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피해 리포트 시즌2 <3>“이제 힘내 싸워보려 합니다”
인과성 규명 도와줄 장치 ‘전무’
가장 잃은 가족 생계 마련 막막
검증되지 않은 백신은 접종자만 죽인 게 아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숨진 이들의 가족은 하루하루 자책감에 시달리며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떠나간 부모 남편 자식의 사인과 백신의 인과성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 한다. 이런 노력이 가능하면 상황은 나은 편이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이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황망한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렵다. 경제 생활을 도맡았던 가장을 잃은 가정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백신 피해로 가족을 잃은 이들 상당수가 몸과 마음이 무너진 상황에서 후속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인프라가 절실하다.
▮죄책감에 1년 넘게 정신적 고통
지난달 31일 만난 부산 해운대구 주민 김행숙(여·56) 씨는 2021년 10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남편을 잃은 후 매일 밤 “내가 정말 남편 살해자인가”는 생각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김 씨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사고 당시 55세였던 남편이 2021년 9월 25일 모더나 2차 백신을 맞고 10일 만인 2021년 10월 5일 오전 11시에 회사 동료들과 그날 업무 보고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484일째입니다.” 김 씨는 남편이 백신을 맞은 날과 접종 이후 숨진 날짜를 기억하며 그날 이후 시간을 매일 정확히 세고 있었다. 허망하게 삶을 떠난 남편을 위해 그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김 씨의 남편 송간호 씨의 사망과 백신 인과관계를 조사한 심의서에 ‘인과성 없음’을 나타내는 ‘5’ 판정을 내렸다. 김 씨는 “남편이 1차 백신을 접종한 뒤 심장이 옥죄어 새벽에 잠에서 깰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며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남편이 가도 타이레놀 처방만 해주고 별거 없다며 안 가려 했다. 그때 남편을 병원에 억지로 데려갔다면, 2차 접종을 막았다면 지금 남편이 살아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고 말했다. 당시 송 씨는 백신 접종 뒤 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이가 약국에서 사먹었다는 약만 먹고 결국 병원에 가지 않았다.
당시 김 씨도 남편과 함께 같은 병원에서 모더나 1·2차 접종을 했다. 그는 1차 접종 이후 남편에게 2차 접종을 하지 말라고 권했지만, 당시 남편은 근무 중인 부산교통공사에서 상사의 채근과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해 백신 접종 일정을 묻는 등 압박을 가하는 통에 결국 2차 접종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 씨도 백신 접종 이후 왼손이 마비되고 심장 쪽이 불편한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병원에 가도 차도가 없었고 지금도 가끔 마비됐던 손이 아플 정도로 저린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정신적 고통이다. 남편이 죽고 난 뒤 1년3개월 동안 매일 30분~2시간만 잠을 잤다.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어 집 근처 신경정신과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에 도움을 청했지만, 매일 밤 누군가 깨우는 듯한 느낌에 놀라 잠에서 깨기 일쑤다. 김 씨는 지난 1년간 죽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하다가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과성 규명 도울 적극 행정은 ‘전무’
김 씨는 이제서야 남편의 사인 규명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려 한다. 남편 사망 이후 병원에서 부검을 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으로 급성 심정지가 생겨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런 전문의 소견을 토대로 질병청의 인과성 심의 결과 송 씨는 ‘5’ 판정을 맞았다. ‘5’ 판정은 접종자의 사망과 백신의 명확한 인과성이 없다고 볼 때 나온다. 김 씨는 이런 판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는 “검도 4단 유단자인 남편은 한 번도 운동을 쉰 적이 없다. 일주일에 3~5일은 1만 보에서 2만 보 걸었을 정도로 건강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할 정도로 건강관리에 철저했던 사람인데, 건강관리를 못해 죽었다는 결과를 보니 화가 많이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송 씨는 과거 건강검진 때 심장이 비대하다는 진단을 받긴 했는데, 이는 50대에 많이 나오는 증상이고 점차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김 씨는 막막했다.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절차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대로면 통상 송 씨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때 질병청 인과성 심의와 피해보상 심의가 한 번에 이뤄진다. 그 결과가 나왔으나 아내 김 씨는 한동안 고통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아픔이 있는 이들이 모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의 안내를 받아 최근 지역 보건소에 피해보상 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그 결과는 대개 1년 뒤 나온다고 한다. 관련 제도가 바뀌어 김 씨는 결과가 나온 뒤 90일 이내에 또 한 차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는 “남편이 죽은 후 1년 넘게 손 놓고 있다가 뭘 하려니까 방법을 물어볼 데가 없었다”며 “트라우마센터에 물어봐도 그런 건 모른다고 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보건소에 문의했다.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도 보건소에서는 정확한 답변을 못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가장 잃은 가족 생계 막막
현재 김 씨는 경제적 수입이 거의 없다. 생계를 꾸려온 남편이 숨진 이후 식당에서 일을 해보려 했지만, 현기증과 멀미 증상이 극심해 바깥에서 일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급기야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서 병원균이 뇌에 침투해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9일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김 씨는 인과성 판정 이의신청을 위한 서류를 떼기 위해 병원과 약국, 보건소 등지를 다니며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현재 김 씨는 그간 모은 돈과 아들이 보내주는 몇 십만 원의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8세인 아들의 사정도 좋지는 않다. 평소 아버지와 맥주 한 잔을 두고 두세 시간씩 대화를 나눌 정도로 부자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유쾌했던 성격은 나날이 날카로워졌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침울해졌다. 서울 보안업체에서의 직장 생활도 순탄치가 않다고 한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 노조의 도움을 받아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기각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규정 외 근로를 시킨 적도 없고, 정해진 근로 시간 중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산재 인정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씨는 눈물을 쏟아내며 하소연했다. “백신 맞으라고 재촉하던 나라도 회사도 모두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도 책임 지지 않으면, 내가 무심해 남편이 죽을 때까지 내버려 뒀다는 이야기인데…. 남편 살인자로 남고 싶지 않아요.”
김 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편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이들에게서 책임 인정과 사과를 받을 예정이다. 이제 와서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김 씨는 “남편의 죽음과 백신의 인과성을 인정받아야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 백신 때문에 남편이 죽었으니 책임지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