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식량·인공장기 만드는 3D프린터...우주 개척에 날개 단다

이종림 객원기자 2023. 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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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방식의 혁신이라 불리는 3D 프린터가 우주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과학동아

바야흐로 우주 개척 시대다. 미국은 50년만에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를 재개했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용 거대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시험 비행을 2023년 1분기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의 목표는 과거처럼 단순히 우주에 진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주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편리하게 생활하는 것까지 꿈꾼다. 이런 상황에서 3D 프린터는 우주 개척에도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곤’에 탑승한 NASA 우주비행사들. 그들의 헬멧은 3D 프린터로 제작됐다. 과학동아

● 날개1 .  우주복 헬멧

미래의 우주비행사들은 필요한 우주복을 우주에서 인쇄해 입지 않을까. 많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탐사 과정에서 어깨 부상, 손톱 손실, 유효 근력 손실 등의 고충을 겪는다. 우주복은 이러한 신체 손상을 최소화하고,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탐사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작은 우주선’ 역할을 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우주비행사들의 필수품인 우주복 헬멧을 3D 프린터로 손쉽게 인쇄 제작하고 있다. 2020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탑승한 우주비행사가 실제로 착용하기도 한 3D 프린팅 헬멧은 바이저(얼굴을 가리는 차양), 밸브, 잠금장치, 마이크 등 기존 헬멧과 거의 동일한 부품을 탑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표준 FDM 방식(Fused Deposition Modeling, 열가소성 물질을 노즐 안에서 녹여 뽑아낸 뒤 얇은 필름 형태로 적층하는 방식) 3D 프린터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다. FDM은 부품이 인쇄되는 인쇄판과 인쇄 재료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 코일, 압출기로 구성돼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의 3D 프린터다. 항공 우주 분야에서 사용하는 폴리에테르케톤케톤(PEKK)과 같은 고가의 재료가 아니더라도 사용 가능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가 3D 프린터로 인쇄해 만든 스테이크.소의 세포를 배양한 바이오 잉크로 인쇄해 실제 육류의 질감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과학동아

● 날개2. 우주 식량

우주에서 언제까지 급속 냉동식품만 먹을 수는 없다. 이에 대비해 피자부터 케이크까지 다양한 식품을 3D 프린터로 직접 인쇄하는 기술 또한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3D 프린터는 액체 또는 분말 형태의 식용 잉크를 압출해 음식을 만든다. 겹겹이 층을 생성하고 마지막에는 각각의 층에 레이저 빛을 가해 하나로 융합시킨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시연된 바도 있다. 2019년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Aleph Farms)'는 러시아 연구소인 3D 바이오프린팅 솔루션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살아있는 동물에서 얻은 세포를 3D 프린터로 인쇄해 스테이크로 만들어내는 실험을 ISS에서 수행했다. 지구에서 소의 세포를 채취해 우주로 보내 배양하고, 이런 세포와 성장 인자를 혼합해 3D 프린팅 재료인 바이오 잉크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잉크를 층층이 인쇄해 실제 고기의 질감, ​​풍미, 구조를 지닌 육류 대체품을 생산해냈다.

알레프 팜스의 디디에 투비아 대표는 ‘ZME사이언스’를 통해 “아직까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기를 3D 프린팅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우주에서 도축 없이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화성과 같은 장기 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의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흐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신체 장기와 유사한 조직을 인쇄할 수 있는 3D 프린터 ‘BFF(BioFabrication Facility)’를 작동시키고 있다. 과학동아

● 날개3. 인공 장기

수년 안에 3D 프린터를 사용해 우주에서 인간의 인공 장기를 만들 수도 있다. 우주의 미세중력 조건은 지구에 비해 인공 장기를 만드는 데 더 이상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환자에게 이식할 장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조직을 인쇄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기술은 지구에서보다 우주에서 더 적합하다. 장기적으로 우주 탐사 과정에서 의료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우주비행사들이 필요한 생체 조직을 만드는 용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비행 엔지니어 크리스티나 코흐는 ISS에 머물고 있던 2019년 BFF(BioFabrication Facility)라는 3D 프린터와 바이오 잉크를 사용해 무릎 반월판과 심장 세포조직 등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는 BBC닷컴을 통해 “지상에서 조직 배양물을 3D 프린팅할 때는 중력에 장기의 구조가 붕괴될 수 있어 고정시켜야 했다”며,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3D 프린터와 인큐베이터가 복잡한 유기 구조를 재생성하고 성장시키는 데 방해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NASA는 항공우주 인프라 기업 레드와이어와 함께 2022년 11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BFF를 ISS로 올려 보냈다. 다음 비행에는 인체 세포를 실어 보내 무릎 연골 조직을 인쇄 제작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3D 프린팅 실험을 하기 위해 ISS로 보낸 3D 프린터 Zero-G. 과학동아

