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사람을 찾아주는 옷 수선집이죠? 제 애인을 찾아주세요

이영관 기자 2023. 2.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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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름은 별보다 많다

우리의 이름은 별보다 많다

김창규 지음 | 아작 | 368쪽 | 1만6800원

“더 이상 나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걸 못 견디겠어.”

단편 ‘고리’ 속 윤추는 애인 서희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곤 사라졌다. 몇 달 전 열차 탈선으로 수십 명이 죽은 날 느낀 죄책감 때문이다. 그는 서희에게 의자 팔걸이가 자신의 옆구리를 꿰뚫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의 생명력이 흘러들어와 회복됐다고 말했다. 서희는 사고 직후 윤추의 몸에 상처가 없었기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서희는 사람을 잘 찾기로 유명한 옷 수선집 주인의 도움을 받는다. 윤추가 목숨을 끊으려고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둘은 극적으로 재회한다. 서희와 윤추가 재회의 기쁨을 나누려던 찰나, 무거운 물체가 어딘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절벽 아래로 차가 추락했다. 윤추가 사고로 부상당한 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그의 예상치 못한 힘이 드러난다. 수선집 주인, 서희도 마찬가지. 실타래처럼 갈라져있던 힌트들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다.

작품 활동 30년 차에 접어든 SF작가 김창규의 소설집이다. 인공지능, 우주 등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부터, 현재 시점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단편 12개를 묶었다. 인공지능을 두뇌에 심어서 자신이 원하는 날의 기억을 갖고 생을 마감하는 일이 일반화된 시대(단편 ‘자살자의 시간좌표’)처럼 한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소재도 다수다.

익숙한 작품의 풍경에 이끌려 발을 들여놓지만 작가가 상상한 세계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다시 현실로 눈을 돌릴 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현상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할 때 비로소 눈앞의 것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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