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프랑스도 인정한 K-푸드의 맛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2. 4.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현지 까르푸 매장에 한국식품 전문 코너 ‘느낌’ 처음 문열어
2일(현지 시각) 프랑스 니스의 까르푸 안에 문을 연 K-푸드 복합 매장 ‘느낌’. /정철환 특파원

프랑스를 대표하는 남부 해안 관광휴양 도시 니스. 2일(현지 시각) 이곳의 초대형 할인마트 까르푸 안에 ‘느낌(NUKIM)’이라는 한국어 간판을 내건 매장이 등장했다. 대형 마트에선 보기 힘든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에 화려한 포장의 상품들이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음식 냄새가 솔솔 퍼지자 장 보러 온 프랑스인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느낌’은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한국 식품 전문 유통업체 ‘루에랑(Lou et Lang)’과 손잡고 만든 K-푸드 복합 매장이다. 약 70㎡(21평)의 매장 한쪽엔 떡볶이와 수제비, 해물·김치전, 김밥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냉동식품이 그득했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등 기본 식재료는 물론, 한과와 잡채 같은 전통식품도 보였다. 매장 뒤쪽에선 닭 강정과 토스트, 핫도그, 빙수 등 간식거리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다양한 한국 요리를 즐기며 한국 식품 쇼핑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원스톱 매장’인 셈이다.

K-푸드 열풍을 타고 프랑스에도 한국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크게 늘었다. 파리에만 300여 곳에 달하지만 대부분 소규모 업체였다. 까르푸 같은 현지 대형 유통업체가 K-푸드 전문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까르푸와 루에랑은 니스를 시작으로 올해 프랑스 남부 지방에 10개의 ‘느낌’ 매장을 열 계획이다. 반응이 좋으면 프랑스 전역 100여 곳으로 늘리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루에랑 측은 “지난해 4~5월 처음 이야기가 오가고 불과 9개월 만에 매장 오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현지 비즈니스 관행에 견줘 보면 매우 빠른 속도다. 하정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파리 지사장은 “유통업체 간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객을 붙잡을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로 K-푸드를 내세우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유통업계는 최근 경기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 비대면 쇼핑에 익숙해진 젊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방법도 고심 중이다. K-푸드를 이런 악재에 대항할 ‘신무기’로 선택한 셈이다. 까르푸는 루에랑의 한국 식품 브랜드 ‘메종 드 꼬레’ 제품을 프랑스 내 300여 대형 매장에 모두 입점시켰다. 일부 매장엔 별도 매대도 만들었다. 보리스 퀴비이에 까르푸 부사장은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 음식문화에 대해 프랑스인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를 더 많은 고객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느낌’ 매장에 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마를렌(41)씨는 “파리와 달리 니스 같은 지방 도시에선 한국 요리나 식품을 접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에서 본 한국 음식을 실제 먹어볼 수 있어 설렌다”고 했다.

까르푸가 K-푸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는 2015년부터 적자를 감수하며 유럽 시장을 개척해 온 루에랑의 공이 컸다. 지난해 기준 30여 종의 냉동·레토르트 한식 제품을 유럽 내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에는 프랑스 법인이 흑자 전환도 했다. 김직 루에랑·메종드꼬레 대표는 “수많은 거절과 재도전 끝에 대형 유통업체들의 문이 조금씩 열렸다”며 “드디어 시장의 본류(本流)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