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A매치 300경기, 하키 국가대표팀 캡틴 이남용 “남은 꿈은 하나…기다려라, 파리”

김세훈 기자 2023. 2. 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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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월드컵 8강, 13년 만의 쾌거
리우 챔프 꺾고 아시아 자존심 지켜
“1~2년 남은 현역 기간 마지막 목표
후배들에 올림픽 티켓 선물하고파”
올해 ‘항저우 AG 금’ 향해 구슬땀
21년째 하키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이남용이 올가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후배들에게 내년 파리 올림픽 티켓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2일 성남 하키장에서 스틱을 잡은 불혹의 이남용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세훈 기자

21년 동안 무려 300차례 A매치 출전. 불혹의 필드하키 국가대표 이남용(40·성남시청)은 “하키에 미쳤나보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하키에 대해 아는 건 70%밖에 안 된다”며 몸을 낮췄다.

이남용은 2일 경기 성남하키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국제하키연맹(FIH) 월드컵과 20여년 국가대표 생활 등을 회고했다.

이남용은 지난달 25일 국제하키연맹(FIH) 월드컵 8강 네덜란드전에 나섰다. 통산 300경기째(45골) 국제경기 출전이었다. 2002년 9월 A매치 데뷔 후 21년 만에 이룬 대기록. 이남용은 “중학교 때 우연히 접한 하키에 미쳐 살았다”며 “하키에 눈을 떠가는 게 재밌었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월드컵에서 A매치 300경기를 달성한 이남용을 축하하는 대한하키협회 SNS 게시물.

이남용은 앞선 16강 아르헨티나(세계 7위)전에서 종료 직전 5-5 동점골을 터뜨려 페널티 슛아웃에서 3-2로 승리하는 결정적인 발판을 놓았다. 이남용은 “포기하지 말자며 똘똘 뭉친 덕분에 (2016 리우) 올림픽 챔피언을 꺾었다”고 말했다. 2010년 월드컵 이후 13년 만에 이룬 8강. 인프라가 좋지 않고 선수가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에 8강에 든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남용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령 선수로서 주장 완장까지 찼다. 이남용은 “내 관리도 쉽지 않은 나이인데 후배를 챙기면서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해야 했다”며 “훈련을 실전 이상으로 강하게 해준 후배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불혹의 이남용은 물론 솔선수범했다. 이남용은 “실전보다 강한 훈련, 치밀한 자기 관리가 몸에 뱄다”며 “지금도 젊을 때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용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수차례 나선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2002년 말레이시아, 2006년 독일 월드컵 4위, 2002년 부산·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6위, 2012년 런던 올림픽 8위에도 기여했다. 아시아에 배정된 올림픽 출전권은 딱 한 장. 올림픽 출전은 아시아 최강임을 의미한다.

이남용은 길어야 1~2년 선수로 더 뛰리라 생각한다. 남은 목표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 확보다. 이남용은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하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2012년 런던까지 4회 연속 출전했지만 2016년, 2020년 올림픽은 가지 못했다. 이남용은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고 싶다”며 “내가 못 딴 올림픽 메달도 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남용은 후배들에게 유럽에 도전하라고 권고했다. 이남용은 “나도 한때 네덜란드에서 뛰었지만 최신 전술 등은 지금도 잘 모른다”며 “유럽으로 가면 하키와 공부를 병행하며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용은 “유럽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면 무시당한다”며 “강하게 전투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하키 인프라는 열악하다. 실업팀은 남자 5개, 여자 6개뿐이다. 중등 28개, 고등 29개, 대학 15개 팀이 전부다. 등록선수는 1200명 정도다. 이남용은 “어릴 때부터 성적보다는 개인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는 교육만이 체구가 작은 한국이 빠른 스피드와 세밀한 기술로 체격이 큰 유럽을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베테랑의 하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여전히 뜨겁게 끓어오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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