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07] A battleground in shades of grey
007시리즈의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은 이렇게 말한다. “그 어떤 이야기든 좋은 이야기라면 보이는 면과 감춰진 면이 있다.(In any story, if it’s a good story, there is that which is seen and that which is hidden.)” 영화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2021∙사진)’은 이언 플레밍이 영국 정보부에 있던 시절, 영국이 히틀러를 상대로 펼친 감춰진 기만책, ‘민스미트 작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연합군은 유럽 진출을 위해 시칠리아 상륙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히틀러는 연합군의 목표가 시칠리아임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킨다. 상륙 지점이 시칠리아라고 확신하는 히틀러를 속여 그리스로 병력을 이동시켜야 하는 연합군은 애가 탄다. 영국 정보부는 해군 장교인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 분)를 영입해 기만책을 구상한다.
몬태규는 상부를 설득해 가짜 극비 문서를 소지한 아군 장교의 시신을 적진 해안으로 흘려보내려 한다. 상부는 얼마 전 비슷한 공작이 성공하여 의심 살 것을 우려하지만 몬태규는 오히려 그 허점을 파고들려 한다. “융통성 없는 작자들이라 똑같은 실수를 피하려 할 겁니다.(Being linear thinkers, will not want to make the same mistake twice.)” 몬태규의 팀은 마틴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시신을 조작하고 적진으로 흘려보내기 위해 마틴 소령의 배경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플레밍의 말처럼 “회색 지대를 전장으로 삼아 기만과 유혹과 불신 속에 치르는 전쟁.(A battleground in shades of grey, played out in deception, seduction and bad faith.)” 속에서 이들의 기만책은 성공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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