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서울서 전셋집 구하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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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여전히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계층을 나타낸다.
3년 전, 무거운 전세 비용을 맞들고자 친형과 함께 지낼 집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에 성공한 직후 당시의 생각을 담아 같은 제목의 글 한 편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한 명의 가장으로서 서울 전세 아파트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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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여전히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계층을 나타낸다. 3년 전, 무거운 전세 비용을 맞들고자 친형과 함께 지낼 집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에 성공한 직후 당시의 생각을 담아 같은 제목의 글 한 편을 남기기도 했다. 그땐 서울에 자기 명의로 아파트가 있으면 진골 대접을 받던 시절이었다. 반면 전셋집조차 구할 수 없으면 ‘불가촉천민’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부동산 광풍에 휘말린 전셋값이 한번 크게 오르내리면서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가장 큰 고난은 높은 이자 비용이다. 사실상 ‘제로 금리’였던 3년 전과 달리 이제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3년 전에는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있었으나, 불과 1년 사이에 연 5%에 가깝게 오른 전세대출금리는 그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돈이 부족해, 아니면 이자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청년들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 전세로 눈을 돌리지만, 부동산 호황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전세사기 위험이 역병처럼 도사리고 있다. 집을 구하는 청년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지금까지의 인생 전부이자 생명이다. 행여나 소중한 돈을 사기로 잃게 되면 청년들이 갈 곳은 괴로움이 끊임없는 무간지옥밖에 없다.
계층 상승을 이뤄내고자 온갖 빚을 끌어모아 샀던 집주인도 삶이 열악해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아파트가 있으면 진골 흉내라도 낼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 대출이 끼어 있지 않아야 진골인 듯싶다. 그들은 연 7%대의 이자 비용을 지불하며 진골 계층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다.
독일의 한 소설가는 “신체의 자유는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서울 시내에서 몸 편히 누일 수 있는 ‘신체의 자유’ 값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12억원이다. 매년 3000만원을 저축해도 40년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작은 한 몸 뉘어 보고자 부족한 돈을 대출받아도 월 150만∼200만원의 대출이자로 다시 구속받게 된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4억원의 보증금을 맡기고 2년간 자유를 빌릴 수밖에 없다.
별 하나 없는 서울의 밤 도심을 걸으면 주택의 창문 틈새로 반짝이는 수많은 빛이 보인다.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면 과연 서울 시내에서 몸 편히 누일 수 있는 자유인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김범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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