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위기의 상성
춘완 시청율은 갈수록 내리막길이다. 특히 올 춘완은 평가가 좋지 않았다. 춘완의 간판인 단막극 소품(小品)은 밋밋했고 특히 상성(相聲)의 퇴조가 역력했다. 상성은 말주변 좋은 배우가 서로 입담을 겨루는 만담(漫談) 공연으로 중노년층 중국인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려왔다. 1983년 첫 춘완에 상성이 여섯 편 선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는 딱 한 편이 나왔다. 그나마 10분 분량의 절반을 만담이 아닌 변신 마술로 때웠다. 성토가 쏟아졌다. 이튿날 소셜미디어에는 “춘완에서 본 마지막 상성이었을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상성은 청(淸) 8대 황제 도광(道光·1821~50) 연간에 베이징 남쪽 톈차오(天橋) 지역에서 유래했다. 대중매체가 없던 시절 상성은 기이한 세상 소식을 찰진 어조에 담아 전달했다. 시사에 여론을 곁들인 19세기 판 뉴스쇼였던 셈이다.
당시 상성은 새로움(新)과 매서움(辣)으로 관중을 끌어모았다. 1980년대엔 춘완을 무대로 절정기를 구가했다. 마오쩌둥이란 절대 권력자가 사라진 시대 분위기를 틈타 탐관(貪官)의 부패를 자유롭게 풍자했다.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다. 관객은 환호했다. 2023년의 상성에서 풍자가 사라졌다. 이제 상성은 새로움도 매서움도 없는 마술로 변했다. 사라진 재미는 관중석 스태프가 유도하는 박수 소리로 대체됐다.
외면당한 춘완과 달리 설 극장가에선 ‘만강홍(滿江紅)’이 흥행에 성공했다. 송나라 장수 악비(岳飛)와 간신 진회(秦檜)를 다룬 애국주의 영화다. 애국 영화의 열풍과 상성의 소멸 위기.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중국의 단면이다. 100여년 전의 자유주의 지식인 후스(胡適)가 고전을 파헤쳐 찾아낸 “울다 죽을지언정 침묵하며 살지 않겠다(寧鳴而死 不默而生)”는 외침이 이제는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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