ‘야설’을 ‘낯설게’하는 여운을 남깁니다.
“문학은 백성들을 가르치고 순치시키는 도덕교과서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학이 근엄한 교사, 또는 사상가의 역할까지 짊어져야 한다면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은 질식하고 만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이다.”
<참고문헌>

ㅇ쟝-자끄 뽀베르, <살아있는 사드>, 문학세계사, 1993년

ㅇ샹탈 토마, <사드, 신화와 반신화>, 인간사랑, 1996년

ㅇ린 헌트 외, <포르노그라피의 발명>, 책세상, 1996년

ㅇ김혜영, <향유의 주체되기: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출현한 사드적 여성>, 국제한인문학23집, 2019년

<네줄요약>

ㅇ가학성애를 일컫는 ‘사디즘’의 주창자 사드는 소돔120일 등 변태 소설로 유명했다.

ㅇ20세기 초부터 그의 소설이 철학적으로 ‘복권’되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도 그를 주목했다.

ㅇ성에 자유로운 여성상을 제시한 점에서 사드는 고(故) 마광수와 닮았다.

ㅇ소설로도 읽지말고, 영화도 보지말자. 정신건강에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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