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지원책 쏟아낸 EU 지도부... 푸틴 “나치즘이 우릴 위협”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3일(현지 시각)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수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 에너지 분야 협력, 대러 제재 강화 등 추가 지원책과 협력 방안을 쏟아냈다. 개전 1주년을 앞두고 EU 지도부가 직접 전장 한복판을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앞서 2일 EU 이사회는 유럽평화기금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총 5억유로(약 6700억원) 상당의 군사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EU 회원국이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군사훈련에도 4500만유로(약 605억원)를 투입하고, 훈련 인원을 기존 1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 기술 교육과 특수 훈련도 제공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에 매설된 지뢰 제거를 위해 2500만유로(약 336억원)도 지원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개전 1주년을 맞는 24일까지 10번째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7국(G7)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추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원유 가격 상한제로 러시아는 이미 하루에 1억6000만유로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 범죄 기소를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3일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 침공 직후인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23일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승인받았다. 우크라이나는 2년 내 EU 가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EU 정식 회원국에 합류하기까지 협상과 승인 등 절차에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근인 2013년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신청부터 가입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볼고그라드(과거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 80주년 기념식에서 서방의 주력 전차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또다시 독일제 전차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에 대응할 수단이 있다. 전차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하며 “서방국가들이 새로운 무기를 전달함에 따라 러시아는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를 나치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현대화한 나치즘이 우리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서방 집단의 침략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다. 2월 2일은 2차 대전 중인 1943년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스탈린그라드를 지켜낸 날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80년 전처럼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서방의 전차 투입이 늦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전력을 강화하고 있어 봄 무렵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3일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군이 남부 돈바스의 소도시 부흘레다르 공격에 나서는 등 러시아군 역량이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북동쪽으로 110㎞ 떨어진 바흐무트에서도 와그너 그룹 용병들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아파트가 파괴돼 최소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에서 러시아 병력이 대규모로 증강되고 동부 지역에서 포격이 급증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대규모 보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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