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더 대규모로 기후 위기에 대처하라!

송용준 2023. 2. 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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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의 워런 버핏 ‘도어'
기업에 적용했던 ‘OKR’ 방식 활용
넷 제로 위한 10단계 솔루션 설파
교통 전기화·폐기 플라스틱 해결 등
6가지 과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
끊임없는 기술 혁신·행동의 힘 촉구

존 도어의 OKR 레볼루션/존 도어/김태훈 옮김/비즈니스북스/2만8500원

엔지니어, 창업투자자, 세계적인 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의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존 도어는 40여년 동안 창업자들이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도록 도왔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도어는 1999년부터 구글에 1200만달러를 투자했을 뿐 아니라 ‘OKR(Objective Key Results)’라는 탁월한 운영방식을 전수했다. OKR는 ‘목표를 설정하고 핵심 결과로 이를 측정하라’는 것이다. 이때 ‘목표(O)’란 ‘개인과 조직이 추구해야 할 성취 대상’을 의미하며 ‘핵심 결과(KR)’는 목표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숫자로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OKR는 ‘포천’ 500대 기업의 25%가 실행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렇듯 벤처투자업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도어는 2006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기후위기 관련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상영 후 만찬 사회를 맡았는데, 열다섯 살 딸이 “아빠,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그러니까 해결하세요”라고 소감을 말한 것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클린테크 운동의 선구자가 돼 기후위기에 관한 기업 차원의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존 도어의 OKR 레볼루션’이다.
세르비아 림강에 떠내려온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중 9%만 재활용되는 현실 속에 존 도어는 2050년까지 플라스틱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AP연합뉴스
저자는 “OKR는 조직 전체가 같은 사안에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들어주는 경영 도구”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OKR를 활용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개인, 기업, 국가가 실천해야 할 행동 계획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더 ‘빠르게’(Speed), 더 ‘대규모’(Scale)로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가 ‘Speed & Scale’이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OKR를 토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net zero)’, 즉 완전한 0으로 줄이기 위한 10단계 계획과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라’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다룬다면, 2부 ‘전환을 촉진하라’는 2050년까지 목표하는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1부에서 제시하는 6가지 과제는 교통을 전기화하고, 전력을 탈탄소화하며, 식량 문제를 바로잡고, 열대우림과 바다 등 자연을 지켜내면서, 폐기 플라스틱과 의류 문제를 해결하고,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얼핏 당위적인 목표만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다. 교통의 전기화를 예로 들어보자.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중 절반, 2040년까지는 95%가 전기차로 바뀌고, 2025년까지 모든 신형 버스, 2030년까지 중대형 트럭의 30%, 2045년까지 트럭의 95%가 전기차가 된다. 이는 희망 섞인 자의적인 전망이 아니다. 광범위하고 치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제시된 실현 가능한 목표다. 이렇듯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 있는 모든 부분에서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을 제시한다.
존 도어/김태훈 옮김/비즈니스북스/2만8500원
2부에서는 이런 마스터플랜이 완성되기 위해 정치와 정책을 끌어들이고, 환경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끊임없는 기술 혁신에 나서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과제와 솔루션이 다양한 도표와 본문 강조를 통해 군더더기 없이 설명돼 읽기 편하다. 여기에 이 책이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노력을 함께하고 있는 선구자들의 인터뷰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순다르 피차이 등 전설적인 혁신의 선각자 51인과 나눈 대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이 있다. 저자 스스로 실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도어는 2022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 지속가능스쿨(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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