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안전자산 선호에 뛴 금… 은·구리 펀드는 날았다

허지윤 기자 2023. 2.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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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ETF 3개월 수익률은 은·구리>금
전문가들 “금, 단기 조정… 은·구리, 경기 회복 수급 변수”

최근 금과 은, 구리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최근 3개월간 투자 성적을 보면 은과 구리의 수익률이 금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금속인 은과 구리가 대표적인 귀금속 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 금리 인상 마무리에 따른 각 국의 산업 수요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귀금속과 원자재는 금리 향방과 달러 가치, 경기와 수급 등에 따라 가격 변동도 크기 때문에 투자 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만약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깊은 침체 흐름을 보일 경우 산업 수요가 위축돼 구리나 은의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있는 골드바. /뉴스1

◇ 달러화 강세 꺾이자 원자재 가격 올라… 3개월 간 상승률은 은이 20%로 가장 높아

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일 고시 기준 국제 금 가격은 1온스당 1916.5달러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일 가격(1645.85달러) 대비 16.4% 올랐다.

이날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23.72달러로 금과 같은 기간에 19.6% 상승했다. 구리 시세는 톤당 9114달러로 17.6% 뛰었다.

지난해 미국이 치솟는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한 동안 약세를 보였다. 금을 포함한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은 반대로 떨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해 달러화는 줄곧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의 경우 터키, 이집트, 이라크, 인도, 우즈베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작년 3분기 약 400톤에 달하는 금을 사들이는 등 매입을 확대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은과 구리의 경우 글로벌 경기의 침체 우려로 가격이 하락했지만, 최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점차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산업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이 상승했다.

◇ 원자재에 간접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날개

금·은·구리에 간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3개월 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보였다. 최근 3개월 간 펀드 수익률도 금보다 구리와 은이 더 높았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 기준 KODEX 골드선물(H) ETF 가격은 전일 대비 160원 올라 1만2840원을 기록했다. 2일 KODEX 은선물(H) ETF 가격은 전날보다 90원 오른 4800원에, KODEX 구리선물 ETF 가격은 55원 내린 7495원에 각각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종가와 비교하면 은선물 ETF 수익률은 25.8%, 구리선물 ETF는 22.9%, 금선물 ETF는 17.4%였다.

금과 은, 구리에 투자하는 ETF 상품은 각각 국제 금·은·구리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제 가격을 추종하면서 직접 금 현물을 사는 것과 비교해 거래가 쉽다.

국내 상장 금·은·구리 선물 ETF는 환 헤지, 즉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격 변동에만 영향을 받는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 차손을 감당해야 하는 다른 통화 투자자가 투자를 줄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방어하는 데 목표를 두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다만 선물은 만기 도래 시 재투자하면 롤오버(rollover) 비용이 발생한다. 롤오버란 만기 전 기존 선물을 처분하고 그 다음 달 선물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상품을 장기간 보유하고자 한다면 선물보다 현물 투자가 적합하다.

◇ “금(金), 단기 조정 가능성… 중국 리오프닝·경기 회복·산업 수요 증가 시 구리·은 수혜”

금융 시장에서는 3개월 간 상승 랠리를 보인 금 가격이 단기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기에 금 가격은 다른 원자재보다 평균 5개월 먼저 상승하기 때문에 다른 원자재들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금 상승세는 둔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3월 전후로 금 가격의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사 등은 금보다 은이나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의 상승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설 예정인 데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경기도 점차 반등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은은 자동차, 태양 전지판, 보석 및 전자 제품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구리는 건축과 설비, 송전 등에 두루 쓰인다. 특히 구리는 가격이 실물경기를 선행하기 때문에 금융 시장에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 불리기도 한다. 경기가 회복하면 구리 가격이 먼저 오르고, 은도 따라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손민균

귀금속 회사 MKS팸프의 닉키 쉴즈 금속 전략 책임자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은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1억온스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 가격의 강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점쳤다.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구리 가격 전망치를 톤당 9000달러에서 1만100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가속화와 이에 따른 수요 감소, 달러화의 강세 전환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경우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재니 심슨 ABC불리언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지속될 경우 은 가격이 온스당 18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연준의 계속된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해소되면 은 가격에는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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