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금리인상이 적절했는지 챗GPT에게 물었더니…대답은?

김은정 기자 2023. 2. 4. 1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arket Watch]
사진=Getty Images Bank

“최근 미국의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의 계속된 금리인상은 적절한가?”

“최근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연속적인 금리 인상은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다양한 요소, 즉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성장률, 고용 등에 기반한 것이고, 연준의 금리정책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금리인상의 적정성 여부는 추후 나올 경제 지표들을 통해 사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겠지요.”

“다음번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금리를 인상할까?”

“예측하긴 어렵지만, 연준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두 가지 목표(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를 충족하기 위해 적절한 금리를 조정합니다. 시장의 기대와 경제 전망이 ‘기대치’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하지만, 연준은 자체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결정을 내리죠. 최선의 행동 방침은, 다음번 FOMC를 앞두고 나올 공식 성명과 경제 데이터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입니다.”

화제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게 우문(愚問)을 던졌더니, 돌아온 현답(賢答). 연준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올해 첫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나스닥을 중심으로 기술주가 급등했다. 그간 금리인상에 눌렸던 기술주 투자자들은 마치 금리인상이 끝난 것처럼 환호했다.

하지만 챗GPT도 알고 있듯, 연준은 시장의 기대나 반응과는 상관없이 ‘원칙적으로는’ 일단 경제지표를 놓고 금리인상을 이쯤해서 멈출지 0.25%라도 더 올릴지 판단하려 할 것이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3월 FOMC에서 0.25% 인상 확률을 84.1%, 동결 확률을 15.9% 반영하고 있다(한국시각 3일 오후 6시 기준).

◇'매둘기’ 파월과 제 갈 길 가는 시장

FOMC 후 이틀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즉 물가상승률의 지속적인 둔화를 뜻하는 이 단어를 파월이 처음으로 꺼내 들며, 45분 기자회견 중 15번이나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인척 했지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내비친 ‘매둘기’같은 파월의 모습에서 투자자들은 피봇(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머지 않았음을 간파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달러화 지수도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1일 미 국채는 전 구간 하락했는데, 2년 물은 장중 전날보다 0.11%포인트 내린 4.09%까지 하락했다. 시장이 향후 2년 내 현재 기준금리에서 적어도 2번 이상의 금리 인하가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는 뜻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결정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로이터·연합

다음 주(6~10일) 미국 고용관련 핵심 지표 발표는 예정된 게 없다. 7일 발표될 10월 미국 무역수지는 전월(610억 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68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하루 전날인 6일에는 OECD 경기선행지수, 유로존 11월 소매판매 등이 발표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다음번 회의가 있는 3월에도 같은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물가 인상 압박이 강한 유럽은 미국과 달리 아직 감속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CVS헬스 CME그룹 등이 8일에, 월트디즈니와 필립모리스, 켈로그, 폴로 랄프로렌 등이 9일에, 페이팔과 익스피디아 등이 10일에 각각 실적을 내놓는다. 먼저 실적을 발표한 애플 알파벳 구글 등이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처럼, 나머지 대형사들도 시원찮은 숫자를 내놓을 경우 투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물가·무역수지가 골치

나라 밖에 관심이 많지만, 정말 문제는 우리나라다. 물가가 뚜렷하게 꺾이기 시작한 미국 등과 달리, 한국 1월 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5.2%로 석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무역수지도 비상이다. 1월 수출이 전년보다 16.6% 줄어 무역수지 적자폭(126억9000만 달러)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크게 부진한 게 원인이었다. 1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19.8%. 이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진 건 2004년(19.6%)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디자인랩 한유진

그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잠근 탓도 있겠지만, 이것이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018년 26.8%를 정점으로 대중국 수출 비중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 품목 순위를 보면, 최근 반도체와 IT 관련 품목 비중이 점점 커져, 미-중 갈등 같은 요인에 더욱 취약해졌다. 한국은행 김웅 조사국장은 “우리나라는 수출입 비중이 중국(25%)과 미국(16%)을 합한 게 40%에 달한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55%가 중국으로 가고, 자동차는 40%가 미국으로 간다”며 우리나라가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그간 낙폭이 컸던 종목들을 위주로 주워담고 있다. 이들은 중국 리오프닝 수혜국가로 역시 인접 한국·대만을 꼽았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을 바라보며 선전 중이다. 1월 외국인 순매수(6조4000억원)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조만간 수출 감소세가 바닥을 찍고 돌아선다면 외국인 순매수도 더 이어지겠만, 그렇지 않다면 주식시장 색깔은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