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쌀, 도시락 다 헌납해라 북한식 애국운동

문정실 작가 2023. 2. 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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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요즘 북한 TV에는 애국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애국운동도 독려한다는데 어떤 운동인지 배경은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애국심을 강조하는 건 비단 북한만의 일은 아닐 텐데요. 그런데 요즘 북한이 강조하는 애국 이른바 북한식 애국 운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홍민 ▶

네 남쪽이나 북쪽이나 사전적 의미에서는 애국이라는 말을 거의 동일하게 쓰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다만 이 애국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의 측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입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이게 국가적인 정책 담론의 개념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하기가 매우 어려운 그런 단어이고 사회적으로 통용이 될 때에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노력 경쟁이라든가 또는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단속한다든가 애국심을 고취시켜서 뭔가 헌납을 받아낸다든가 다양한 용도로 사실 정책적인 활용을 위해서 썼고 그리고 이걸 광범위하게 주민들에게 전파를 하려고 하는 그런 용어로 쓰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 애국 하면 여기서의 이 애국은 북한식 애국주의, 북한식 애국 운동인 셈인데요. 그러면 나민희 씨는 북한에 계실 때 이 애국 얘기 많이 들어보셨어요?

◀ 나민희 ▶

제가 2014년 말까지 북한에 있었거든요. 애국심이라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학교에서 교육도 받고 했는데 그렇게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애국운동 같은 경우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는데 김정은 정권 이후에 2013년 그때부터 김정일 애국주의다 해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뭔가 애국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던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러면 북한식 애국운동 어떤 게 있을까요? 북한 텔레비전 보면서 살펴볼까요?

"바로 이 쌀로부터 나라에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최근 북한에서는 국가에 쌀을 바친 농민을 애국 농민이라고 부르면서 영웅화하는 방송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방력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쌀이 필요하다면서 애국미를 강조합니다.

[김정원/북한 내각 사무국] "나라에 쌀독만 가득 차 있으면 뱃심이 든든합니다,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애국 농민이 돼라 독려하기도 하는데요. 북한 방송이 소개한 한 농민은 40년 넘게 개관한 땅에서 거둔 100여 톤의 곡식을 나라에 바쳤다고 합니다.

"한치 한치의 땅을 위해 바친 류영태 농민의 성실한 땀과 양심, 애국의 무게이다."

◀ 차미연 앵커 ▶

나라에 쌀을 바치는 농민을 애국 농민이라고 하고 또 나라에 쌀을 바치는 것을 애국미 헌납 운동이라고 한다는데요. 이게 지금 시작된 게 아니라 역사가 꽤 깊다고요

◀ 홍민 ▶

그렇습니다. 1946년이죠. 일종의 약간 스토리가 있습니다. 황해남도에 있는 해주 지역이죠. 해주 지역의 한 농민이 국가에게 쌀을 갖다가 자발적으로 주면서 어려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이제 바친 거예요. 근데 이제 이게 실제 했던 얘기인지는 이제 우리가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북한이 어쨌든 정부가 상당 부분 이 스토리를 잘 활용해서 그 이후에 애국미라는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제 그 해왔는데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배급 자체를 떼고 주는 거죠. 이제 그런 용도로 떼고 그 이후에는 이제 아예 농장 단위로 뭐 군량미를 뗀다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계속적으로 식량을 떼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게 다 애국미 명목으로 이제 계속 확대 발전이 된 거죠. 처음엔 농민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일반 주민, 사무원까지 이제 확장이 되면서 전국적인 이제 어떤 부흥을 이루게 되죠.

◀ 나민희 ▶

참 이 뉴스를 보면서 되게 농민들한테 쌀이 어디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고 어차피 1년 동안 농사해서 수확한 쌀을 국가가 뭐 수매라는 명목으로 아주 싼 값에 거의 뭐 공짜로 가져가는 거나 다름이 없게 그렇게 가져가는데 또 이제 애국미로 쌀을 내라라고 하는 거는 거의 뭐 좋게 말할 때 내놔 이런 뜻이 아닌가. 그냥 강제로 가져가지 못해서 좀 좋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김필국 앵커 ▶

북한에는 이런 애국 운동이 다양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달 북한 TV에서 방송한 특집 프로그램인데요. 북한식 애국운동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 김필국 앵커 ▶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최근까지 시대별로 진행된 다양한 운동이 소개됐는데요. 대부분 주민들의 노동력과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 공화국의 발전행로는 인민들의 애국열의를 끊임없이 고조시키기 위한 대중운동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프로그램에서는 청년호와 소년호 등도 소개했는데요. 애국 운동이 남녀노소가 한마음 한 뜻으로 펼친 운동이라고 강조합니다.

"사회주의애국운동은 전체 인민의 애국심을 분발 승화시키는 발화점 밑뿌리였습니다."

