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받으며 되레 호통치는 北, 민주당이 이 지경 만든 것 아닌가

조선일보 2023. 2. 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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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한국 기업 간담회’에 이어 열린 식사 자리에 안부수(왼쪽부터) 아태협 회장,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참석했다./노컷뉴스

2019년 중국 선양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만난 북한 측 인사가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이 전 부지사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당시 북한 스마트 팜 개선 사업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보내기로 한 경기도가 도의회 반대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 전 부지사에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북측 인사는 쌍방울이 돈을 대납하겠다고 하고 고급 양주로 비위를 맞추자 “형(경기도)이 못하는 것을 아우(쌍방울)가 하는구먼”이라며 기분을 풀었다고 한다. 북측은 이후 현금 850만 달러와 롤렉스 시계 10여 개 등을 받아 갔다. 무뢰한이 따로 없다.

돈을 지원받거나 기부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상례다. 이 인간사 진리가 남북 관계에선 거꾸로 뒤집혀 있다. 돈을 받는 북한이 호통을 치고 돈을 주는 남측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이렇게 된 것은 한국 정치권이 북한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잘 알고 있고 너희들 정치에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돈 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북한에 돈과 물건을 퍼주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2000년대 이후 민주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줬고 노무현 정권은 ‘퍼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엔 대북제재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권은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2018년 북한 리선권은 남북정상회담에 수행한 우리 기업 총수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에게 돈 들고 오지 않는다고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는 막말을 했다. 그래도 문 정부는 남북 간 언어 습관 차이라며 얼버무렸다. 정부가 앞장서 북한 비위를 맞추니 북한도 갈수록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북한은 식량, 유류, 의약품 등 외부 지원 없이는 살지 못한다. 나라 경제 규모 전체가 한국의 중소 도시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나라의 실무자급 관리가 남측 인사에게 돈을 요구하며 막말을 하고 큰소리를 친다. 북한이 만약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 대우라도 받게 된다면 우리 국민을 얼마나 더 무시하고 막 대할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북한은 보수 정권이 오면 도발로 괴롭히고 민주당 정권이 오면 돈을 받으면 된다고 계산하고 있다. 한국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뇌물 줄 정당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남북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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