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다툼의 미래…대만에서 충돌할까

장세정 2023. 2. 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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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부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김영사

미·중 패권 경쟁의 승패는 어떻게 판가름날까.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최악의 물리적 충돌, 즉 전쟁이 일어날까, 아니면 승패가 쉽게 결론 나지 않고 지루한 장기전으로 갈까. 더 궁금한 것은 패권 다툼의 최종 결론이다. 미국은 중국에 머잖아 글로벌 패자(覇者·hegemon) 지위를 내줄까, 아니면 영국·소련·일본에 이어 중국의 도전까지도 결국은 물리칠 수 있을까.

미·중 패권 경쟁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출판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양국 경쟁이 본격화된 이래로 현상과 배경을 진단하고 미래를 분석·전망한 책들이 무수하게 쏟아지고 있다. 호주·영국·미국으로 구성된 오커스(AUKUS) ‘3각 동맹’은 물론이고 일본을 비롯해 중국의 부상을 누구보다 경계하고 견제하는 지역과 블록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중국 옆에 사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만 군인들이 지난달 가오슝에서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가정한 방어 강화 훈련을 마치고 대만 국기와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국내에 출간된 미·중 패권 분석서 두 권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와 『2050 미중 패권 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다. 전자는 미국의 유명한 국제정치 전문가 두 명의 공저이고, 후자는 한국의 미래학자가 쓴 책이다. 전자는 책의 원제(Danger Zone, ‘위험 구간’을 뜻한다)처럼 2021~2030년에 담긴 의미 분석에 집중하고, 후자는 미·중 대결 전개 양상을 살피면서 2050년의 미래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책의 우리말 번역 제목(‘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저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부정적이다. 중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이유를 듣다 보면 얼핏 ‘미국판 국뽕’이란 느낌도 드는데,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고착되면서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관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흐름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고 오는 3월 세 번째 국가주석에 등극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 1인 장기 독재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구촌에 퍼져 있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는 유일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 이를 봉쇄할 미국의 전략이 책의 큰 축을 구성한다. 공저자들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은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중국이 누리던 호시절은 끝났고, 인구 보너스 마감 등으로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고 바라본다.

특히 중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주된 도전은,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이 아니라 레닌이 말한 ‘제국주의 함정’이라는 분석(185~190쪽)이 흥미롭다. 포화 상태에 이른 자본주의가 해외 식민지 확보에 혈안이었던 것처럼 공산주의 중국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시진핑 체제 들어 두드러지게 적대적인 대외 환경도 거론한다. 과거 독일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궁지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이 대만 침공이라는 전쟁 카드를 유력하게 뽑아 들 수 있다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미국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저자들은 냉전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말한다. 디지털 권위주의를 확산하려는 중국에 맞서 반제국주의 전략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민주주의를 미국이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활용할지는 의문이지만 ‘장기전에 대비하는 열 가지 원칙’(326~344쪽)은 하나씩 곱씹어 볼 만하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의 전쟁 시나리오’(2장)와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3장)를 제시해 흥미를 자극한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뿐 아니라 ‘대만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미·중 글로벌 패권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 게임이 아니라 3자 게임으로 양상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다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러시아의 뒤에서 미국을 노려보고 있다. 둘째,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 가능성도 중요하게 다룬다. 시진핑 3기에 전술핵무기까지 동원해 대만 통일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4장에서 저자는 ‘최후의 승자’가 누구일지 전망하는데, 일반적 예상과는 빗나간 듯한 반전으로 결론을 이끈다. 미·중 패권 전쟁의 미래를 파국이 아닌 협력 시나리오로 내다본 것이다. 양자가 모두 망가지는 게임이 아니라 윈윈을 위한 새로운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 표지 아래에 ‘차이메리카 어게인(Chimerica again)’을 넣은 이유를 알 듯하다. 미·중이 패권 다툼을 벌이기 한참 전인 2001년 빈 라덴 세력의 9·11테러 이후 미·중의 반테러 전쟁 공조, 글로벌 공급망 협력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대에 많이 거론된 ‘차이메리카(China+America) 시대’가 다시 올 것이란 낙관론이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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