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못 받을 판에 무임승차까지 부담해야 하나요?" [이슈+]

홍민성 2023. 2.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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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지하철·버스 적자 연평균 수천억원
'만 65세 이상 무인승차' 원인 지목
청년들 "억울해…기준 연령 높여야"
사진=뉴스1


올 4월 서울시의 버스·지하철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 대중교통 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꼽혀온 만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문제에 서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선 "국민연금도 못 받을 판에 노인들의 교통비까지 왜 부담해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인상을 단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시에 따르면 인상 시기는 이르면 오는 4월, 인상 폭은 300~400원 수준이다. 현재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이다. 최대 상승 폭인 400원 더 비싸진다면 인상률은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각각 32.0%, 33.3%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고스란히 요금을 다 지불하는 젊은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무임승차 혜택은 유지하되,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장인 김모(33)씨는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기대수명도 늘어났는데, 기준은 옛날에 맞춰져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적자를 과도하게 다 부담하는 것 아니냐"며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9)씨는 "출퇴근 시간대 1호선에 타면 절반이 넘는 승객이 다 노인들이다. 자리에 앉고 싶은데, 좌석은 노인들로 꽉 차 있다"며 "이럴 때마다 '내가 저들을 위해 요금을 내고 있는 건가' 하는 야속한 생각도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유모(31)씨도 "국민연금도 한 푼도 못 받을 판에 노인들의 교통비까지 왜 젊은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냐"며 "지금껏 혜택은 단 하나도 본 게 없는데, 요금까지 더 내라고 하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서울시가 이번에 인상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고질적인 적자 때문이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지하철은 연평균 9200억원, 버스는 54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적자를 냈다. 7년 넘게 요금이 동결된 데 이어 향후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적자 규모는 급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심하고, 정부가 내년에도 노약자 무임 수송 손실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임승차 복지를 제공하는 만큼, 정부가 손실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지하철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매년 적자는 1조원대인데 이중 무임승차 비율이 30%"라며 "무임승차는 당시 대통령(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제안해 생겨난 제도인 만큼 중앙정부가 손실 보전을 일정 부분이라도 해주는 게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는 1984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후 장애인, 유공자 등으로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별 도시철도의 적자를 국고로 메워야 할 '책임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지자체는 배제하고 서울시의 무임승차만 지원했다간 지역 차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점도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PSO(Public Service Obligation·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논의됐지만, 기재부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무임승차 제도 개선이 화두로 떠올랐다. 고질적인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 등의 여파로 논의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공요금 제도는 표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논의한다는 건 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부담을) 져야 하는데 기재위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책임 당사자는 바로 중앙정부"라며 "적용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출퇴근 시간 사용 제한 등 보완적 방안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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