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입양인이 아니었다면, 30대에 자살했을까요?"

2023. 2. 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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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⑭ 입양인들의 자살, 누구의 책임인가

[kim thompson/김종예 해외입양인]
친애하는 한국.

나는 내 친구 미아(Mia, 가명)에 대해 모든 걸 말하고 싶지만 그녀가 더 이상 여기 없어서 그녀의 것이 무엇이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다시 말하는 것을 그녀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우정에 대한 내 경험과 내가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것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미아는 나와 같은 입양인이자 친구였습니다. 우리는 2013년이나 2014년쯤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내가 그곳에서 생활한 지 5년쯤 됐을 때 입니다. 미아는 서울에 있는 많은 입양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했고 영어 작문 및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프리랜서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입양되어 자란 나라에서 출판사 기자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대단히 재능 있는 작가이자 사진 작가였습니다.

미아는 특이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내가 만난 어떤 어린이나 성인보다도 더 마시멜로를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황홀경에 빠질 정도로 마시멜로를 사랑했습니다. 양꼬치를 파는 가게에서 그녀는 뜨거운 숯불 위에서 회전하는 틀에 마시멜로를 굽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자신을 행복하게 했는지 말하며 웃곤 했습니다. 미아는 그녀만의 독특한 자아가 있었습니다. 음식과 카페에 관한 한 미아는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다이소에서 마시멜로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가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그 마시멜로가 그녀가 자란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한국에서의 삶을 더 쉽게 만들었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미아는 재미있고 친절하며 사려 깊고 시간과 돈에 대해 엄청나게 관대했습니다. 그녀는 언젠가 나의 파트너와 내게 요시다 양조장의 두가지 특선 사케를 찾아내어 선물했는데, 우리가 다큐멘터리 <사케의 탄생>(The Birth of Sake)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깊이 돌보고 쉽게 감사를 표했으며 함께 어울리는, 어느 모로 보나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아직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웃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아는 밴드 '넬'을 사랑했고 그들을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끊임없이 말하곤 했습니다. 그녀는 반복해서 들었던 그들의 앨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너무 너무 좋아"라고 간절히 외쳤습니다. 그녀는 삶, 예술, 여행, 새로운 경험, 좋은 음식, 그리고 마시멜로를 사랑하는 지적이고 명료하며 창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미아는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매우 깊은 인식과 이해를 갖고 있었고 건강해지기 위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녀는 필요한 전문적인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녀는 진단 받은 우울증 증상을 긍정적으로 이용했는데, 우울증이 자신을 훨씬 더 타인과 공감하는 존재로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그녀의 언론인으로서의 전문직 경력과 사적 관계를 맺는 방식을 통해 이런 점이 드러났습니다. 미아는 입양인들에게 너무 흔한 트라우마와 비극을 경험했고,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는 미아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였다는 것을 한국인들에 말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삶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었고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미아는 함께 있는 사람들을 보고, 듣고, 사랑하고 보살폈습니다.

그녀가 목숨을 끊은 지 4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그리워 할 것입니다.

내가 가능한 확실하게 한국인들에게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그녀의 자살을 그녀를 수출한 입양기관이 알게 된다면, 그들은 재빠르게 그녀의 입양부모, 그녀의 상황, 그녀의 환경, 그녀의 트라우마, 그녀의 정신 건강 등을 비난할 것입니다. 입양기관은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이나 이 세상에 머물 수 없다고 느끼는 모든 "이유"에 대한 근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입양기관은 "가끔" "나쁜" 입양부모가 그들의 시스템을 통과하는 이 불행한 현실이 "드문" 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들은 입양인이 비입양인보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할 가능성이 4배 더 높다는 통계(well-researched and known statistic)에 대해 고의로 무지와 묵살을 통해 완강히 거부할 것입니다. 그들은 미아의 정신 건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으며, 그녀는 필요한 도움을 스스로 받았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들은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매우 안 좋은 일이라 말할 것이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녀가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는 것보다는 재정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사회 및 정부가 지원한 한국의 입양시스템을 통해 미아를 그녀가 자란 서양의 입양가족에게 배치한 것은 입양기관이었습니다. 미아에게 필요한 신체적, 감성적 안전과 지원은 우선 순위가 아니었고 소중히 여겨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녀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녀의 책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생존에 대한 책임, 성공하는 방법 배우기, 성인이 되어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기, 자신의 문화적, 인종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포용하기, 언어를 시도하고 배우기, 자신의 출생 가족을 찾거나 찾지 않는 것 등, 이 모두가 그녀가 감당해야할 책임이었습니다. 미아의 가족, 문화, 정체성에 대한 타고난 권리는 그녀가 아기였을 때 그녀의 동의 없이 바로 팔렸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엄청난 재정적 이익에 대한 대가를 치르러 떠나야 했습니다.

