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접근 ‘열린 AI’ 기술, 파괴적 혁신 기회 연다

2023. 2. 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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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걸리버여행기 〈끝〉
디지털 걸리버여행기
지난해 11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Open AI)가 공개한 챗GPT(ChatGPT)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이 만든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해 사람의 언어를 처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챗봇이다.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 분야에서 발전해온 뉴럴넷 기반의 거대 언어모델이 지식 경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엔지니어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GPT는 영어로는 제너레이티브(Generative), 사전 학습(Pre-trained),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의미한다. 대화에서 다음에 어떤 것이 올지 예측하도록 미리 학습한 오픈AI의 AI 엔진이다. 챗GPT는 대화 형식을 통해 후속 질문에 답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전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부적절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AI, 기계적 업무서 인간 해방시킬 것

모바일 화면에 담긴 챗GPT의 답변 내용. [AP=연합뉴스]
트랜스포머는 2017년 구글이 공개한 언어 딥 뉴럴 넷이다. 이 뉴럴 넷은 오픈AI의 GPT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 처리 프로그램의 기반이 됐다. 2018년 튜링상을 받은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의 어텐션(attention)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한 번에 하나 또는 몇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메커니즘이다. 벤지오 교수는 뉴욕대(NYU)의 조경현 교수와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김태섭 교수 등 여러 명의 한국인 제자도 키워낸 딥 러닝의 선구자다.

벤지오와 함께 튜링상을 수상했던 메타(페이스북)의 AI 연구소장 얀 르쿤(Yann LeCun)은 챗GPT를 기존의 여러 혁신 기법들을 하나로 잘 통합한 훌륭한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챗GPT는 사람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에 의존하는데 이 강화학습은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만드는데 사용한 주된 기법이다.

오픈AI는 구글이 딥 마인드를 인수하고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자본력으로 영입해 AI 분야에서 앞서 나가자 Y컴비네이터의 샘 앨트먼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벤처 캐피털리스트 피터 틸 등이 구글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2015년 10억 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기보다는 모든 인류에게 열린 AI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CEO는 샘 알트만이 맡았다.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스탠퍼드 컴퓨터과학부를 중퇴한 뒤 이 경험을 바탕으로 Y컴비네이터의 사장을 맡아 수많은 스타트업을 키웠던 그는 구글의 독주가 가져올 독점적 AI의 폐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챗GPT의 제조사인 오픈AI의 로고.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는 챗GPT를 공개하면서 이 챗봇의 엔진인 GPT-3.5도 공개했다. GPT-3.5는 1750억 개의 매개 변수를 가진 GPT-3를 최적화한 거대 뉴럴넷이다. GPT-4에서는 이 매개변수 숫자가 1조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개변수 숫자가 클수록 뉴럴넷을 빠르게 학습시킬 강력한 수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9년 10억 달러를 투자해 오픈AI의 파트너가 됐다.

오픈AI는 챗GPT 외에도 사용자가 입력하는 텍스트에 맞춰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E-E와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위해 코드를 생성해주는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서비스도 제공한다. 디지털 아트와 SW 개발 영역의 생산성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가 된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챗GPT와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가 핫 토픽이 됐다. 다보스 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저명한 기업인, 학자, 정치인, 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이다. 클라우스 슈밥 제네바대학 교수가 1971년 시작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의 공학 박사,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의 경제학 박사,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정책학 석사 학위를 가진 실용주의 학자이다. 슈밥은 독일의 범국가적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보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전도사가 됐다.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창립자와 대담한 내용에 따르면 공장이나 도시, 전쟁 상황 등 실세계의 관심 있는 목적물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분석, 모니터하는 제1세대 디지털 전환 기술은 이제 성숙했고, 챗GPT와 같은 새로운 제너레이티브 AI 기술이 다음 단계의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한다.

교육 체계 혁명적인 변화 불가피

지난 2019년 MS가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개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함께 있는 모습.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챗GPT의 등장으로 구글 검색엔진 사업이 위협을 받게 됐다. 하지만 구글에도 챗GPT 못지않은 람다(LaMDA) 기술이 있다.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검색엔진 사업의 피해를 염려해 구글이 오픈 AI에 허를 찔렸지만 이제는 이 기술의 사업화를 공격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인으로는 이홍래 박사가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박사는 정부의 브레인풀 프로그램으로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 유치하였지만 아쉽게도 구글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오픈AI의 제너레이티브 AI 기술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지식 경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이 기술의 민주화는 전 세계적으로 뉴 노멀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나가는 국가와 기업에게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나델라는 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2주전 1만명의 MS 임직원 해고 계획을 밝히면서도 100억 달러를 오픈 AI에 새로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MS가 오픈 AI와 협력해 챗GPT에 최적화된 클라우드를 개발하고 워드와 같은 MS의 모든 제품을 오픈 AI 기술과 통합하면 클라우드 사업의 1인자 아마존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 100억 달러 투자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한편 벤처 투자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제너레이티브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제너레이티브 AI로 마케팅 자료를 생성해주는 재스퍼(Jasper)는 지난해 10월 시리즈 A 펀딩에서 15억 달러 가치로 1억 2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오픈 소스 음악 및 이미지 생성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스태빌리티(Stability) AI는 10억 달러 가치로 1억 1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제너레이티브 AI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AI 서비스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기계적 업무로부터 인간을 해방할 것이다. 창의성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교육 체계의 혁명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방 안보 분야의 경쟁력도 이 신기술로 높아진다. 미국에서 보수적인 국방 안보 분야에서 AI 스타트업이 큰 투자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 서울대 전기공학사, 계측제어공학석사, 스탠퍼드대 박사. 2014~19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초대 원장. 2002년 실리콘밸리에 실험실벤처를 창업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독일 기업 SAP의 한국연구소를 설립해 SAP HANA가 나오기까지의 연구를 이끌고 전사적 개발을 공동 지휘했다. 2022년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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