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엉터리 구직자’ 막겠다는 정부, 얼마나 되길래?

임주현,강혜림 2023. 2.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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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실업급여 제도를 대폭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업급여 수급 기준을 강화하고 현금(급여) 지원보다 재취업 촉진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실직해 재취업 활동을 하는 동안 정부가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줄이고 재취업 기회를 지원해 노동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상당수 수급자들이 부정수급을 하거나 수당만 받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안 해 고용보험 재정만 축내고 있다는 게 제도 개선에 나선 정부의 설명입니다. 정부 안에 따르면 현금 지원액이나 지원 대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온라인에선 "이참에 실업급여 자체를 없애라"거나 "하다 하다 구직자들 실업급여까지 깎는 친기업-반노동 정부"라는 상반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양대 노총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용위기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서 노동취약계층의 실업급여를 삭감하고 대기 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고용보험 제도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취약계층 노동자 쪽박까지 깨는 행태다."
- 한국노총

"정부가 취약노동자들을 실업급여 받으면서 무위도식하는 나쁜 사람으로 매도한다. 실업과 취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불안정 고용형태와 노동자들의 현실은 외면하고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제재해 취업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실업급여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어제오늘 불거진 게 아닙니다. 고용보험이 도입된 1995년 이후 실업급여 혜택이 조금씩 확대되면서 부정 수급과 의심스런 반복 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엉터리 구직자'로 표현되는 부정 수급자와 의도적인 반복 수급자가 얼마나 되길래 정부가 예견된 논란에도 실업급여 제도를 손보려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 매년 2만여 건, 200억 원대 부정수급 적발

실업급여는 해고나 폐업 등으로 원치않은 이직(비자발적 이직)을 한 노동자가 수급자격이 인정되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발적 퇴사를 했음에도 '비자발적 이직'이라고 허위 신고하거나 재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경우 등이 부정수급에 해당합니다.

부정수급 사실이 적발되면 받은 급여를 모두 반환해야 하고 최대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추가 징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 행위입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례는 지난 5년간(2018~2022) 12만 건이 넘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1,180억 원이 넘습니다. 매년 2만 건 넘는 부정수급이 적발됐습니다.

2019년 10월 지급액 인상과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제도가 개편된데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까지 실업급여 지급액과 부정수급 건수 모두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다소 줄었지만 다른 기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 꾸준히 증가하는 반복 수급자…정부는 의심의 눈초리

그럼,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정부는 5년간 3회 이상 받은 사람을 '반복 수급자'로 정의합니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 동안 반복 수급자는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2021년부턴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반복수급이 부정수급처럼 불법은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실직과 이직이 잦을 수 있습니다. 부정수급 건수와 마찬가지로 제도개편과 코로나19,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이 겹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 수 자체가 크게 늘었고 반복 수급자도 증가했습니다.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반복수급 사례가 명확하게 파악된 것도 아닙니다. 2020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 의뢰로 연구·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반복 수급자를 양산하는 가장 큰 요인이 근로와 수급을 반복하는 일부 업종·사업체의 고용 관행과 단기 계약 일자리를 전전하는 고연령층에서 비롯됐습니다. 도덕적 해이와 연관시킬 수 있는 실업급여 반복수급 규모는 반복수급이 비교적 많은 연령대에서조차 제한적이었습니다. 명확하게 알 순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반복 수급자 가운데 상당수가 수급 요건을 갖추기 위해 형식적인 구직활동만 하면서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타가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선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 꿀팁'이라는 등의 제목으로 편법적인 방법을 공유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만 노린 일부 '엉터리 구직자'와 기업이 필요에 따라 제도의 맹점을 함께 악용하기도 합니다. 가령,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일이 몰리는 기간에 고용했다가 비수기에 접어들면 해고해 실업급여를 타게 하고 다시 성수기가 되면 재고용하는 식입니다.

기업들 사이에선 많든 적든 '엉터리 구직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특히 인력난이 심한 데가 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인데 저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최소기간(180일)만 채우고 나면 그만두겠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거예요. 불만들이 많아요 그래서."
- 서정헌 /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악용사례가 많지는 않은 데 없지도 않아요. 저희도 계약할 때 1년이든 2년이든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7~8개월 지나서 부득이하게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자의에 의한 퇴사가 아니라 해고된 걸로 좀 처리해줄 수 없겠냐 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 서지윤 / 노원구 소상공인연합회장 (학원 대표)

'엉터리 구직자'들이 많아질수록 재취업 지원이라는 실업급여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재원만 낭비하게 돼 철저하게 걸러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런 사례를 명확히 걸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수급자의 구직활동이 '진심 어린 활동'인지 의도적인 '형식적 활동'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제도개선을 하려는 거예요. 재원 낭비 문제도 있지만 의도적 반복 수급자가 많아지면 성실히 일하면서 고용보험료 꾸준히 내는 노동자들에겐 형평성 문제가 되거든요. 5년동안 6번이상 실업급여를 신청하면 지급 금액을 깎는다거나 상습적으로 이력서만 내고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아예 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최소 취업 기간을 지금의 180일보다 늘리는 등의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고갈 우려 → 흑자' 출렁이는 재정수지, "재정건전화 필요"

정부가 부정수급과 의도적 반복 수급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고용보험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고용보험 재정 상황을 보면 몇 년 만에 적자와 흑자를 왔다 갔다 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2018~2022)간 고용보험 재정수지와 적립금 현황을 살펴보면 5년 내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연이은 재정수지로 기금 고갈 우려도 여러 번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턴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2026년까지 꾸준히 개선되는 걸로 전망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실업급여 보험료율이 0.2% 포인트 올랐고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시행된 한시적 사업들이 종료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올해 이후 전망치는 사업 규모 조정과 재취업지원 강화 등 정부가 밝힌 계획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는 전제 하에 추산한 수치입니다. 향후 제도개편 추진 상황과 경제여건 등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고용보험기금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경기변동과 제도 변화에 따라 지출구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정부에겐 일관되고 안정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책임이 따릅니다.

문재인 정부도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출 효율화와 실업급여 관리 강화, 부정수급 예방 및 적발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고용보험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자 2017년 12월과 2021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보험료율을 0.5% 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내려 노동계로부터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 VS "근본적 해법이 우선"

정부와 경영계는 '엉터리 구직자'가 사라지지 않는 건 우리나라 실업급여가 최저임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로 하한액이 정해지는데, 올해는 한 달에 184만 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이를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실수령액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4만 원 가량 더 많습니다.


OECD는 정기적으로 분석해 발표하는 한국경제보고서(2022)에서 우리의 실업급여 하한선이 너무 높아 저임금 사업장 취업 유인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급여 하한선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그 대신 근로장려금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국제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OECD 보고서는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는 정부와 경영계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와 관련해 과거 핀란드에서 실업급여액을 15% 인상하자 재취업 확률이 평균 17%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3년 이내에 실업급여 재취업률을 현재의 26.9%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근본적 해법 없이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는 사례를 들어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만 축소하려 한다며 고용보험의 보장성과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만 받는 임금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개선해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서로 눈높이가 맞지 않는 현상)'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란 의견도 나옵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감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부정수급이 문제라면 전문 브로커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부정수령하는 사람들을 잡아내는게 더 맞다고 보고요. 장기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격차를 줄이는 사다리 역할을 정부에서 해야죠.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지윤 / 노원구 소상공인연합회장 (학원 대표)

정부도 이런 요구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에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과 함께 구직자 역량 강화, 채용지원 서비스 강화, 산업육성 지원에 대한 방향성도 담겼습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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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강혜림 SNU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kangnews.h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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