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김건희와 힐러리

천남수 2023. 2. 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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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연합뉴스)

미국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이자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낸 사람. 미국은 물론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화려한 이력의 정치인은 다름 아닌 제42대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는 1993년 1월부터 8년간 백악관 생활을 하다가 2001년 뉴욕주 상원의원이 됐다. 2009년 1월부터 8년 동안 상원의원을 역임한 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했다.

그리고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미국 역사상 민주·공화당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 선거 결과는 알다시피 공화당 트럼프의 승리였다. 실제로 득표에서는 트럼프 후보보다 우위를 보였지만, 선거인단이라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로 인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꿈은 무산됐다. 이와 함께 최초의 부부 대통령 탄생도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힐러리 집안은 웨일즈, 캐나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시카고에 자리 잡은 중산층이었다. 힐러리는 웰즐리 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 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했는데, 이곳에서 빌 클린턴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클린턴의 고향인 아칸소주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1975년 결혼한다. 클린턴은 지방 판사로, 힐러리는 로펌에서 일했다. 이후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에 출마해 당선된다. 클린턴이 주지사가 되기까지는 힐러리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1992년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대로 힐러리는 이전의 영부인과 달리 적극적으로 클린턴 정부의 정책에 관여했다. 실제로 클린턴 대통령은 힐러리에게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맡기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동관에 영부인 집무실을 두는 관례를 깨고 서관(웨스트윙)에 집무실을 둘 정도였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밤샘 농성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우리나라 퍼스트레이디 김건희 여사의 활동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건희 여사의 활동반경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홍보도 한몫하고 있다. 언론도 김 여사의 행보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을 홀로 찾은 것이다. 27일에는 국민의힘 지역구 여성의원 9명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30일에는 국민의힘 비례 국회의원 11명과 오찬을 했다. 31일에는 디자인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모두 윤 대통령과의 동반이 아닌 김 여사 단독 일정이었다. 지난 2일에는 국무위원 배우자를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우리 사회의 약자, 어려운 분들, 대통령께서 함께 다 하지 못하는 행사와 격려의 자리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 두 달여를 앞둔 2021년 12월 26일, 김건희 여사는 자신과 관련한 주가조작 의혹과 논문표절 논란에 대해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면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이 되도록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뉴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아랍에미리트 국빈방문 당시 김 여사가 주인공인 듯 비친 것이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던 것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같은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해 대통령 부인으로서 당연한 활동이라는 의견과 아내의 역할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으로 나뉘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2021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연합뉴스)

나아가 김 여사의 영향력이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소리도 들릴 정도가 됐다. 김 여사의 활동폭이 커질수록 이런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힐러리가 떠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김 여사를 힐러리와 비교하자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역할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사실 미국처럼 우리나라 퍼스트레이디도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대통령 퇴임 후에는 정치일선에 나설 수 있는 자유도 있다. 이는 우리 정치가 그만큼 선진화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김 여사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 여사는 힐러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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