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린 김민규 “주형이 덕분에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해원 기자 2023. 2.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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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는 2023년 KPGA투어는 물론,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며 다시 해외 진출의 기회를 노린다. CJ 제공

“(김)주형이가 다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줬어요.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선택했죠”

김민규(22)는 한국 남자골프계가 주목하는 기대주다. 7세 어린 나이에 골프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된 데 이어 2015년엔 중학교 2학년의 어린 나이로 국가대표에 뽑혀 ‘골프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이던 안성현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까지 최연소 골프 국가대표 기록을 가졌다.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한 김민규는 중학교 졸업 후 유럽으로 향했다. 골프선수의 꿈을 키우는 아들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떠난 도전이었다. 김민규는 최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유럽에서는 정말 힘들게 지냈다. 지금 다시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짠한 기억뿐”이라며 “아버지와 함께 차에서 자고 경기에 나간 적도 많았다. 그래서 유럽과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울컥해진다”고 말했다.

김민규는 2017년에 유럽으로 떠나 2020년 초에 돌아오기까지 약 3년 반을 유럽에서 지냈다. 힘든 상황에서도 김민규를 버티게 해준 것은 골프였다. 2018년엔 17세 64일의 어린 나이로 유럽프로골프 2부투어 D+D 레알 체코 챌린지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김민규의 유럽 도전을 막았다. 김민규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한국에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국에서 경기하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해외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였다”고 설명했다.

김민규는 지난 시즌 한창 컨디션이 좋았던 8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3년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CJ 제공

김민규는 복귀 후 처음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대회인 2020년 7월 군산CC오픈에서 깜짝 준우승했다. 뒤이어 출전한 KPGA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올랐다.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확인한 순간이었다. 2021년엔 기복이 좀 있었다. 다행스럽게 9월이 지나며 상위권 성적을 되찾았다. 2022년은 첫 출전 대회였던 4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5위에 오르며 출발이 좋았다.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이어가던 김민규는 9번째 출전 대회였던 코오롱제64회한국오픈에서 기다렸던 첫 번째 K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샷 감과 컨디션이 절정이던 순간 위기가 찾아왔다. 8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출전을 앞두고 빗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운전을 하던 김민규는 핸들을 쥐었던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손목에 염증이 생기고 피가 고이는 등 문제가 생겨 한동안 대회 출전을 포기한 채 한 달 넘게 회복에만 집중했다. 김민규는 “골프를 하며 항상 기복이 있었는데 작년엔 정말 샷이 좋았다. (사고가 났을 때는) 한창 공도 잘 맞았고, 상금이나 대상 포인트 랭킹도 좋은 위치였다. 몇 번을 생각해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김민규는 다시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렸다. 결정적인 이유는 KPGA투어에서 함께 경기했던 한 살 어린 동생 김주형(21) 때문이다. 김주형은 김민규가 주춤했던 2021시즌 KPGA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그리고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합류해 연거푸 우승하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기대주로 우뚝 섰다.

김민규는 KPGA투어에서 함께 경기하고 연습했던 동생 김주형의 성공을 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김민규는 “어려서부터 PGA투어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김)주형이가 한국에 있을 때도 대단한 선수인 건 알았지만 잘 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래서 (해외 무대에)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3시즌을 대비해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김민규는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한 아시안투어 사우디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 달러)에 출전하고 있다. 올핸 KPGA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하며 최대한 많은 대회를 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민규는 “언제나 목표는 우승이다. 이왕 뛰는 거 아시안투어에서도 잘하고 싶다”며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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