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복 대한통증학회장 “잘못된 통증치료법 넘쳐나…더 큰 병 키워”
통증질환에 대한 관심 커지며
인터넷상 확인 안 된 정보 늘고
근거 없는 민간요법 따르기도
유튜브 등 SNS 소통을 통해
통증치료 가이드라인을 공유
유사 의료행위와 구분 도울 것
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퇴행성질환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만성적인 신체 통증을 겪는 국민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의료의 화두가 ‘오래 사는 문제’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문제’로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 획일화된 치료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이평복 대한통증학회장(55·분당서울대병원 통증센터장)은 3일 “통증 치료에 있어서 질환별, 시술별 근거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해 무분별하고 검증되지 않은 유사 의료행위와 구분할 수 있도록 학회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학회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홍보를 강화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증학회는 최근 통증 분야의 ‘현명한 선택’ 목록을 공개했다. ‘방사통이 없는 요통·흉추통·경부통증에 대해서는 근전도와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회전근개 손상 평가 시에 초음파 검사 전에 MRI를 우선 시행하지 않는다, 비암성의 급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장애인정기준 개정이나 암성 및 비암성 통증 환자에 대한 약물처방 제한의 완화 등 법적·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국회 토론회와 정책설명회도 준비 중이다. 치료 이전에 예방이 중요하다는 국민 캠페인이나 건강행사를 진행해 ‘통증을 알고 통증을 이겨내자’는 인식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진행하지 못한 ‘통증의날’ 행사를 올가을부터 재개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CRPS환우회 등과 같은 통증질환 환자모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의료상담, 공연, 걷기 대회, 기부 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통증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 중 하나가 통증을 ‘장애의 원인’으로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통증질환 중에서는 CRPS만 장애로 인정되고 있다. 이 또한 통증의 심한 정도보다는 질환의 부수적인 증상, 즉 관절의 가동 범위나 근력 약화 증상만으로 장애를 평가한다. 통증학회는 이에 대해 ‘상당히 불합리하고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단정한다. 통증환자의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들을 연구하고, 도출된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통증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문과목에 상관없이 통증을 치료한다는 병원이 많아지고, 인터넷상에는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무런 의학적 근거 없이 시행되는 민간요법을 맹신하다가 더 큰 병을 만들어 오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방치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한척추통증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회장에 따르면, 통증이 만성으로 진행하면 인체의 신경계는 점점 예민하게 변해 통증의 원인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어떤 통증이든 만성으로 가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진단과 치료만큼이나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통증질환마다 예방과 관리법이 다르므로 통증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이다.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작은 증상 변화에도 관심을 두고 병을 키우지 말아야 하며 평소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자세 교정 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건강의 금과옥조입니다. 덧붙여 통증전문의를 주치의로 둔다면 아프지 않고 장수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될 것입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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