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난방비 쇼크…더 추운 탈북민의 겨울

KBS 2023. 2. 4. 08: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달 가스료 고지서 받아보고 놀라신 분들 많을 텐데요.

요즘은 만나는 분들마다 ‘요금 얼마나 나왔어요?’가 인사말처럼 된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정말 깜짝 놀랐었는데요.

치솟는 관리비에 물가에, 참 살기 팍팍하다 느끼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이렇게 모두 어려운데 탈북민들은 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요.

네, 지난번 하나원 ‘친정집 나들이’ 행사 때 사연 소개해드렸던 차명희 씨 기억하시나요?

이분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에 다른 탈북민들도 많이 살고 계신데요.

이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만 생활하시는 탈북민 가정을 이번에 직접 찾아가서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난방비가 올랐으니 겨울나기가 무척 힘겨울 것 같습니다만.

네, 제가 가 본 탈북민 가정은 세 모녀가 별다른 수입 없이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만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이른바 ‘난방비 폭탄’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또 저소득층 탈북민 지원에 대한 정부 대책의 한계도 드러났는데요.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보시죠.

[리포트]

동이 트기 전, 깜깜한 새벽녘.

[차명희/탈북민/58세 : "아침 출근 합니다. 돈 벌러 갑니다!"]

이른 시간, 차명희 씨가 도착한 곳은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입니다.

[차명희/탈북민/58세 : "출근하는 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하나원 친정집 나들이 행사 때 제작진을 만나 아픈 과거를 풀어내며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를 들려줬던 차명희 씨.

근무 현장에서 다시 만난 차 씨는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차명희/탈북민/58세 :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네. (지금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밥 먹으러 갑니다. (같이 가시죠, 그럼!) 네."]

평안남도 고향 땅을 떠나 2016년 한국에 온 명희 씨는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주된 업무는 작업에 필요한 서류를 검토하고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인데요.

7년을 악착같이 버티고 버틴 끝에 어느덧 ‘차장’의 직책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차명희/탈북민/58세 : "잠 못 자는 게 첫째로 힘들고. 그리고 또 좀 스트레스 받는 거. 스트레스라는 게 사람이 진짜 파도처럼 파도가 그냥 출렁대듯이 사람도 출렁대잖아요. 별의별 사람 다 있는 거죠."]

처음엔 낯선 외래어 등으로 인해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은 동료가 많은데요.

[김문희/직장동료/52세 : "말투가 강원도 말투라서 강원도신가 근데 이제 계속 얘기 하다보니까 아 북한분이시구나 첨 봤거든요. 근데 하다보니까 좀 정이 많은 거 같아."]

새벽 5시에 출근해 열심히 일을 한명희 씨는 모처럼 반차를 냈습니다.

오늘따라 생각나는 이웃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앵커]

한파에 고물가에 치솟은 난방비까지 모두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요즘, 탈북민 가운데 취약계층은 더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요.

이곳엔 탈북민이 많이 살고 있어서 서로 힘들지 않을까 안부도 주고받고 또 어려울 땐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고 합니다.

3년 전 명희 씨와 하나센터 행사를 통해 만난 선우연희 씨, 두 사람은 한 아파트에 살며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20대 때 만난 남편이 폐결핵에 걸려 사망한 뒤 연희 씨는 탈북을 결심했고, 중국에서 재혼해 딸 둘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밤낮 농사일을 하면서 몸은 급격히 쇠약해져 갔습니다.

2017년 한국 땅을 밟은 연희 씨는 허리와 목 디스크 등 수술을 네 차례 받았습니다.

[선우연희/탈북민/55세 : "언니, 내가 앉지 못했어. 그래도 그나마 수술하고 이렇게 조금 앉는 거야."]

하지만 이런 몸 상태보다 괴로운 건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첫째 딸의 상황입니다.

한창 사랑이 필요할 일곱 살 어린아이는 아버지 폭력으로 한쪽 눈이 실명됐고, 스물다섯인 현재 장애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선우연희/탈북민/55세 : "그 애는 그때 7살 때부터 우울증이 왔어. 내가 그때 생각하면 진짜 막."]

연년생인 둘째 딸도 한국말을 못하는 데다 몸도 약해 아예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 모녀는 이렇게 외부와 단절된 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이들의 한 달 수입은 125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이 전붑니다.

[선우연희/탈북민/55세 : "(그걸로 생활이 돼요, 세 명이서?) 안 되지. 안 되는데 그냥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최근에 난방비가 부쩍 오르면서 살길이 더 막막해졌습니다.

사용량은 지난겨울과 비교해 거의 같은 수준이었지만 비용은 3만 원 넘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전기세, 수도세 등을 합치면 한 달 생활비의 5분의 1 금액이 관리비로만 나가는 건데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난방을 하지 않는 겁니다.

[선우연희/탈북민/55세 : "(난방) 다 껐어. 그렇게 하고 (전기장판) 이걸로 그냥 사는 거야. 이것도 미온으로 해놨어. 그냥 이불 펴면 따끈해."]

이런 탈북민들의 딱한 사정은 연희 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차명희/탈북민/58세 : "독신으로 사는 분들이 대다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 이분처럼 좀 몸이 안 좋은 분들 이런 분들이 많아요."]

[앵커]

지난해 전체 탈북민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전체에 22.8퍼센트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5명 중 한명 정도가 취약 계층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상태라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오랫동안 고립상태로 살아온 세 모녀는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이 생계와 의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지역 하나센터입니다.

전국에 25개가 있는데요.

[소태영/평택YMCA 경기남부하나센터장 : "에너지 카드라는 게 있어요. (우리는 모르니까) 선생님들이 사시는 읍면동에 행복복지타운에 가면 신청할 수가 있거든요."]

경기남부 하나센터가 관리하는 탈북민은 3천여 명, 이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5백 명 가까이 됩니다.

유관기관·지자체와 협력해 탈북민들에 대한 생계지원과 의료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소태영/평택YMCA 경기남부하나센터장 : "기업체를 발굴해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취업시킬 건지 그다음에 우리가 면접도 동행면접까지도 해주니까요. 이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하면 상담하고 의료지원하고 (이런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는 거죠)."]

그나마 관리체계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은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전출입 등의 이유로 하나센터의 관리 체계 밖에 있는 인원은 천 명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락이 닿지 않는 탈북민들은 위기 징후를 감지하기 쉽지 않아 지난해 10월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탈북민의 사례처럼 고독사 위험에 놓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남부 하나센터의 경우 이들을 담당할 직원은 8명에 불과해서 적절한 도움을 주기엔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장 : "8명이서 하면 3천 명을 (담당)하려고 하면 280명씩 해야 되는 거거든요."]

이 때문에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탈북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인력 지원과 함께 정부 차원의 연계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장 : "이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선 상담 취업지원 법률지원 이런 모든 원스톱으로 서비스가 될 수 있는 통합지원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생각해요."]

매서운 추위로 혹독한 겨울을 나는 북한에서 따뜻한 온기를 기대하며 한국 땅을 밟았을 수많은 탈북민들이,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채로 이곳에서 홀로 스러져가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KBS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