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인생의 선율’은 좌절을 넘어서야 아름답다

이강은 2023. 2. 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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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았다.

생애 처음 펴낸 책에다 네 살 때 피아노 건반 앞에 앉은 후 50여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인생을 메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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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백혜선/다산북스/1만6800원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았다. 생애 처음 펴낸 책에다 네 살 때 피아노 건반 앞에 앉은 후 50여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인생을 메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았다.

‘한국인으론 정명훈에 이어 두 번째, 한국 국적자론 처음 차이콥스키 콩쿠르 상위 입상(3위)’,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 ‘세계적 명문 음대(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의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아들과 딸까지 하버드대에 보내며 성공한 교육자·연주자·어머니 소리를 듣는 저자와 책 제목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백혜선/다산북스/1만6800원
하지만 그가 어려서부터 고비마다 겪은 좌절과 이를 딛고 선 과정들을 접하다 보면 그런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 유학 중이던 열다섯 살 때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거장 러셀 셔먼(93)을 만나 공개 레슨을 받는 자리에서 굴욕당한 얘기를 들어보자. “나는 부디 지금부터의 내 연주가 저 위대한 음악가를 만족시키기만을 빌었다. 내가 연주한 곡은 베토벤 소나타 21번, 1804년 작품으로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됐다는 일명 ‘발트슈타인’의 1악장이었다. 나의 기교와 표현을 총동원해 온 힘을 다해 연주했다.” 그렇게 절정의 연주를 마쳤을 때 폭소를 터뜨린 셔먼의 한마디. “자네는 그 곡이 손가락 운동하는 곡이라고 생각하나? 혹시 손가락 운동을 하려고 피아노를 치는 건가?”였다. 저자에게 비참했던 첫 만남을 안겨 준 셔먼은 부인 변화경(76)과 함께 지금도 가장 귀한 스승이다.

이 밖에 20대 후반 도전한 콩쿠르 1차 탈락 충격에 음악을 접고 미국 전화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거나 서울대 교수직도 관두고 이혼한 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미국에서 생계형 피아니스트로 전전하던 시절, 베이징 국제 음악페스티벌에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 연주를 망쳐 청중 앞에서 면목이 없던 순간 등 창피해서 꾹꾹 감춰뒀던,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던 내밀한 얘기도 툭 터놓았다.

음악 외길을 걸어오면서 맛본 영광보다 겪은 숱한 좌절의 순간을 소개하며 이렇게 강조한다. “연주자가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삶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더 나은 내가 되려는 삶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성장이 있는 삶에는 좌절과 불안과 걱정이 필연적으로 함께한다”고.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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