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1위·110만개 팔린 ‘립버터’…한국 여성이 만들었다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2.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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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 멜릭서 대표
몸에 좋은 화장품 만들려고
29살에 100만원 갖고 창업
“사람과 자연 공존에 기여하고 싶어”
이하나 멜릭서 대표 . <사진 제공=멜릭서>
한국 여성이 만든 립버터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서만 20만개, 지금까지 전 세계 누적 기준 110만개 팔렸다. 비건(vegan)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melixir)’의 립버터로, 2021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년 넘게 아마존 립버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비건은 고기,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멜릭서는 채식주의 개념을 화장품에 확장한 브랜드이다. 회사 이름도 멜릭서이다. 핵심 제품은 립버터이다.

멜릭서 립버터는 단기간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한국 아마존 글로벌 셀링이 지난해 초 개최한 ‘2022 아마존 셀러 컨퍼런스’에서 2021년 아마존 톱 코리안 브랜드로 선정돼 슈퍼스타 셀러상을 수상했다.

“2018년 설립된 멜릭서가 미국 내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가격 대비 품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었어요. 고객들의 상품평을 하나하나 분석한 후 고객이 원하는 것 등을 제품에 반영하면서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였습니다. 립버터는 첫 출시 후 지금까지 20번 넘게 개선된 것 같아요.”

이하나 멜릭서 대표(34)는 멜릭서가 아마존에서 립버터 강자가 된 비결을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비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꼽았다.

이 대표는 “멜릭서는 미국 동물보호단체(PETA)를 통해 비건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며 “모든 제품에는 동물성 원료가 사용되지 않는 데다 화장품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멜릭서는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로부터 안전한 등급을 받은 원료만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립밤 대신 립버터라고 부르는 이유도 사람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멜릭서 립버터에는 대부분의 립밤에 들어가는 석유 추출 성분인 바세린을 넣지 않은 대신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아가베추출물, 시어버터, 6가지 식물성 오일 등이 첨가됐다.

아마존에서만 20만개, 전 세계 누적 기준 110만개 팔린 ‘멜릭서’의 립버터. <사진 제공=멜릭서>
립버터가 아마존에서 인기가 많지만, 이 대표는 무리한 경영 확장 대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포화상태가 심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 즉 ‘레드오션’인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 자본력이 약한 기업이 후발주자로 진출해 성공하려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최근에 제품군을 줄였고, 해외 시장 개척에 더 적극 나선 이유”라고 강조했다.

멜릭서는 이르면 다음 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12개국에 진출한다. 멜릭서 제품은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수출되고 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매 유통망 확장을 추구하는 보통의 화장품 회사와 달리 멜릭서는 자사 쇼핑몰, 아마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의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가 아마존 히트 상품을 만든 까닭에 교포로 종종 오해받지만, 그는 토종 한국인이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 꿈이 미술작가였기에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창업 초기 기업(스타트업)에서 1년간 모바일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졌다. 대학 졸업 후 화장품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디자인팀 파트장, 디자인팀장, 해외사업부장 등을 역임할 만큼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부 상태는 악화됐다. 수면 부족과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기 때문에 많은 화장품을 얼굴에 실험해본 탓이었다.

이 대표는 “2017년 모든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고 2달 정도 얼굴에 아무 것도 안 발랐더니 피부가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식물성 화장품, 건강에 좋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8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뷰티긱스(현 멜릭서)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장애물은 운영 자금 마련이었다.

이 대표는 “화장품 제조과정에 필요한 제조비 등 운영자금 조달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을 하면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멜릭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항상 고민한다”고 첨언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창업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창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하지 않으면 나중에 40대가 됐을 때 후회할 것 같아서 20대 때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며 “창업하려면 가진 게 없을 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창업 후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꿈꾸는 멜릭서는 어떤 모습일까.

“화장품 기업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환경에 더 주목하게 됐고,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어요. 자연과 공존하려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멜릭서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신수현 기자]

*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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