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에 리시브 1위… 코트에 서면 난 청춘이 된다

김영준 기자 2023. 2. 4.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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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배구 최고령 여오현 맹활약… 女 42세 정대영도 블로킹 3위

프로배구 V리그 원년(2005년) 멤버이자 남녀부의 최고령 베테랑 여오현(45·현대캐피탈)과 정대영(42·한국도로공사)에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듯하다. 웬만한 감독들과 동년배임에도 여전히 코트를 누빈다. 기량은 여전해 스무 살 이상 어린 후배들을 제치고 자기 전공 분야에서는 리그 최상위권 실력을 자랑한다. 노익장 선배들의 투혼에 힘입어 소속팀들도 ‘봄 배구’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리시브 1위 여오현 “몸은 느려졌지만 센스는 자신 있다”

V리그 역사상 최초로 400승을 경험한 리베로 여오현은 선수와 코치를 겸업하고 있다. 훈련장에선 후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고, 경기 땐 직접 코트에 나가 공을 향해 몸을 날린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리베로였지만 나이 탓에 팀의 ‘넘버 원’ 리베로 자리는 후배에게 넘겨줬다. 현대캐피탈의 주전 리베로는 여오현이 프로에 데뷔하기 1년 전인 1999년에 태어난 박경민이다.

현대캐피탈의 여오현은 45세로 국내 프로배구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의 포지션은 수비 전문인 리베로. 빠르고 강하게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기 위해선 순발력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시즌 남자부 리시브 효율 1위를 달리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여오현은 “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로 더 뛰고 싶다”고 했다. /KOVO

줄어든 출전 시간 속에서도 여오현은 올 시즌 남자부 리시브 순위(3일 기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V리그 리시브 순위는 세터의 1m 반경 내로 정확히 리시브를 보내느냐를 따지는 ‘리시브 효율’로 가린다. 올 시즌 남자부에서 리시브 효율이 50% 이상인 선수는 여오현(52.87%)이 유일하다.

여오현은 “순발력이나 반응 속도 같은 신체적인 능력은 젊은 후배들보다 부족하다”면서도 “서브 리시브의 안정감이나 상대 공격을 읽고 대비하는 센스는 여전히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나이에 이만큼 할 수 있는 비결은 낮잠을 많이 자는 것이다. 그 덕분에 뒤처지지 않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2016년, 여오현이 45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45세 프로젝트’의 마지막 해에 접어든 여오현은 “내 뜻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은퇴 전에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다. 우선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 집중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선두 대한항공에 승점 6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블로킹 1위 이끄는 42세 ‘거미손’ 정대영

한국도로공사의 미들 블로커 정대영은 배구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뛰는 여자 선수 중 최고령이다. 소속 팀 동료 중 절반인 10명이 그가 성인 무대에 데뷔한 1999년 이후에 태어났다. 다음 달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워킹 맘’이기도 하다.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그러나 코트 위에서만큼은 청춘을 뽐내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세트당 평균 블로킹 부문 리그 3위(0.75개)다. 1위 한수지(0.77개), 2위 김수지(0.76개)를 바짝 쫓고 있다. 정대영의 이 부문 종전 최고 기록은 V리그 원년이었던 2005년 0.76개이다. 18년이 지나서도 변함없는 블로킹 솜씨를 뽐낸다. 정대영은 득점도 3일 현재 185점으로 지난 시즌의 183점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는 “내가 후배들보다 내세울 수 있는 건 노련미와 순간적인 판단력이다”라며 “그 감각을 잃지 않으려 볼 훈련을 특히 많이 하는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정대영의 활약은 도로공사의 3위 싸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세터진의 불안으로 저조한 팀 공격 성공률(35.99%·5위)을 보이지만, 정대영이 이끄는 센터 라인은 리그 최강이다. 팀 블로킹(세트당 2.73개) 1위다. 도로공사는 현재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3위에 올라 있다.

정대영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다. 매 경기를 소중히 여기고 신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실력이 떨어져서 등 떠밀리듯 은퇴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지금만큼 기량을 유지하면서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때 코트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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