친애하는 한국, 나는 원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입양인들과 마찬가지로 미아가 입양기관, 입양부모 및 비입양인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너무 씁쓸하고 화가 난 것 같군요. 당신은 더 감사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은 한국에서 고아로 자란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당신은 한국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서양에서 자란 것이 정말 행운입니다. 당신의 삶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나는 당신이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양인으로서 우리가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아무리 강하거나 우리를 대변하는데 적극적이더라도, 몇몇의 우리 입양부모가 아무리 "완벽"하다 할지라도, 이런 말들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현재 "가스라이팅"이라고 알려진 이런 말들은 우리에 대한 부정, 묵살, 축소의 인식과 태도를 표현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온전함, 선함, 사랑, 감사, 자아, 가치관에 의문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부유한' 서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 조상의 뿌리, 언어 또는 문화를 몰라도 괜찮은 배은망덕하고 매정한 인간일 수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나를 포함하여 내가 아는 어떤 입양인도 진정으로 이렇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항상 우리에게 있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미아를 얼마나 지치게 했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녀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인 부분에서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감정적인 대가를 치러야했습니다. 

친애하는 한국, 미아가 목숨을 끊었을 때, 한국 사람들은 거리에서 검은 옷을 입고 큰 소리로 울부짖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까지 재정적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서구로 수출하는, 당신의 땅에서 운영되는 입양기관은 신에게 미아의 영혼에 용서를 구하면서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통곡하던 사람들은, 미아의 자살로 인한 가슴 아픈 슬픔과 고통에 무릎을 꿇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있는 사람들은, 입양의 생존자인 우리 입양인들이었습니다. 당신은 알 것입니다. 입양인 20만 명 중 한 명을 자살이나 중독 또는 학대로 잃게 될 때, 우리 입양인들에게 그 손실은 깊고 집단적이고 영구적인 것입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내 삶에서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그녀의 부재를 느낍니다.

한국, 나는 당신을 향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아가 삶을 끝내기로 한 결정이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이 항상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 그녀는 결국 마지막에 그 선택을 했지만 그녀의 입양기관이 그녀를 손에 넣어 팔아서 당신의 땅으로부터 입양부모에게 보낸 날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지막으로 이끈 많은 선택은 다양하게 이뤄졌습니다. 

네, 미아가 그녀의 친가족과 고향에서 자랄 수 있었다고 해도 정신건강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친가족과 자랄 수 있었다면 그녀에겐 강제 유기 입양의 트라우마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30대 후반에 목숨을 끊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미아가 죽었을 때,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입양인 그룹은 또 다른 친구를 잃었습니다. 또 한국, 내 사랑하는 한국은 문학, 예술 및 문화의 풍요로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훌륭한 여성, 훌륭한 딸, 훌륭한 자매, 훌륭한 이모, 훌륭한 파트너, 훌륭한 마음, 그리고 훌륭한 한국인을 잃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한국, 미아가 입양기관이 행한 입양으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로 목숨을 잃었을 때, 당신은 당신의 자녀 중 한 명을 잃었습니다.

▲이 글을 쓴 kim thompson/김종예. ⓒ 필자 제공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작년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kim thompson/김종예 해외입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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