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갈림길에 선 이재명 방탄黨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23. 2. 4.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이 차린 ‘여론조사꽃’의 최근 조사에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해도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국민이 51%로 과반수였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과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가 다수였다. 다른 조사들은 ‘김어준표 여론조사’보다 이 대표 사퇴 여론이 더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는 55%였고 엠브레인 조사는 64%에 달했다.

엠브레인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도 33%가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해도 물러나지 않는다면 지지층 3명 중 1명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럴 경우 당 지지율이 지금보다 급락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이 대표가 민주당 간판으로 나선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당 지지율은 부진했다. 작년 8월 이 대표 체제가 출범했을 때 케이스탯 등 주요 조사회사 4곳의 공동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1%로 국민의힘(34%)과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최근엔 29%로 떨어져서 국민의힘(36%)과 벌어졌다.

이 대표가 계속 당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다면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민주당 비명(非明)계 의원들의 첫 토론회 주제도 침체에 빠진 당 지지율이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는데도 제1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위기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율의 하방 압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를 향한 지나친 꼬투리 잡기도 역효과가 크다”며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친명(親明)계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하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해도 대표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장외 집회를 열기로 하고 전국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당 대표직이란 최상의 갑옷을 벗을 생각이 전혀 없는 이 대표도 SNS에 ‘파란 물결에 동참해 달라’고 집회 참가를 직접 독려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이 대표가 독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53%로 절반 이상이었고, 중도층도 56%가 민주당이 함께 대응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래도 강성 지지층을 장외 집회에 동원하며 ‘세 과시용 민심’으로 버텨보려는 민주당 주류 세력은 진짜 민심엔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늪’에서 헤어 나올지 아니면 더 깊이 빠져들지 갈림길에 있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