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만 받다 줄도산 위기...벼랑 끝에 선 지방의료원

김양혁 기자 2023. 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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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방의료원, 코로나 이전 의료정상화 안 돼”
정부, 6개월이면 정상화…의료계는 52개월 소요
“1월 수당 못 준 의료원…하반기 줄줄이 도산 우려”
감염병전담병원 지원금 민간병원 임자 없는 돈 전락
병상만 차리고 가동률 0% 민간병원, 39억원 받아
인천의료원 응급진료센터 전경. /뉴스1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자 중앙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의료진 수당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정부 지원 없이는 하반기부터 35곳에 달하는 의료원이 줄줄이 경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이후 의료 정상화에 차질을 빚은 여파다.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진료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4년 이상이 걸린다는 조사도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과 달리, 일부 민간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겠다며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놓고 실제 환자 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상 가동률 0%에 그치고 39억원을 지급받은 병원도 있다. 이를 회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염병 재난 상황에 대비한 긴급모듈병원 운영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방의료원, 코로나19 환자만 돌보다 줄도산 위기…”수당 못 준 병원도”

2일 전국지방의료원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코로나19 이전 50% 이내의 진료율을 기록 중이다. 지방의료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에 지정됐다. 소규모 병원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되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은 코로나19 환자가 많아 외래 진료를 보지 않고 사실상 코로나19 환자만 봤다”라며 “지금 당장은 어떻게 버티고 있지만, 하반기면 임금도 주지 못하는 병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료원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동안 외래 환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은 기존 환자들까지 내보내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이는 손실로 돌아왔다. 전담병원 지정 기간 보지 못한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일부 지방의료원이 의료진에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도 통장에 돈이 있지만, 7~8월이면 다 빠져나갈 것 같다”라며 “연말까지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인천의료원장도 맡고 있다.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 의료정상화 시점으로 6개월을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 6개월 동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의 차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상화까지 52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 예측을 훨씬 웃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국립중앙의료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방의료원은 8210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2023년에는 6699억원, 2024년엔 5055억원, 2025년에는 2745억원씩 4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에 가서야 428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의료원이 재정난에 시달리며 의사 인력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 인력난도 심화할 전망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중 정원을 모두 채운 곳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의료원은 여러 차례 복지부에 지원은 요청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 확대 시 민간 병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돈만 ‘꿀꺽’한 민간병원, 지원금 받고 환자 안 받아…”회수 쉽지 않을 것”

감염병 전담병원은 민간 병원들에 ‘눈먼 돈’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한 병상만 마련하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타낼 수 있어서다. 외래 환자가 적은 병원은 일단 병상만 확보하면 그동안의 손실까지 메꿀 수 있는 셈이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지난해 1~11월 말까지 감염병 전담병원에 총 7조8197억원을 투입했다. 2020년 8958억원, 2021년 2조7756억원, 지난해 11월 말 기준 4조1483억원까지 해마다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연말까지 더할 경우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 중 지방의료원에는 1조원가량이 지원됐다”라고 귀띔했다. 나머지 지원금은 민간 병원으로 흘러갔다는 의미다.

특히 지원금만 받고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분기 병상 가동률이 0%에 그친 것이다.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경기도 광주시 한 병원은 14개 중증 병상을 확보한 뒤 39억원을 받았다. 이 기간 가동률은 0%였다. 지난해 1~3분기 연이어 가동률 하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천의 한 병원은 517억원을 받기도 했다. 전체 하위 10위권 내 병원들 대부분이 병상가동률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2022년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 지원 사업 사업비 집행 내역 적정성 검토에 돌입했다. 그동안 감염병 전담병원에 투입된 지원금 중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금액 반납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보 재정은 사회 보험으로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수 없다”라며 “공공 지원은 국가 재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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