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제2의 고향 "산천어도 낚아요"

이상현 2023. 2. 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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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탈북민이 우리나라에 처음 오면 정착교육을 받죠?

여성들은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에서, 또 남성들은 강원도 화천에 있는 제2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탈북민들에겐 이곳이 남한 고향집이라 할 수도 있는데요.

얼마 전 탈북여성 초청행사에 이어 이번엔 탈북남성들이 가족과 함께 초대됐다고 합니다.

산천어 축제도 함께 하면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북한이 지척인 남북접경지역, 강원도 화천에 10년전 들어선 제2하나원.

남한에 오면 탈북 여성들이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탈북 남성들은 이곳 제2하나원에서 석달간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상현 기자/ 통일전망대] "제2하나원 한켠엔 제 뒤에 보시는 것처럼 직종체험교육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탈북 남성들을 위한 시설인만큼 중장비 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굴착기나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따도록 해 탈북 남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시설인데요.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대비한 첨단장비와 각종 운동기구들이 놓여져 있는 체력단련실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김광운/탈북민] "면허증도 따고 한국에 와서, 내가 한국에 왔으니까 힘차게 일로 보답하려고 빨리 회사 들어갔는데 한달에 생활비도 많이 벌고 좋습니다."

지난해말 안성 하나원에서 탈북 여성들의 초청행사, '친정집 나들이'가 열린데 이어, 지난 주말엔 탈북 남성들이 이 남한 고향집, 화천의 제2하나원에 초청됐습니다.

[이경/제2하나원장] "지난 날을 좀 추억하시고 서로 만나기도 하시고 그렇게 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삶의 활력을 얻는 그런 계기를 마련하고자 저희가 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수료 이후 처음으로 이곳을 다시 찾은 탈북민들은 남한에서의 첫 기억을 곱씹으며 남다른 감회에 빠졌고, 그 가족들 역시 남편, 아빠의 남한 고향집 방문에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박지아/탈북민의 아내] "신랑이 너무 좋아해요. 막 여기가 맞다고 그러고. 원래 처음에 (참가) 신청할 때는 긴가민가하더니 (오늘) 오는데 너무 설레어하는게 보여요."

아이들을 위한 마술쇼.

탈북 예술인들의 공연.

그리고 참가자들의 노래경연.

흥겨운 무대를 즐기는 와중에 창업이나 영농상담을 받기도 하고, 건강상태를 점검해볼 수도 있었는데요.

탈북민들의 몸 상태는 남한 주민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김명동/한의사] "제가 의외로 골절환자를, 골절을 경험한 환자를 여기서 정말 많이 봤어요. 어떤 분은 6군데가 부러진거야. 발목 부러져 팔 부러져 오늘도 목 부러진 분도 계셨고. 그래서 흔히 보는 내용보다는 아, 북에서 오신 분들이 일이나 이런걸 험악하게 하면서 부상을 많이 당하시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건물 밖에선 줄지어 서 있던 버스로 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축제, 산천어 축제에 자유롭게 다녀오는 일정이 마련된 건데요.

"즐겁게 놀다 오세요" "많이 잡아오세요" "네~" "집에 가져가도 돼요?" "네네~"

플라스틱 인공미끼가 달린 낚싯대를 하나씩 받아들고 도착한 화천 산천어 축제장.

축제장을 찾은 엄청난 인파에 섞여 탈북민과 그 가족들 역시 한 마리라도 더 낚기 위해 안간힘을 써봅니다.

각자 탈북 이후 남한에서 처음 만났고 8년전엔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는 중년의 커플.

[이예선/탈북민(아내)] "어떻게 하냐고?"

[김창여/탈북민(남편)] "이게 쭉쭉 대면 이게 드리워지잖아 땅에 닿잖아? (그런 뒤에 낚싯대를) 조금 띄우란 말이야 한 이 정도."

그리고 어린 딸들과 함께 온 탈북 남성도 있었는데요.

아빠의 무게감 때문이었을까요?

땀까지 흘리며 선보인 화려한 동작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빠! 이렇게 세게 안해도 될 것 같애" "아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걸려" "아빠, 아빠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애"

고향인 북한 양강도, 백두산쪽에서 산천어를 잡은 경험이 많다던 두 딸 아이의 아빠.

[김상현/탈북민] "많죠 산천어가, 제가 살던데 백두산에. 이거 보고 강도낚시라고 해요. (강도낚시?) 네, 미끼가 없이 강제로 채서 잡는다 해서. (북에서도 이렇게 해요?) 네, 이거는 이렇게 잔잔한 물에다가 낚싯줄을 탁~ 던져요. 던져서 딱 해서 팍~ 채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놀던 고기가 탁 걸리는거죠."

하지만 먼저 손맛을 느끼게 된건 처음 낚시를 해본다는 중년의 탈북 여성이었고요.

[이명군/탈북민] "다른 사람들 하는거보고 그냥 그저 제 요령껏 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제2의 고향에서 보냈던 특별했던 시간.

유난히 따사롭던 남북접경지의 한겨울 햇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하루였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5188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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