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감독기관 수장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이라니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3일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확정했다. 현 정부에서 유력한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임 전 위원장이 1차 후보군에 포함되자 금융권에서는 이미 회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날 선정 결과도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임 전 위원장 내정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금융당국 수장 출신이 민간 금융지주 대표로 가는 선례를 남겼다. 더욱이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주도해 피해자를 양산한 책임도 있다. 무엇보다 ‘관치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현 정부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된 전례도 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되풀이해 말하기도 민망하다. 정권을 상대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로비가 기승을 부릴 뿐 아니라 금융경영 전반은 물론 채용 청탁 등에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던 전례는 익히 알려진 바다. ‘관이 주무르는 금융’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규모는 선진국인 한국 경제가 몇십년째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 이후 23년간 정부 영향 아래 있다 2021년 말에야 가까스로 민영화됐다. 민간회사로서 첫걸음을 떼자마자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에 휩싸이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이럴수록 주목받는 건 이사회의 역할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회장과 당국의 눈치를 보며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듣지 않도록 일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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