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수입한 러시아산 말 50여 마리…“별장 승마장용 등” 관측
엘리트계층 탈북자 “‘김정은 패밀리’ 별장·기마부대用”
대북제재 사치품 목록에 ‘말’ 지정 안돼 수입 가능한 듯
장기간의 경제난 속에 북한이 지난해 고가의 러시아산 말 50여 마리를 수입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별장 승마장 등에서 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엘리트 계층 탈북자인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러시아산 말 수입은 김 위원장의 별장에 있는 승마장과 양강도 기마부대 운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말을 많이 수입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며 “하나는, ‘김정은 패밀리’ 즉 김정은 가족들이 사용하는 승마장들이 초대소(별장)들에 여러 개 있다. 특히 문산초대소나 평안북도 창성초대소, 평양 강동초대소 등에 승마장이 있는데, 비싼 말들은 아마 거기에 구비를 해놓고 갈 때마다 말 타는 것을 취미생활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말들은 아마 북한에 기마부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종마로 키우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달 25일 러시아 연해주 농축산감독청을 인용,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에 ‘오를로프 투로터’(Orlov Trotter) 품종의 말 51마리를 북한에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실제로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일 러시아산 말 30마리를 실은 화물열차가 연해주 하산역에서 북한 두만강역을 향해 운행했다. RFA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51마리의 말은 2015년 러시아가 61마리의 말을 북한에 보낸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관영매체를 통해 김씨 일가의 말 타는 장면을 자주 공개하며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됐다. 2020년 초에는 북한 관영방송이 기록영화를 통해 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전력 질주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시절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다고 선전해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백마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연구원은 “북한 선전매체에서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하거나 설산을 배경으로 백마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은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 정책 담당국장도 RFA에 “백마는 하루에 천리(약 400km)를 갈 수 있는 한국과 중국 민속의 천리마 신화를 나타낸다”며 “천리마 신화는 북한의 우표와 돈, 웹사이트, 선전, 구호 등에 사용되며 종종 주체 또는 ‘자립’ 개념과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리마 신화는 북한 주민들이 비료 수집이나 쌀 수확과 같은 국가가 필요한 다양한 곳에 ‘자발적으로’ 시간을 기부해야하는 노동 동원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전달된) 이 말들은 일반 시민들의 농업보다는 선전 및 선물 정치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치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FA는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에 전달한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의 백마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상당히 고가로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FA는 러시아 모스크바 타임즈 보도를 인용해 북한 당국은 지난 2020년 초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의 백마 2마리를 총 2만3400달러(약 2870만 원)에 구매한 바 있다며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마리에 1만1700달러 상당이라고 전했다. RFA는 국제마사박물관(International Museum of the Horse)을 인용해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은 한때 유럽 대륙에서 가장 빨랐던 마차용 말인 오를로프의 아름다움과 장거리 근지구력을 모두 지닌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의 말”이라고 설명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김정일 위원장에게 오를로프 백마를 선물하기도 했다.
코라도 국장의 지적과 같이 오를로프 투로터 백마 품종이 사치품에 해당할 수 있는 고가임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상관 없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대북 금수 사치품 목록에 ‘말’이 특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시작으로 사치품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 등만 사치품 예시 품목으로 정확히 기재돼 있을 뿐 말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에릭 패턴-보크 조정관은 지난 달 30일 RFA에 “전문가패널은 지난 2020년 초 이후 러시아와 북한 국경을 넘은 첫 열차에 실린 수입 말들부터 주목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순종 말을 사치품으로 여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치품 여부에 대한 해석은 결국 개별 회원국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크 조정관은 “이번 경우에 러시아는 말을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사치품으로 간주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말은 사치품과 관련한 제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패널이 회원국에 다른 해석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을 사치품 목록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RFA의 추가 질의에 보크 조정관은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목록을 변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책임”이라며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재위원회가 그러한 변경을 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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