● 날개4 .국제우주정거장 수리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이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NASA는 우주 비행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약 3t(톤) 중량의 예비 부품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낸다. 볼트에서 케이블 마운트에 이르기까지, 1kg의 화물을 보내는 데만 약 3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NASA는 우주에서 필요한 부품을 우주에서 직접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실험을 ISS에서 하고 있다. 2014년 우주로 보낸 3D 프린터 '제로지(Zero-G)'를 활용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Zero-G는 NASA와 메이드인스페이스 사가 공동 제작했다.

우주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 폴리머 재료로 3D 프린팅을 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지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적층 공정과 그 일관성을 검사한 결과에서 미세중력이 인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우주 탐사 이니셔티브(Space Exploration Initiative)' 연구팀은 오히려 미세중력 환경이 3D 프린터로 더 길고 얇은 물체를 인쇄하기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ISS에서 주로 사용하는 FFF 3D 프린팅 방식(FDM 방식과 동일)은 미세중력에서 잘 작동하고,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기 안전하며 ISS의 전력 조건, 부피 및 질량 제약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다만 아직은 주로 폴리머나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하중이 적은 부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방사선 모니터용 센서 커버, 안테나 부품, 자유 비행 견인 고리, 모니터 고정 장치 등의 ISS 부품은 3D 프린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향후 우주에서 더 견고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알루미늄, 티타늄, 강철과 같은 금속으로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개발 중이다. 오늘날 지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항공우주용 금속 3D 프린팅 방법은 고출력 밀도 레이저를 사용해 금속 분말을 녹인 뒤 융합해 부품을 생산하는 SLM(Selective Laser Melting) 방식이다. 이 기술은 장비의 규모가 매우 크고 전력 요구 사항이 높다. 또 가연성 있는 금속 분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흡기에 좋지 않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모의 화성 거주지 ‘마스 듄 알파’를 3D 프린팅으로 건설하는 모습(좌). 이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화성 거주지를 건설할 수 있다(우). 과학동아

● 날개5. 거주지 건설

2022년 11월 NASA는 스타트업 아이콘(ICON)과 달 표면에 착륙장, 서식지, 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3D 프린팅 방식으로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같은 장기 유인 탐사 계획엔 기지 건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축에 필요한 화물을 우주까지 운반하는 것보다 우주에서 현장의 재료로 직접 짓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연구팀은 먼저 지상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라는 모의 화성 거주지를 3D 프린팅으로 구축한 것이다. 이 시설은 158m2 크기로,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숙소, 주방, 욕실, 의료 시설, 레크리에이션 및 피트니스장, 작물 재배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달 표토(달 먼지)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2021년 NASA의 마샬 우주비행센터는 항공우주 민간 기업 레드와이어와 함께 ISS에서 달 표면의 먼지 입자를 3D 프린터를 통해 고체 물질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시연했다. 달 표면은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부르는 미세한 먼지로 뒤덮여 있다. 레골리스는 달이나 행성, 소행성 등 천체의 표면에 분포하는 퇴적층을 지칭한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UCF) 연구팀은 3D 프린팅과 바인더 분사 기술(BJT)을 조합해 레골리스를 단단한 벽돌로 만들었다. 3D 프린팅된 달 표토 벽돌이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고 우주 건축 프로젝트에 적합한 후보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 1200도에 고온에서 구운 벽돌은 지구 대기의 2억 5000만 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딜 수 있었다.

달 뿐만 아니라 화성의 지질자원 또한 연구 대상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WSU) 연구팀은 화성 표면에서 발견되는 암석 물질로 고성능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화성 표토를 모사한 물질과 내열성과 강도를 높이는 소재인 티타늄 합금을 각각 다른 비율로 혼합했다. 100% 레골리스로 만들어진 물체는 쉽게 깨지고 강도가 부족한 반면, 티타늄에 레골리스를 5% 가량 섞어 3D 프린팅 한 부품은 티타늄만으로 만든 부품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2월,  3D 프린터, 우주 개척에 날개를 달다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TV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에 관심이 많다.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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