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의혹’ 보도에 대통령실 “깊은 유감”…현직 기자 첫 고발
대통령실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결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방부 전 대변인과 언론사 기자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이 특정 사안에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상대로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야권 공세와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 등 충돌이 격화하면서 ‘천공 의혹’을 두고 정국 경색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 9개월이 됐음에도 여전히 이전과 관련한 거짓 의혹 제기만 되풀이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최지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이 서울경찰청을 찾아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대상에는 저서를 통해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함께 부 전 대변인 주장을 기반으로 해당 의혹을 앞서 보도한 한국일보와 뉴스토마토 기자가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며 “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술인의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 언론인을 고발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사례가 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인 부 전 대변인은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지난해 3월 천공이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알려왔다고 적었다.
당시는 최종적으로 대통령 관저로 선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이 아닌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될 때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같은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지난해 12월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사건에 빗대면서 “여러 사람의 말로 전달된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될 때, 얼마나 허무맹랑해질 수 있는지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사례를 통해 국민들께서 목도하셨을 것”이라고도 했다.
■‘천공 의혹’ 총공세 민주당 “청문회 증인 추진”…정국 경색 불가피
CCTV 영상·출입 명단 공개 촉구
‘제2 국정농단’ 규정, 고강도 압박
국민의힘 “거짓 선동 말라” 일축
진상규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이라며 강경 방어에 나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폐쇄회로(CC)TV 공개 등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무조건 가짜라며 우기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고발해 입막음을 시도한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다”라며 “CCTV 영상과 출입 명단, 거명된 인사의 당일 행적을 신속히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천공 개입 의혹을 ‘제2의 국정농단’에 빗대며 공세를 퍼부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속이 통치이념으로 되지는 않았는지 흉흉하다”며 “대통령이 두 명인지 한 명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석열과 천공 사이에서 박근혜, 최순실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천공을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거짓 선동도 모자라 국회 청문회와 상임위 등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권한까지 남용해가며 국민을 우롱하려는 것인가”라며 “ ‘전언의 전언의 전언’을 근거로 한 새빨간 거짓 선동에 과연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이라도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유정인·김윤나영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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