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부끄러움 모르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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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슬픔이나 행복, 좌절, 불안, 공포, 두려움, 분노 같은 감정을 표현한다.
새끼 죽음은 코끼리 무리에도 스트레스와 불안을 준다고 한다.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다.
부끄러움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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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기르다 보면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반려견은 가끔 주인 눈치를 슬글슬금 보면서 시선을 피한다. 꼬리까지 바짝 내린 모양새다. 제 장소 아닌 곳에 실례를 했을 때 그렇다. 반려묘도 무슨 잘못을 했을 때 주인을 피하거나 숨는다.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다. 본능이나 반복 학습에 의한 것이다.
부끄러움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반성하고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이해하는 자아인식이 있어서다. 인간을 인간답게 규정짓기도 한다. 맹자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으로 꼽은 ‘사단(四端)’에도 ‘수오지심(羞惡之心)’이 들어간다.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서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부끄럽지 않은 삶을 다짐하게 한다.
경기 성남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스스로 생을 끝낸 사실이 알려졌다. 다가구주택에서 살던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이었다.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증금 500만원으로 월세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 남겨져 있었다. 옷장사로 어렵게 생계를 잇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50만원의 월세와 공과금을 밀리지 않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도 세상에 폐를 끼쳤다고 생각했다니.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가 어디 한둘인가. 제 돈 한 푼 안 들이고 빌라 수백채를 거래해 세입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한 사기꾼들, 선거철에만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일 뿐 4년 내내 목에 핏대만 세우는 정치인들, 수억원을 받고선 빌렸을 뿐이라는 양심불량족…. 주인 눈치라도 살피는 반려견·반려묘보다 못하다고 욕해야 할까. 고인들 명복을 빈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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