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논바이너리 배우, 남녀 구분 토니상 “줘도 안 받아”
“제3의 성 설 자리 없다” 후보 지명 거부…토니상, 성별 구분 폐지 주목
미국의 논바이너리(Non-binary·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정체성)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토니상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성별 이분법에 따라 주요 연기상을 시상하는 토니상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논바이너리 배우 저스틴 데이비드 설리번이 토니상 후보로 지명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토니상이 배우의 성별을 구분해 시상하기 때문에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불참 선언의 이유다. 설리번은 성명을 통해 “이번 시즌 후보 지명을 기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며 “업계 전반의 시상식들이 다양한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설리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줄리엣>에서 주인공 줄리엣의 친구 ‘메이’ 역을 연기한 배우다. 주요 배역이고,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아 올해 토니상 수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니상 운영위원회는 설리번의 선택을 받아들여 후보 지명이 가능한 배우 명단에서 제외했다.
NYT는 설리번의 선언으로 미국의 주요 시상식들이 남녀 부문을 분리해야 하는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상은 오스카나 에미상과 마찬가지로 남녀 연기 부문을 따로 시상하지만 성별 구분이 없는 시상식도 있다. 대중 음악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그래미는 2012년부터 남녀 성별 구분 없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오프 브로드웨이를 대상으로 하는 오비 어워드도 성별 구분 없는 시상을 하고 있다. 이밖에 워싱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 여러 지역의 주요 연극상도 성별에 따른 구분을 없앴다.
토니상도 연기상을 제외한 감독상이나 디자이너상은 성별 구분을 두지 않는다. 토니상 운영위원회는 “현재 연기 부문이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포괄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상식 시즌이 시작되면 수상 부문에 대한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며 “향후 시즌에는 누구도 성정체성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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