◀ 홍민 ▶

사실 애국운동은 북한에서 아주 정형화된 용어라기보다는 사실 대중운동이라는 말이 오히려 상위 범주에 속하고요. 그 안에서 애국운동이라는 개념을 살펴봐야 되는데 크게 세 가지입니다 목표가. 하나는 뭐냐하면 사회주의 노력 경쟁의 개념이죠. 그래서 계획경제 안에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경쟁을 시켜가지고 뭔가 성과를 달성하게끔 하는 것이 하나의 주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애국심을 자극해가지고 일종의 헌납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사상적으로 계속적으로 각성시키기 위한 사상전적인 어떤 그런 대중운동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차원의 성격을 다 애국운동이 다 갖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니까 애국이라는 굉장히 어떻든 충성심을 강화하는 그런 용어를 통해서 노력도 경쟁도 강화시키고 그다음에 헌납도 나름대로 희생하도록 하고 또 한편에서는 그걸 통해서 경제력을 일정 부분 재정적으로 충당시키는 이런 용도로 계속 써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제가 학교 때 했던 게 하나 기억이 나는데 그게 지원 밥곽 운동이라고 해가지고. 지원 곽밥. 한마디로 북한에서는 도시락을 곽밥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종이 박스로 된 어떤 박스에다가 밥을 담아서 이제 내야 되거든요. 그 안에다 비닐을 깔고 따끈따끈한 밥을 이제 넣고 그다음에 반찬이랑 이렇게 같이 해서 학교에다 내야 되는 거예요. 무조건 달걀, 삶은 달걀 한 알이 들어가야 되고 육류가 들어가야 되고 그래서 이렇게 해서 내면은 그 도시락이 이제 돌격대라든가 사회주의 건설을 하고 있는 그 군인들한테 간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갖다 내면 거기서 좀 더 반찬이 좀 약간 맛있는 반찬들은 선생님이 또 이제 가져다가 드시고 또 그 위에서 또 교장 선생님이 또 얼마 정도 가져가시고 결국에는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 그때 냈던 그 도시락이 당일날 군인들한테 배송이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누가 먹었을까 뭐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밥마저도 내라고 할 만큼 정말 어떤 세외적인 부담들이 이제 애국심 애국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2021년 조선중앙TV 보도입니다. 당시 코로나19로 식량난이 가중되자 김정은 위원장은 군량미를 주민에게 나눠주라는 특별 명령을 내렸습니다.

"총비서동지께서는 인민 생활안정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려는 충심으로 친히 서명하신 특별명령서를 발령하시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2012년에는 자강도에서 동상을 관리하는 군인들을 위해 주민들이 보낸 쌀 100톤을 인민과 아동들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성의로만 받고 부결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쌀을 주민에게 나눠주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나라에 바쳐라 이렇게 하는 거잖아요. 속사정이 있을까요?

◀ 홍민 ▶

그래서 최근에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사실 이런 대중운동, 애국운동이 사실상 인구사회학적 변화 때문에 잘 먹히지 않는데 다시 이걸 소환했다는 것은 상당 부분 지금 생활이 굉장히 어렵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기존의 고강도의 대북 제재나 자연재해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 한 꺼풀 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던 것이죠. 북중 교역이라든가 다양한 교역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는 물자라든가 다양한 교육의 어떤 그 내용들이 다 중단이 됐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내부에서 계속적으로 그 물자의 공급에 이제 한계를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국가가 어떻든 경제를 운영하려면 쥐어짜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예전의 방식으로 계속 돌아가서 주민들을 결속하거나 국민들이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사실 이제 북한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애국심을 좀 더 호소하기가 좀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정일 정권 때만 해도 굉장히 어떤 개인 숭배, 우상화 이런 작업이 노골적으로 진행이 됐고 당연히 받아들여졌었는데 이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예요. 특히 젊은 친구들한테는 개인 숭배가 이제 조금 좀 식상해지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까 젊은 세대들에게도 뭔가 애국심을 좀 더 애국심에 호소하는 게 받아들여지기 쉬워지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그런 애국주의 애국심과 이제 김정일에 대한 어떤 뭐 김정일, 김정은이라든가 지도자에 대한 어떤 그 숭배 우상화를 같이 결부시켜서 어찌 보면은 사상교양 방식이 젊은 세대에 대한 사상교양 방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애국이며 개인 숭배며 모두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단어들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애국 운동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홍민 ▶

과도적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 버티는 전략으로써는 유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인구사회학적으로 북한 주민의 사회 구성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런 대중운동이나 애국운동에 소위 의존했던 그런 경험 자체가 없는 세대들이 대부분이에요. 시장 세대들인 거죠. 그런데 이 시장 세대들이 과연 이런 식의 관행을 얼마나 잘 수용할지도 미지수고 그리고 예전에 속도전이라든가 다양한 경쟁 운동 또 이런 애국운동을 해 봤지만 대체적으로 초기에 잠깐 반짝반짝하고 이후에는 속도전이면 느린 속도전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실 관해가 되는 거죠. 북한이 지금 당장 어려워서 북중 관계, 북중 무역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미봉책을 쓰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쓰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제가 사실 한국에 와서 이제 여러 가지 혜택들을 받으면서 세금을 내야 되겠구나 이런 어떤 일종의 받는 게 있으니까 내가 내는 것도 있어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했었는데 참 이런 측면에서 매우 좀 답답하고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어떤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이런 애국운동은 좀 많이 사라져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차미연 앵커 ▶

마음에서 우러나는 게 아니라 애국을 강요당하는 듯한 북한 주민들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필국 앵커 ▶

이런 다양한 애국운동의 이유도 결국 경제난 때문이라는 북한의 속사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5188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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