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손으로 말하는 수어(手語)의 아름다움
시각언어로 아름다우며 독립적
수어로도 모든 정보 활용 충분해
한국수어·한국어는 동등한 언어
2월3일은 올해로 세 번째 맞는 한국수어의 날이다. 수어라는 말은 수화언어의 줄임말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과 손가락 모양, 손바닥 방향, 손 위치, 손 움직임 등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를 수어라고 하는데,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표정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 언어는 눈으로 보는 언어다. 청각장애인에게는 한국수어가 제1언어이고 한국어는 제2언어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이길보라 감독은 이 영화에 감동하여 샨 헤이더 감독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국 코다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작가이기도 한 이 감독 역시 코다다. 이 감독은 자신의 청각장애 부모의 다큐 영화인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제작했다.
청각장애인들은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손뼉을 치는 대신 두 손을 번쩍 들어 반짝반짝 흔든다. 시각언어인 수어의 아름다움이 극명하게 잘 드러나는 이런 표현을 영화의 초입 부분에서 잘 보여준다. 햇살 아래에서 포플러 잎이 파닥이듯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든다. 박수소리보다 더 황홀한 갈채다. 이 영화는 ‘들리지 않는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청각장애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의 고요한 일상이 때론 불편해 보이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어라는 아름답고 독립된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단지 활용하는 감각기관이 다를 뿐, 수어로도 상대가 주는 정보에 반응할 수 있고 또 그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각에 편중된 감각 사용을 청각으로 대체하는 행사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시와 독자: 어둠 속의 시’라는 낭독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는 어둠 속에서 시인의 목소리로 낭독하는 시를 감상하게 했다.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 시각에만 의존하던 감상법에서 탈피한 이색적인 낭독회였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행사였을 것이다.
또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회도 있다. 시각적인 관람이 아니라 시각을 차단하고 청각과 촉각 그리고 후각과 미각을 활용하는 전시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100분 동안 일상을 재현한다. 어두운 숲에서 대화를 하고, 촉각을 이용한 시장 구경도 한다. 후각과 미각을 통해 카페에 앉아 차도 마시고 낯선 툇마루에 누워 바깥에서 들려오는 생활의 소리도 듣는다. 그렇게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면 어둠이 참 자유롭고 편안하다는 인식도 생긴다.
우리의 감각은 이렇듯 자주 사용하는 기관에 익숙하다. 그리고 곧 거기에 적응도 한다. 언어가 어떤 감각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에는 소외나 외면이 있을 수 없다. 한국수어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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