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 끝났네” 무시하지만...기업들은 ‘칼’ 가는 중 [한중일 톺아보기]
한국경제에서 흔히 삼성을 떠올리듯, 도요타도 일본경제를 상징하는 존재 입니다. 도요타를 필두로 하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일본 전체 취업 인구의 8%이상,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비중의 기간 산업이죠.
도요타는 최근 3년 연속 글로벌 신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일본 경제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나,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도요타는 전기차 부문에선 전혀 존재감이 없습니다. 지난해 유럽 10개 시장에서 도요타의 전기차 점유율은 0.8%에 불과했습니다. 마쓰다(0.4%), 혼다(0.1%) 등 다른 브랜드들도 대동소이 합니다.
일본내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됩니다. 일본 매체 ‘슈칸겐다이’는 최근 “도요타가 세계 최고에서 추락, 일본 자동차 산업 위험한 대붕괴 시작”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죠. 일본 경제와 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박상준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 일본의 미래는 결국 기업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예컨데, 한국도 삼성이 반도체에서 TSMC한테 완패한다든가, 모바일에서 애플한테 완패하면 경제가 크게 휘청이겠죠. 지금 한국이 40대 경제라면 일본은 60대 거든요. 40대 경제에서도 기업이 흔들리면 매우 힘듭니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 60대 노인 경제인데 기업이 휘청이면 어떻게 되겠어요.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끝자락이 2008년에서 2012년 입니다. 이때 일본 시총 1위 도요타가 크게 한번 위기를 겪었고 소니도 파산 얘기가 나올 만큼 위기 였습니다. 파나소닉도 히타치도 그랬고요. 그 전에 산요, 샤프는 이미 다 무너졌고 도시바는 반도체를 매각 했지만 여전히 위기 입니다.
그런데 도요타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소니도 일본 기업중 사상 2번째로 도요타에 이어 영업익 1조엔을 기록했죠. 히타치도 실적이 많이 개선됐고요. 한국, 중국 기업들에게 계속 입지를 뺏기다가 이제 나름 살 길을 찾았습니다.
도요타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자동차를 많이 파는 회사인데 영업익이 테슬라하고 비슷합니다. 테슬라 판매대수가 도요타 의 8분의 1정도밖에 안 되죠. 테슬라에 비해 굉장히 효율성이 낮은 것이고, 또 테슬라는 전기차의 미래를 팔고 있는거 잖아요. 도요타는 전기차 부문에선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 합니다. 그래서 도요타가 과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시대에 잘할 수 있을까? 이게 일단 지금 의문이죠 .
그런데 또 벌어놓은 돈이 많아 지금 막대하게 투입해서 공장을 짓거나 전기차에서 뭔가 하려고 하거든요. 여기에 도요타 뿐 아니라 관련된 일본의 수많은 협력업체, 그리고 고용된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지구가 아니라 달에서 달리는 유인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건데, 도요타가 이걸 2029년 까지 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성공 여부를 예단 할 순 없지만 어쨋든 도전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아직 이 월면차 프로젝트에는 참여를 안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아젠다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소니 같은 경우 음향, 영상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데요. 예전에 아이보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든 경험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혼다랑 ‘소니-혼다 모빌리티’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2026년에 자율주행전기차를 내놓는다고 하고 있죠. 삼성전자가 4나노, 3나노 계속 도전하듯이 일본도 계속 도전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성공하면 일본의 미래가 좀 더 안정적인 선진국이 되겠고, 실패한다면 지금보다 더 낡고 힘 없는 경제로 전락하겠죠.
그런데 일본 사회가 여러 단점들도 있지만 이럴때 발휘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의사결정도 느리고 동력도 약해 보이는데 어떤 위기가 왔을 때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가 있으면 그 리더를 중심으로 매우 잘 뭉치는 성격이 있습니다.
히타치는 사장이 된 사람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개혁 했죠. 먼저 경쟁력을 잃은 업종들은 다 포기 했어요. 포기를 하고 매각을 하면서 솔루션 기업으로 가기 위한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아직 이쪽은 한국이나 중국 기업이 강한 경쟁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경쟁력을 잃은 자회사들은 정리해나가면서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오너 기업이 아니고 임명된 CEO가 이 일을 해내야 했으니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히타치와 달리, 도시바는 위기에 반응하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당시 리더가 분식회계로 실적악화를 덮고 넘어가려고 했어요. 실태를 감추고 계속해서 그럴 듯 하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간거죠. 그런데 실적이 계속 악화되는데 감출 수가 있나요. 결국 폭로되면서 도시바는 돌이킬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히타치와 도시바의 명암이 극명한 사례로 자주 비교 됩니다. 개혁에 대한 열망과 리더십, 그리고 리더십을 지지하는 사원들의 열정, 이런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려주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선 ‘한국이 일본의 부동산 폭락과 저성장 경로를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더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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